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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 끝끝내 이기는 승부에 관하여
염경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이런 제목을 좋아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저절로 기억에 박히는 제목이 있다. 읽지 않았어도 제목만으로 생각을 환기시키고 삶의 의미를 함축한 "좋은 제목 리스트"에 이 책도 추가해본다. 그렇다고 제목이 전부인 책은 아니다. 제목의 첫인상은 따뜻한 격려였지만 책을 읽고 나면 생의 냉철함과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반전매력을 가진 책이다.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는 실패한 야구 선수에서 끝끝내 이기는 승부로 명장이 된 염경엽의 인생 이야기다.
아버지가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기태랑 종범이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맨날 잠만 자냐. 노력을 좀 해라."
- 22면
실패한 야구 선수로 유니폼을 벗고 프런트 직원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는 죽기 살기로 일한다. 직원에서 팀장으로, 코치와 감독, 그리고 단장으로. 그는 그가 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염경엽은 선수, 단장,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KBO 최초의 인물이자, 프로야구 역대 12번째로 600승 고지에 오른 명장이다. LG 트윈스 최초로 두 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감독이기도하다. 하지만 눈부신 경력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성공담으로 들리진 않았다. 그는 성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뼈아픈 좌절과 실패를 치열하게 극복한 과정을 내세운다.
염경엽은 '염갈량'이라고도 불린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만년 하위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며, 놀라운 전략 운영과 지도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절실함과 학습 루틴’을 강조하는 그는 선수 시절 겪은 실패의 기록을 버리지 않고 분석하고 메모했다. 실패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었고, 이를 끊임없는 실험과 피드백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이 책은 지략가의 ‘전술서’였다.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걸 살아내며 배웠고,
이제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당신의 인생도 바뀔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썼다."
- 9면
진심이 통하는 책을 좋아한다.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왜 자신의 숱한 실패와 치부를 밝힐 수밖에 없었는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을 이야기를 책으로 영원히 내놓은 이유는 "타인"에게 있었다.
지난날 자신이 했던 똑같은 후회를 누군가는 하지 않도록, 그 길에서 덜 다치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깨워 줄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자신이 인생 후배들에게 채워주고픈 사랑 때문이다.
경험을 비밀로 감추면 한 사람만의 기억으로 끝나지만, 세상에 드러내면 수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이자 길이 된다. 넘어짐을 성장으로 바꾸어 도약할 사람들을 위한 실패 사용설명서가 된다. 사랑으로 쓴 책을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명장의 문장은 그대로 명언이 되는 모양이다.
머리와 가슴에 박히는 명문이 범람하듯 흘렀다.
"노력을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모든 변화를 메모에서 출발했다"
"안 되는 것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러자면 내가 일하는 조직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했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당당히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남자의 자존심'이다"
등등등...
이호선 교수는 매일 10페이지씩 읽고, 일주일에 한 문장씩 외울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그 재료들을 얼마든지 주울 수 있으니 꼭 시도해보기를!
점점 남자다움을 잃어가는 이 시대의 에겐남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이 말하는 ‘힘’은 과시가 아니라 책임이다. ‘남자다움’은 포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 결함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태도다. 숨기면 편하지만 성장하지 못한다. 드러내면 두렵지만 단단해진다. 식스팩만 키울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잔뜩 키워 자신만의 세계를 나답게 세워가는 멋진 승부사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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