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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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워크북을 일주일간 채워가며, 나는 그동안 놓쳐왔던 나 자신과 마주했다.


"난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것들을 못 지키는 사람이야." 이것이 내가 나를 정의하던 방식이었다. 계획형이 아닌 극 P형, 눈앞에 닥쳐서야 한 발을 떼는 유형. 실패가 두려워 처음부터 체계적인 활동을 회피하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내게 맞는 스타일이라 합리화했다. 써놓고 보니 참 대책 없었네.


그러나 워크북의 질문들은 가차 없었다. 습관을 평가하고, 정체성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방해 요소와 극복 방법을 기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입할 습관이 몇 없었다. 겨우겨우 짜내는 느낌으로 답을 채워가니 내 삶이 참 빈약해 보였다. 동시에 이렇게 소박한 습관들로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온 내가 기특하기도 했다. 숨어있던 모순된 진심을 만나서 기쁘다.


일주일 동안 워크북을 꼬박꼬박 채워온 나를 돌아보고서야 알았다. 난 그렇게 대책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질문에 답할 재료들을 가진 삶이었고, 고민할 사고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션을 매일 완수할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늘어난 주름과 잡티가 아닌, 그 뒤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속사람을 만난 시간. 습관이라는 렌즈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


목표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현재 시스템의 효과를 점수로 매기고, 이상적인 시스템을 상상해 보라는 미션에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습관만 다루라는 것. 한 번에 시도하는 변화가 많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했다. 


아, 그래서 내가 자주 실패했구나. 새해 다짐처럼 한꺼번에 열 가지를 바꾸려다 일주일 만에 포기하고, '역시 난 안 돼'라고 낙인찍었던 패턴이 보였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이었다.



특히 '습관 테스트'가 유용했다. 습관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 나뭇가지 수준인지 뿌리 수준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오늘 가시덤불의 가지들을 제거한다면 다음 해에 덤불에 긁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가지만 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니까 폭식만을 줄이려고 애썼지, 왜 스트레스가 쌓이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다짐만 했지, 왜 운동이 지속되지 않는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습관도 계절처럼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하기에 습관도 새로움을 덧입어야 한다니, 과거에 유용했던 습관도 현재 삶에 부합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에 뜨끔했다. 


20대의 나에게 맞았던 습관을 40대인 지금도 똑같이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나. 애초에 습관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습관은 한번 정하면 평생 가는 거라고만 믿었다. 마흔 이후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진다는 걸 배웠다.


"완벽히 백지로 비워 내는 것. 
만약 삶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가장 오래 머문 질문이었다. 답하는 데 시간도 가장 오래 걸렸다. 사실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싫었다.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이루어질 거라 믿고 말하다보면 현실이 바뀐다고? 인생이 그렇게 쉬울 리가! 그런데 쓰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꿈이 실현되든 안 되든, 꿈꾸고 기대하며 사는 삶이 그 자체로 훨씬 더 행복한 거 아닐까?


이 워크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론이 아니었다. 습관이라는 작은 단면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 것, 바로 나였다. 아주 작은 습관으로 이루어진 삶을 다층적으로 돌아보니, 내 삶 전체가 단정해졌다.



"계획 없이 되는대로 사는 게 
정말 내게 맞는 방식일까?" 


이 질문에 답하며 나도 좋은 습관들을 스스로 만들고 키워가며 삶을 탄탄하게 다져갈 힘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뭉뚱그렸던 내가 진짜 나로 여겼던 착각을 끊고, 구체적인 질문이 도출한 새로운 나를 믿어보려 한다.


일주일 전의 나는 워크북을 펼치며 불안했다. 채울 게 없으면 어쩌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안다. 빈약해 보이는 삶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중요한 건 들여다볼 용기였다.


감사합니다, 제임스 클리어. 
당신의 워크북은 거울이었습니다.



#샘플북서포터즈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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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 끝끝내 이기는 승부에 관하여
염경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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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이런 제목을 좋아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저절로 기억에 박히는 제목이 있다. 읽지 않았어도 제목만으로 생각을 환기시키고 삶의 의미를 함축한 "좋은 제목 리스트"에 이 책도 추가해본다. 그렇다고 제목이 전부인 책은 아니다. 제목의 첫인상은 따뜻한 격려였지만 책을 읽고 나면 생의 냉철함과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반전매력을 가진 책이다.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는 실패한 야구 선수에서 끝끝내 이기는 승부로 명장이 된 염경엽의 인생 이야기다.


