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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영성을 묻다 - 다원주의 시대, 복음의 다리를 놓는 12인의 현장 기록
팀 켈러.존 이나주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6년 2월
평점 :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사람과 상황 속에서"
극심한 갈등과 변화 속을 걷는 우리에게 이 책은 "기독교적인 대응법"을 전한다.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협이나 배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러난 실천이었다.
책은 일목요연한 명제를 처방하기보다 설명으로는 다 담지 못할 풍부한 서사를 택해 독자의 이해를 넓힌다. 팀 켈러 목사와 법학자 존 이나주는 신학자, 목회자, 의사, 선교사, 교수, 작가, 힙합 뮤지션, 싱어송라이터 등 각계에서 본보기가 되는 필자들을 모아 "정답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님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셨을 뿐 아니라,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미묘함과 복잡성을 통해
가장 잘 배우는 존재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 18면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하는 방법이다. 이야기의 의미를 온전히 전하려면
그 안의 모든 단어가 필요하다. 단순한 진술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 플래너리 오코너
하나님의 자녀이자 세상의 소금으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의 진솔한 고백이었다. 핵심은 존 이나주가 제시한 세 덕목(겸손, 인내, 관용)에 팀 켈러의 용기를 더한 '공통 기반' 위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복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겸손은 나의 확신을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 관점을 경청하는 태도, 인내는 즉각적인 승리를 포기하고 장기적 관계를 우선하며, 관용은 가치관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지 않는 선택이다. 여기에 팀 켈러는 용기를 더해, 사랑 속에서 진리를 담대히 말하라고 강조한다.
여러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 갈등과 차이는 배제의 이유가 안 된다.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완성해가는 필수 과정인지도 모른다. 정답지 같은 명제보다 투박한 삶의 서사가 더 깊은 위로와 도전이 되는 이유다.
특히 팀 켈러 목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진보적이고 다원적인 북부와 보수적인 남부 문화를 모두 겪으며 알게 됐다. "한쪽에서 결혼과 가정이 붕괴하고 자기 성취와 개인적 행복에 대한 집착이 커졌다면, 다른 쪽에서는 독선과 편협함과 권력 남용이 만연했다."(55면) 복음은 어느 한편에 갇히지 않고 모든 문화를 날카로우면서도 겸손하게 비판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소금이 고기와 화학적 조성이 똑같다면
고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아진다면
사회를 도울 수 없다. 우리가 문화를 사랑하고
혜택을 줄 수 있으려면 그 문화와 달라야 하고,
세속적 정체성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기독교적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 59면
소금이 짠맛을 유지해야만 다른 재료에 도움이 되듯, 예수님은 우리가 구별된 거룩함을 유지해야만 세상을 도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전도를 위해 세상 방식을 따르거나 지성인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그저 설교와 가르침, 기도와 예배, 성찬과 교제 같은 소박한 은혜의 방편들이면 신앙의 불길은 타오를 수 있다. 주님 안에서 누리는 사랑과 기쁨이면 두려움을 이긴다.
세상 속에 스며들되 짠맛을 잃지 않는 소금으로 살 때, 그리스도인이라는 고결한 정체성을 지키며 겸손히 인내하고, 관용하며, 용기있게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세상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태어난 사랑은
길을 찾기 마련이다."
- 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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