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매일 철학이 필요하다 - 니체, 노자, 데카르트의 생각법이 오늘 내 고민에 답이 되는 순간
피터 홀린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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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를 걷던 철학이 
마침내 땅으로 내려와 하는 이야기"


'지금 내 발등에 떨어진 불'에 관해
철학이 건네는 간명한 대답들!



집을 사야 할까 말까, 대출 계약서 앞에서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이 있다. 이직을 할까, 사업을 벌여볼까,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자신을 볼 때도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삶의 궤적은 이렇듯 불협화음일까. SNS 속 사람들은 다들 경쾌하게 나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여전히 벽에 손바닥을 짚고 멈춰 서 있을까. 


느릿느릿 꽉 막힌 퇴근길에, 잠이 달아난 고요한 새벽 어스름에, 점심을 먹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 찰나에, 삶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질문을 던진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끔은 "힘내" 같은 흔한 말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 즉 방향을 바로 세워줄 사고의 틀이다.



피터 홀린스의 《우리에게는 매일 철학이 필요하다》는 바로 그 사고 모델을 정리했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지만,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목차부터 흥미롭다. 

"집을 살지 말지 고민될 때 데카르트처럼 의심하기. 노력하는 것도 지칠 때 노자처럼 무위를 따르기. 결혼이 망설여질 때 키르케고르처럼 믿음의 도약하기"



데카르트가 부동산 대출 창구에 앉아 있고, 노자가 회사 야근 책상 앞에서 팔짱 끼고 있으며, 키르케고르가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열어놓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일부러 선택하라고 속삭인다. 철학이 이렇게나 일상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것이다니. 





저자는 2500년의 철학사를 먼지 쌓인 전시장에서 끌어내린 뒤 우리의 눈앞에 올려놓는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플라톤이, 점심시간의 무기력한 우리 옆에서 칸트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이란 원래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중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라는 개념에 한참을 머물렀다. 더하는 게 아니라 빼면서 본질로 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기이할 만큼 더하기에 집착한다.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고, 더 많은 습관을 갖추라는 자기계발의 돌림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바쁘다. 그러나 입증이 아니라 반증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든 비결로 "다비드가 아닌 것은 모두 없애버렸지요"라고 답한 것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가 "해를 끼치지 말 것"인 것처럼 확실히 아닌 것들을 하나씩 빼가다 보면 본질에 가까워진다. 



인생의 무게는 종종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의 문제다. 찰리 멍거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는 건 똑똑해지려는 노력이 아니라, 멍청해지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의 이 문장은 삶 전체를 관통한다.



돌아보면 나도 늘 ‘더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더 좋은 책, 더 유용한 강의, 더 효율적인 루틴. 그러나 정작 삶을 갉아먹는 건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잠시'의 몇 시간과 유튜브 ‘한 편만’의 반복이었다. 멍청한 선택만 줄여도 삶은 훨씬 선명해진다. 이런 단순한 진실은 언제나 참으로 명쾌하다.




이렇듯 이 책은 다양한 철학의 지도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독자의 손에 쥐여준다. 문제는 하나지만 관점은 여럿이고,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출구가 보인다. 인생의 무수한 갈림길 앞에서 "그때그때 적절히 생각의 모드를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멋진 책이었다.


다양한 사고 도구와 지도가 들어 있는 보물 상자 같은 책이다. 철학을 철학으로 어렵게 포장하지 않았다. 난해한 개념으로 독자의 문해력을 시험하지도 않았다. 대신 당장에 현실로 펼쳐진 문제에 될 사용법을 보여준다. 



어떤 날은 비아 네가티바로 나를 덜어내고, 어떤 날은 니체처럼 '아모르 파티'를 외치며, 다른 날은 내가 아는 세계만이 정답인 것 같을 때 플라톤처럼 동굴에서 나와보게 한다. 본질에 닿는 방식이 하나일 리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랬다. 철학은 원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지혜가 출렁이는 세계였다. 삶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 때,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이 책이 떠오르기를. 하늘 위를 걷던 철학이 내 옆에 내려와 나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도서지원 #우리에게는매일철학이필요하다 #피터홀린스 #부키출판사 #철학책추천 #비아네가티바 #찰리멍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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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나의 1년 2025-2026 - 질문에 답하며 기록하는 지난 1년, 다가올 1년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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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언제나 마주하고 해석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삶은, 우리 자신이 해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이런 책을 뭐라 불러야 할까?
127 페이지, 작은 다이어리를 닮은 책을 펼치면
저자가 엄선했을 열린 질문들이 단정하게 앉아있다.