아버지가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기태랑 종범이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맨날 잠만 자냐. 노력을 좀 해라."
- 22면


실패한 야구 선수로 유니폼을 벗고 프런트 직원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는 죽기 살기로 일한다. 직원에서 팀장으로, 코치와 감독, 그리고 단장으로. 그는 그가 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염경엽은 선수, 단장,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KBO 최초의 인물이자, 프로야구 역대 12번째로 600승 고지에 오른 명장이다. LG 트윈스 최초로 두 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감독이기도하다. 하지만 눈부신 경력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성공담으로 들리진 않았다. 그는 성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뼈아픈 좌절과 실패를 치열하게 극복한 과정을 내세운다.


염경엽은 '염갈량'이라고도 불린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만년 하위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며, 놀라운 전략 운영과 지도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절실함과 학습 루틴’을 강조하는 그는 선수 시절 겪은 실패의 기록을 버리지 않고 분석하고 메모했다. 실패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었고, 이를 끊임없는 실험과 피드백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이 책은 지략가의 ‘전술서’였다.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걸 살아내며 배웠고,
이제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당신의 인생도 바뀔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썼다."
- 9면


진심이 통하는 책을 좋아한다.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왜 자신의 숱한 실패와 치부를 밝힐 수밖에 없었는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을 이야기를 책으로 영원히 내놓은 이유는 "타인"에게 있었다.


지난날 자신이 했던 똑같은 후회를 누군가는 하지 않도록, 그 길에서 덜 다치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깨워 줄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자신이 인생 후배들에게 채워주고픈 사랑 때문이다.


경험을 비밀로 감추면 한 사람만의 기억으로 끝나지만, 세상에 드러내면 수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이자 길이 된다. 넘어짐을 성장으로 바꾸어 도약할 사람들을 위한 실패 사용설명서가 된다. 사랑으로 쓴 책을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명장의 문장은 그대로 명언이 되는 모양이다.
머리와 가슴에 박히는 명문이 범람하듯 흘렀다.

"노력을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모든 변화를 메모에서 출발했다"
"안 되는 것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러자면 내가 일하는 조직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했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당당히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남자의 자존심'이다"
등등등...


이호선 교수는 매일 10페이지씩 읽고, 일주일에 한 문장씩 외울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그 재료들을 얼마든지 주울 수 있으니 꼭 시도해보기를!


점점 남자다움을 잃어가는 이 시대의 에겐남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이 말하는 ‘힘’은 과시가 아니라 책임이다. ‘남자다움’은 포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 결함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태도다. 숨기면 편하지만 성장하지 못한다. 드러내면 두렵지만 단단해진다. 식스팩만 키울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잔뜩 키워 자신만의 세계를 나답게 세워가는 멋진 승부사가 되기를 응원한다!


#서평단 #도서지원 #결국너의시간은온다 #염경엽 #LG트윈스 #웅진지식하우스 #야구감독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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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찾아줘
제이미 그린 지음, 손주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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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 그린, 우리를 찾아줘 ●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막연히 무언가를 그리워한 적이 있는가? 저 머나먼 우주 어딘가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까? 제이미 그린의 《우리를 찾아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과학과 상상력, 철학을 융합한 우주생물학적 시각으로 외계 생명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은 “우주 전체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하고, 퍼질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화학, 미생물학 등 여러 과학 분야가 섞여 있다.


그래서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당연하다. 우주라는 무한한 미지의 세계를 이렇게나 폭넓은 학제적 지식 위에서 살펴보다니, 저자가 천재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과학적 모델과 철학적 사유, SF적 상상이 버무려져 있어 21세기 버전의 코스모스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 책은 절대 아니다. 저자 역시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길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보단 우주적인 스케일로 호기심과 사유의 폭을 넓히기를 바랐으리라.


나는 과학을 메타포로 삼은 철학적인 인문교양서를 읽는 것 같았다. 우주라는 광활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겸손한 고백과 희망을 들었다.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의 의미와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를 찾아줘》는 독자를 별빛 아래로 데려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한한 우주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느낀다. 동시에, 그 광활함을 이해하려 애쓰는 이 작은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도 깨닫는다.


