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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역습 - 인간 본성은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형성했고, 구원할 수 있는가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인간 본성의 역습"이라는 제목에서 웅장함과 호기심을 느꼈다. 벽돌책인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완독하지 못해 부채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역습"으로 인간 본성을 거꾸로 탐색한 후에 나머지를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하며 기대감으로 이 책을 펼쳤다.
40년 연구의 결정판
《인간 본성의 역습》은 옥스포드대 인류학과 교수인 하비 화이트하우스가 40년간 구축해온 개념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이어온 현지 연구는 물론이고 심리 실험, 학제간 연구에서 얻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집단 유산'이 인류사를 형성한 것을 발견한다.
집단 유산이란 유전자나 물질적 재산이 아니다.
생물학적 진화(직관)와 문화적 진화(전통)가 새긴 인류의 '집단적 편향성'이다. 소규모 부족에서 대규모 문명까지 인류사의 도약을 가능케 한 핵심 동력이다. 인간 본성 중에서 집단유산, 그 기본요소가 되는 세 가지 편향성을 중심으로 이 집단 유산을 탕진할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경고하고, 미래에 투자할 최적의 방법까지 제안한다.
세 가지 편향성
순응주의 (남 따라하기)
남을 따라 하려는 본능.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
이것이 유행을 만들고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며,
때로는 집단 광기를 낳는다.
종교성 (초월적 가치나 의례)
보이지 않는 질서와 초자연을 신뢰하는 성향.
종교를 믿는 것을 넘어, 초월적 가치에 헌신하고
의례를 통해 공동체와 결속하려는 욕구다.
부족주의 (우리 vs 그들)
편을 나누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헌신하는 경향.
이것이 강한 소속감과 희생정신을 만들지만,
동시에 배타성과 폭력의 씨앗이 된다.
해법은 본성 안에 있다
하지만 그 속에 해결책이 있다고 저자는 희망을 건넨다.
"인간 본성에서 우리를 파멸의 늪으로 몰아가는 특징들은
경제 상황을 개혁하고,
지구의 자원을 보존하며
협력 능력을 확대하고,
갈등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인류 문명이 실질적으로 번창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 30면
본성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것, 이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재설계의 핵심이다.
순응주의를 친환경 소비로
사람들은 "대부분이 하는 것"을 따라 한다. 그러니 친환경 행동이 사회적 규범처럼 보이게 만들면 된다. 연료비 청구서에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고,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를 벌이고, 소셜 미디어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적극 공유하라. 영국 정부의 비행기 탄소세가 그 예다.
종교성을 지구 윤리로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성이 연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현대적 '세속 의례'를 개발하라. 지구의 날 대규모 행사, 기업의 반복적 윤리 워크숍, 지역 커뮤니티의 환경 봉사가 그 예다. 초월적 헌신은 종교 전통 안에만 있지 않다.
부족주의를 지구적 정체성으로
집단 충성의 에너지를 편 가르기가 아닌, 인류가 하나의 부족이 되는 '테라 부족'(지구적 부족)이라는 정체성으로 전환하라. 스포츠 월드컵처럼 국경을 초월하는 공동의 목표(인류팀 vs 기후위기)를 만들고, '테라 부족' 서사를 학교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로에게 배우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선진국의 풍부한 학술 연구도 중요하지만 원주민 집단의 통찰을 경시하는 것은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강한 의례를 통한 결속이나 지속가능한 생태 관습처럼 원주민의 지혜 역시 첨단 연구 못지않게 귀중하다. 원주민의 생태 지혜, 북유럽의 복지 제도, 아시아의 공동체 문화에서 서로 배우며 모두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본성 역시 감정처럼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이분법적으로 따질 수 없다. 인간은 원래 편향적이고 집단적이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편을 가른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간 본성의 역습》은 그런 인간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본성을 어떤 맥락에 두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묻는다. 비관이나 절망 대신 재배치와 재설계를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전략, 이것이 진짜 '역습'이다.
나 역시 이러한 본성을 가진 인간이다. 대세에 편입하고 싶고,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며, 안전을 위해 내 편을 따진다. 나쁘게만 여겼던 특징들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일상에서 현명하게 활용하도록 맥락을 살펴야겠다. 자기 이해의 프레임을 넓히고 지구를 하나의 부족으로 보는 관점과 겸손을 가르쳐 준 책, 《인간 본성의 역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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