당신의 얘기를 들려달라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눈을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초록빛 디자인 덕분이었을까.
처음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 좋았다.
한 권 가득 올라타있는 질문들이
웬일인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설렜던 것 같다.


인연은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자꾸 손이 가는 컵, 닳은 펜, 해진 가방에
온기가 스민 시간이 쌓여 있다.
이 책도 그런 인연이 아닐까.



지난 2025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2026년을 바라보는 숨은 마음도 만날 수 있다.
다가올 내년까지 함께 내다보며 꿈꿀 수 있어 좋았다.


QR 코드를 검색하면 저자인 라이프 코치 홍성향 선생님의 안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목소리.
고요한 밤에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일기를 쓰던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당신과 만날 시간을 비워두고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가장 '나답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세요.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요.
그 무엇이든 일사에서 느껴온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시간과 분위기.
중요한 사람과 약속을 한다면 시간과 장소 선택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나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대하며 미리 시간을 떼어놓고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두는 것.
과거와 미래를 향하는 마음을 들어보는 여정에
참 필요한 태도인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나의 올해를 표현해주는 대표 감정은 무엇인가요?"


꼭 무언가를 이뤄야만
'의미 있는 1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연초에 나는 어떤 계획을 세웠었나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었나요?"


"올해 내가 정성을 다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올해 내가 버릇처럼 자주 했던 말은 무엇인가요?
그 말을 할 때 나의 마음은 어땠나요?
그 말은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단순히 한 해를 정리해보는 차원이 아니라
내가 전혀 돌보지 못했던 틈 속에 아주 작은 나까지도
발견하게 하는 질문들이 좋았다. 크고 작게, 넓고도 세심하게 구석구석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질문들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
숨은 보물찾기를 하듯 조금은 신났던 것도 같다.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쓰느라 글씨는 날아갔지만
그 안에 소복이 쌓여가는 내 마음들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ㅋㅋㅋ
ㅎㅎㅎ
혼자 웃기도 하고
ㅠㅠ
^^;;;
자책도 하면서
꼼지락꼼지락 나와 단둘이 놀아주는 내가 좋았다.
이렇게 웃고 울며 채우는 진솔한 기록은 그저 일기가 아니라,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잇는 인연의 온기가 되어준다.


12월이 되면 싱숭생숭해진다.
지나간 한 해 속에 감사와 기쁨도 많지만 후회와 아쉬움도 크기 때문이다. 올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면하고 싶다.


그럴 때 무언가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질문하되 재촉하지 않고, 기록하되 비판은 하지 않는 존재. 그저 나와 마주 앉아 "올해 당신은 어땠나요?"라고
다정하게 물어봐주는 친구 같은 존재.


작은 양장본을 펼쳐 한 자 한 자 써가면서 깨달았다.
삶은 이토록 다채롭게 빛나는데, 왜 바쁜 일정표 속에서 나를 잃었을까? 조금만 시간을 내어주면 무심히 지나쳤던 하루의 조각, 미처 돌보지 못했던 마음의 틈, 나조차 몰랐던 '나다운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일 년에 한 번쯤은 나와 제대로 얘기해보면 어떨까.
차근차근 손글씨로 새겨보는 마음들은 나를 나 자신에게 데려다놓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스스로를 선명하게 바라보는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부담 없이 시작해도 자꾸만 쓰게 되는 책
잠깐 펼쳤다가 오래 머물게 되는 책.


2025년이 저물어가고 2026년을 맞이하는 12월.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선물을 고른다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서평단 #도서지원 #자문자답나의1년 #생각기록 #홍성향 #글담출판사 #자기성찰 #나다움 #자문자답다이어리 #자문자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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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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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워크북을 일주일간 채워가며, 나는 그동안 놓쳐왔던 나 자신과 마주했다.


"난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것들을 못 지키는 사람이야." 이것이 내가 나를 정의하던 방식이었다. 계획형이 아닌 극 P형, 눈앞에 닥쳐서야 한 발을 떼는 유형. 실패가 두려워 처음부터 체계적인 활동을 회피하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내게 맞는 스타일이라 합리화했다. 써놓고 보니 참 대책 없었네.


그러나 워크북의 질문들은 가차 없었다. 습관을 평가하고, 정체성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방해 요소와 극복 방법을 기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입할 습관이 몇 없었다. 겨우겨우 짜내는 느낌으로 답을 채워가니 내 삶이 참 빈약해 보였다. 동시에 이렇게 소박한 습관들로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온 내가 기특하기도 했다. 숨어있던 모순된 진심을 만나서 기쁘다.