외계행성을 여행하고, 가능한 생명의 형태를 상상하고, 우주 어딘가의 누군가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독자의 시선은 지구로, 인간으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우주를 향한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우주를 본 눈으로 지구를 다시 보게 되고, 외계를 상상한 마음으로 인간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


외계 생명을 찾는 여정이 결국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되어 나의 좁은 관념을 넓히는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그저 한 점, 잠시동안 재미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 물질의 깜박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 18면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바깥을 공부할수록 지구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워요. 그게 제가 사랑하는 일입니다."
- 107면

"만약 우리가 미래에 될 어떤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그 외계 생명은 아마 기계일 겁니다."
- 231면


인간이 외계 생명을 찾으려는 이유는 결국 거울을 얻기 위해서다. 우주에 생명체가 있든 없든 그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상하고 바깥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를 더 잘 들여다보게 하는 우주의 시선이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외계 생명체 너머에 있는, 어쩌면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우리 자신을 내내 응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마음 속에서 겸손과 경이로움, 위기감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리는 우주에서 작고 평범한 존재다. 동시에, 생각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우리는 눈부시게 특별한 존재다. 한편으로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외계 생명이 인류에게 외치는 호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까운 것 같다. 우주의 어둠 속에 누군가를 찾는 모험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인간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인류의 우주적 의미를 찾아달라는, 우리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 아닐까.


"다른 세계를 알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그들의 존재를 생생하게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의 세포에 집을 만든 이국적 밀항자, 외계 행성에 존재할 법한 생명들, 뒷마당의 새나 박쥐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 325면


#우리를찾아줘 #제이미그린 #위뷰 #위즈덤하우스 #우주생물학 #외계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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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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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만난 시 한 줄이
인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를 직접 골라 마음을 덧붙이고
나태주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에피소드를 엮어
묶은 시 모음집인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020년과 2025년에 1,2권으로 출간되었다.


"서럽고 고달픈 마음, 외로운 마음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흔들리는 심사가 천천히 가라앉았습니다.
기쁨에 부푼 마음도 공손히 가라앉곤 했습니다.
시가 주는 덕성입니다.
힘이고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그런 시들은 나에게 약이 되어주었습니다.
마음의 약입니다. 영혼의 상처를 다스려주는 약이고
거친 마음을 달래주는 약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살리는 시를 생각합니다."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1>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은 위 두 권의 시선집을
필사 버전으로 만들어 독자가 시의 미묘한 감정과 리듬을
손글씨로 느끼고 체화하게 한다.


샘플북 서평단으로 만난 필사집이라 8편의 시를 필사해보았다.
정식 출간본에서는 76편의 시와 2편의 노래 가사를 만날 수 있다.
황가람이 부른 국민 노래 〈나는 반딧불〉과
시인이 뽑은 ‘노랫말이 아름다운 뮤지션’ 루시드 폴의 〈물이 되는 꿈〉
나태주 시인이 꼽은 노래라니, 흘려듣지 못하겠다.
노랫말에 바짝 귀를 기울이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피로를 손글씨로 녹이고,
반복해서 문장을 써 내려가면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손으로 쓰는 명상’ 필사.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을 읽고,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며 따라 쓰는 동안
나의 생각과 감정이 시와 섞이는 것 같았다.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두었더니
필사집을 다시 펼칠 때마다
당시의 마음과 감정선을 떠올릴 수 있어
꾸준히 지속한다면 자기 성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인의 영혼을 담아 다듬고 다듬은 언어는
독자가 체득하기 가장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많은 필사집 중에서도
시 필사책이 가장 탐난다.


더군다나 요즘 ‘라이팅힙(writing-hip)’이 트렌드다.
손글씨나 필사 자체를 힙한 문화로 즐기며
미적이고 감각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가 부상하고 있다.
필사한 구절을 SNS에 공유하 콘텐츠를 볼 때마다
다정한 마음들이 널리 퍼지는 것 같아 힘이 날 때가 많았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 역시 디자인과 제본까지
필사 경험을 고려해 사철제본과 연분홍빛 모조지로 제작됐다.
정식본에서는 가을빛 아날로그 감성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좋은 인생을 꿈꾸십니까?
그렇다면 좋은 문장을 가까이하며
읽고, 베끼고, 드디어 외우기까지 해보십시오.
분명히 자신도 모르게 그 좋은 문장이
우리를 자신의 곁으로 이끌어줄 것이며
자신을 닮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고
가지런한 인생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당신도 좋은 시를 골라서
읽고 시를 외우고 또 베끼기도 해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들리지 않던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 작가의 말


두 번씩이나 언급하며
좋은 시를 가까이하길 강조하는 나태주 시인.
그가 마음을 주고, 그를 살린 시들이
우리에게도 와서 우리를 살리고,
인생의 살가운 길동무가 되기를 원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고요한 마음에 와닿았다.


시인이 골라놓은 언어 위에 손글씨를 더하며
한 줄을 쓰고 멈춰보는 잠깐의 틈에서,
시인의 언어와 내 마음을 맞춰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더 선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 한 줄을 손으로 쓰는 느린 숨 속에서
하루가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오늘도 시가 나에게
감사하며, 기뻐하며, 감탄하며
살라고 한다.