일주일 동안 워크북을 꼬박꼬박 채워온 나를 돌아보고서야 알았다. 난 그렇게 대책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질문에 답할 재료들을 가진 삶이었고, 고민할 사고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션을 매일 완수할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늘어난 주름과 잡티가 아닌, 그 뒤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속사람을 만난 시간. 습관이라는 렌즈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


목표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현재 시스템의 효과를 점수로 매기고, 이상적인 시스템을 상상해 보라는 미션에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습관만 다루라는 것. 한 번에 시도하는 변화가 많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했다. 


아, 그래서 내가 자주 실패했구나. 새해 다짐처럼 한꺼번에 열 가지를 바꾸려다 일주일 만에 포기하고, '역시 난 안 돼'라고 낙인찍었던 패턴이 보였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이었다.



특히 '습관 테스트'가 유용했다. 습관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 나뭇가지 수준인지 뿌리 수준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오늘 가시덤불의 가지들을 제거한다면 다음 해에 덤불에 긁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가지만 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니까 폭식만을 줄이려고 애썼지, 왜 스트레스가 쌓이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다짐만 했지, 왜 운동이 지속되지 않는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습관도 계절처럼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하기에 습관도 새로움을 덧입어야 한다니, 과거에 유용했던 습관도 현재 삶에 부합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에 뜨끔했다. 


20대의 나에게 맞았던 습관을 40대인 지금도 똑같이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나. 애초에 습관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습관은 한번 정하면 평생 가는 거라고만 믿었다. 마흔 이후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진다는 걸 배웠다.


"완벽히 백지로 비워 내는 것. 
만약 삶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가장 오래 머문 질문이었다. 답하는 데 시간도 가장 오래 걸렸다. 사실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싫었다.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이루어질 거라 믿고 말하다보면 현실이 바뀐다고? 인생이 그렇게 쉬울 리가! 그런데 쓰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꿈이 실현되든 안 되든, 꿈꾸고 기대하며 사는 삶이 그 자체로 훨씬 더 행복한 거 아닐까?


이 워크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론이 아니었다. 습관이라는 작은 단면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 것, 바로 나였다. 아주 작은 습관으로 이루어진 삶을 다층적으로 돌아보니, 내 삶 전체가 단정해졌다.



"계획 없이 되는대로 사는 게 
정말 내게 맞는 방식일까?" 


이 질문에 답하며 나도 좋은 습관들을 스스로 만들고 키워가며 삶을 탄탄하게 다져갈 힘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뭉뚱그렸던 내가 진짜 나로 여겼던 착각을 끊고, 구체적인 질문이 도출한 새로운 나를 믿어보려 한다.


일주일 전의 나는 워크북을 펼치며 불안했다. 채울 게 없으면 어쩌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안다. 빈약해 보이는 삶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중요한 건 들여다볼 용기였다.


감사합니다, 제임스 클리어. 
당신의 워크북은 거울이었습니다.



#샘플북서포터즈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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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 끝끝내 이기는 승부에 관하여
염경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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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이런 제목을 좋아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저절로 기억에 박히는 제목이 있다. 읽지 않았어도 제목만으로 생각을 환기시키고 삶의 의미를 함축한 "좋은 제목 리스트"에 이 책도 추가해본다. 그렇다고 제목이 전부인 책은 아니다. 제목의 첫인상은 따뜻한 격려였지만 책을 읽고 나면 생의 냉철함과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반전매력을 가진 책이다.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는 실패한 야구 선수에서 끝끝내 이기는 승부로 명장이 된 염경엽의 인생 이야기다.


아버지가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기태랑 종범이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맨날 잠만 자냐. 노력을 좀 해라."
- 22면


실패한 야구 선수로 유니폼을 벗고 프런트 직원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는 죽기 살기로 일한다. 직원에서 팀장으로, 코치와 감독, 그리고 단장으로. 그는 그가 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염경엽은 선수, 단장,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KBO 최초의 인물이자, 프로야구 역대 12번째로 600승 고지에 오른 명장이다. LG 트윈스 최초로 두 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감독이기도하다. 하지만 눈부신 경력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성공담으로 들리진 않았다. 그는 성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뼈아픈 좌절과 실패를 치열하게 극복한 과정을 내세운다.


염경엽은 '염갈량'이라고도 불린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만년 하위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며, 놀라운 전략 운영과 지도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절실함과 학습 루틴’을 강조하는 그는 선수 시절 겪은 실패의 기록을 버리지 않고 분석하고 메모했다. 실패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었고, 이를 끊임없는 실험과 피드백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이 책은 지략가의 ‘전술서’였다.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걸 살아내며 배웠고,
이제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당신의 인생도 바뀔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썼다."
- 9면


진심이 통하는 책을 좋아한다.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왜 자신의 숱한 실패와 치부를 밝힐 수밖에 없었는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을 이야기를 책으로 영원히 내놓은 이유는 "타인"에게 있었다.