* 2025년 11월 19일에 정식 출간됩니다. *





#서평단 #도서지원 #나태주 #시선집 #시필사 #시필사집 #시가나에게살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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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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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쪽에 육박하는 두툼한 책이 도착했다. 우주에서 별이 폭발하듯 뇌가 활성화된 표지에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는 웅장한 부제가 눈길을 끈다. '쉬운 책은 아니겠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구나.' 각오를 다진다.


첫 번째 페이지에서 바로 멈칫했다.
"2021년 3월, 대령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낙하했다. ......
연구원은 자신을 앵거스 플레처 교수 연구소의 수석 분석가 마이크 벤베니스트 박사라고 소개했다. ....
대령은 정중히 물었다.
"인간 두뇌의 아주 오래된 영역에 숨어 있지만 우주시대의 컴퓨터는 가지지 못한 그 능력은 무엇입니까?"
연구원은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는 그것을 '고유지능'이라고 부릅니다."
- 10~12면


학술서의 외양을 갖추고선 소설처럼 시작하다니, 어디까지가 사실인 거야? 혼란스럽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고유지능》의 저자 이름이 바로 앵거스 플레처.
그는 자신을 소설의 인물처럼 등판시켰다. 자신의 연구를 군부대와의 비밀 프로젝트로 007 작전처럼 신비롭게 꾸민 뻔뻔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은 더 빨라졌다. "이 분, 진짜 스토리로 썼네?"


저자는 신경과학을 전공한 문학박사로 "스토리씽킹 (직관(예외적 정보 감지)+ 상상력('왜'와 '만약에'를 추측)"을 연구한 스토리 과학자다.


스토리가 의미를 전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라고 여기는 학자로서, 자신이 이 책에서 말하는 연구 내용을 독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설명하는 대신 '소설적 내러티브'로 풀어냈다. 복잡한 학술 내용이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토리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창의성과 진지해야 할 학자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용기 있는 시도를 선택한 뻔뻔함이 유쾌했다. 그 태도가 흥미로워 책에 마음을 활짝 열고 말았다.


그렇다면 고유지능이란 뭘까?
AI는 절대 넘볼 수 없는 인간 사고의 본질.
현대 사회는 논리와 데이터 중심의 지능 개념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지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극심한 현시대에는 인간에게만 있는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 네 가지 고유한 사고 능력으로 구성된 ‘고유지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삶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적은 정보로도
작동할 수 있는 지능이 필요하다.
우리 뇌에서 그러한 지능을 이끄는 것은
바로 이야기로 사고하는 능력,
즉 스토리씽킹이다."
- 376 면


스토리씽킹은 고유지능의 네 가지 능력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뼈대이자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장면을 그려보고, 감정을 해석하며, 다음 전개를 예측하는 서사 엔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생물학적이고 훈련 가능한 지능으로 규정하고, 미국 육군 특수부대와 협업해 훈련법의 효과를 입증했다. 공식 평가 지표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보통 → 우수 → 탁월 수준으로 올라갔다.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훈련하면 변화에 적응하고 혼란 속에서도 목표를 이루며, 가능성을 더 빨리 발견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그 방법들이 이 책에 구체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인간은 의미를 만들어낸다.
AI가 패턴을 찾는 동안,
인간은 예외를 감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한다.
이것이 우리의 고유지능이다.


"난 지금 어떤 이야기를 살고 있지?"
“만약 이렇게 된다면?”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내 하루를 방해할 만한 예상치 못한 문제는?"
"내가 성공한 일 한 가지를 누군가가 나만큼
잘하려면 따라야 할 규칙 세 가지는 뭘까?"


고유지능을 깨워줄 다양한 질문이 책에 선물처럼 가득했다. 이러한 질문들을 글쓰기에도 적용해 예외나 빈틈을 읽어내는 감각으로 직관과 상상력을 훈련하고 싶다. 일상을 바라볼 때도 “하나의 이상한 점, 하나의 다른 가능성”을 먼저 질문해 보려 한다. 어떤 글을 쓰든 이야기로 구성해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색다른 방식을 꼭 시도해 보고 싶다.


잠들어 있는 우리 안에 위대한 지성을 깨운다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으로 인간다움을 증폭시키는 사람, 변화 속에서 새로운 해답을 만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의미를 창조하고 예외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을 떠나고 싶다면 《고유지능》을 강력 추천한다.


#서평단 #도서지원 #고유지능 #앵거스플레처 #인플루엔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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