지난날 자신이 했던 똑같은 후회를 누군가는 하지 않도록, 그 길에서 덜 다치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깨워 줄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자신이 인생 후배들에게 채워주고픈 사랑 때문이다.


경험을 비밀로 감추면 한 사람만의 기억으로 끝나지만, 세상에 드러내면 수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이자 길이 된다. 넘어짐을 성장으로 바꾸어 도약할 사람들을 위한 실패 사용설명서가 된다. 사랑으로 쓴 책을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명장의 문장은 그대로 명언이 되는 모양이다.
머리와 가슴에 박히는 명문이 범람하듯 흘렀다.

"노력을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모든 변화를 메모에서 출발했다"
"안 되는 것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러자면 내가 일하는 조직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했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당당히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남자의 자존심'이다"
등등등...


이호선 교수는 매일 10페이지씩 읽고, 일주일에 한 문장씩 외울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그 재료들을 얼마든지 주울 수 있으니 꼭 시도해보기를!


점점 남자다움을 잃어가는 이 시대의 에겐남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이 말하는 ‘힘’은 과시가 아니라 책임이다. ‘남자다움’은 포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 결함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태도다. 숨기면 편하지만 성장하지 못한다. 드러내면 두렵지만 단단해진다. 식스팩만 키울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잔뜩 키워 자신만의 세계를 나답게 세워가는 멋진 승부사가 되기를 응원한다!


#서평단 #도서지원 #결국너의시간은온다 #염경엽 #LG트윈스 #웅진지식하우스 #야구감독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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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찾아줘
제이미 그린 지음, 손주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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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 그린, 우리를 찾아줘 ●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막연히 무언가를 그리워한 적이 있는가? 저 머나먼 우주 어딘가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까? 제이미 그린의 《우리를 찾아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과학과 상상력, 철학을 융합한 우주생물학적 시각으로 외계 생명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은 “우주 전체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하고, 퍼질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화학, 미생물학 등 여러 과학 분야가 섞여 있다.


그래서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당연하다. 우주라는 무한한 미지의 세계를 이렇게나 폭넓은 학제적 지식 위에서 살펴보다니, 저자가 천재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과학적 모델과 철학적 사유, SF적 상상이 버무려져 있어 21세기 버전의 코스모스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 책은 절대 아니다. 저자 역시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길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보단 우주적인 스케일로 호기심과 사유의 폭을 넓히기를 바랐으리라.


나는 과학을 메타포로 삼은 철학적인 인문교양서를 읽는 것 같았다. 우주라는 광활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겸손한 고백과 희망을 들었다.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의 의미와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를 찾아줘》는 독자를 별빛 아래로 데려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한한 우주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느낀다. 동시에, 그 광활함을 이해하려 애쓰는 이 작은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도 깨닫는다.


외계행성을 여행하고, 가능한 생명의 형태를 상상하고, 우주 어딘가의 누군가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독자의 시선은 지구로, 인간으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우주를 향한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우주를 본 눈으로 지구를 다시 보게 되고, 외계를 상상한 마음으로 인간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


외계 생명을 찾는 여정이 결국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되어 나의 좁은 관념을 넓히는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그저 한 점, 잠시동안 재미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 물질의 깜박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 18면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바깥을 공부할수록 지구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워요. 그게 제가 사랑하는 일입니다."
- 107면

"만약 우리가 미래에 될 어떤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그 외계 생명은 아마 기계일 겁니다."
- 231면


인간이 외계 생명을 찾으려는 이유는 결국 거울을 얻기 위해서다. 우주에 생명체가 있든 없든 그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상하고 바깥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를 더 잘 들여다보게 하는 우주의 시선이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외계 생명체 너머에 있는, 어쩌면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우리 자신을 내내 응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마음 속에서 겸손과 경이로움, 위기감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리는 우주에서 작고 평범한 존재다. 동시에, 생각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우리는 눈부시게 특별한 존재다. 한편으로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외계 생명이 인류에게 외치는 호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까운 것 같다. 우주의 어둠 속에 누군가를 찾는 모험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인간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인류의 우주적 의미를 찾아달라는, 우리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 아닐까.


"다른 세계를 알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그들의 존재를 생생하게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의 세포에 집을 만든 이국적 밀항자, 외계 행성에 존재할 법한 생명들, 뒷마당의 새나 박쥐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 3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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