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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ㅣ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워크북을 일주일간 채워가며, 나는 그동안 놓쳐왔던 나 자신과 마주했다.
"난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것들을 못 지키는 사람이야." 이것이 내가 나를 정의하던 방식이었다. 계획형이 아닌 극 P형, 눈앞에 닥쳐서야 한 발을 떼는 유형. 실패가 두려워 처음부터 체계적인 활동을 회피하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내게 맞는 스타일이라 합리화했다. 써놓고 보니 참 대책 없었네.
그러나 워크북의 질문들은 가차 없었다. 습관을 평가하고, 정체성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방해 요소와 극복 방법을 기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입할 습관이 몇 없었다. 겨우겨우 짜내는 느낌으로 답을 채워가니 내 삶이 참 빈약해 보였다. 동시에 이렇게 소박한 습관들로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온 내가 기특하기도 했다. 숨어있던 모순된 진심을 만나서 기쁘다.
일주일 동안 워크북을 꼬박꼬박 채워온 나를 돌아보고서야 알았다. 난 그렇게 대책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질문에 답할 재료들을 가진 삶이었고, 고민할 사고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션을 매일 완수할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늘어난 주름과 잡티가 아닌, 그 뒤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속사람을 만난 시간. 습관이라는 렌즈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했다.
목표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현재 시스템의 효과를 점수로 매기고, 이상적인 시스템을 상상해 보라는 미션에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습관만 다루라는 것. 한 번에 시도하는 변화가 많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했다.
아, 그래서 내가 자주 실패했구나. 새해 다짐처럼 한꺼번에 열 가지를 바꾸려다 일주일 만에 포기하고, '역시 난 안 돼'라고 낙인찍었던 패턴이 보였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이었다.
특히 '습관 테스트'가 유용했다. 습관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 나뭇가지 수준인지 뿌리 수준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오늘 가시덤불의 가지들을 제거한다면 다음 해에 덤불에 긁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가지만 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니까 폭식만을 줄이려고 애썼지, 왜 스트레스가 쌓이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다짐만 했지, 왜 운동이 지속되지 않는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습관도 계절처럼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하기에 습관도 새로움을 덧입어야 한다니, 과거에 유용했던 습관도 현재 삶에 부합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에 뜨끔했다.
20대의 나에게 맞았던 습관을 40대인 지금도 똑같이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나. 애초에 습관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습관은 한번 정하면 평생 가는 거라고만 믿었다. 마흔 이후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워진다는 걸 배웠다.
"완벽히 백지로 비워 내는 것.
만약 삶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가장 오래 머문 질문이었다. 답하는 데 시간도 가장 오래 걸렸다. 사실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싫었다.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이루어질 거라 믿고 말하다보면 현실이 바뀐다고? 인생이 그렇게 쉬울 리가! 그런데 쓰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꿈이 실현되든 안 되든, 꿈꾸고 기대하며 사는 삶이 그 자체로 훨씬 더 행복한 거 아닐까?
이 워크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론이 아니었다. 습관이라는 작은 단면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 것, 바로 나였다. 아주 작은 습관으로 이루어진 삶을 다층적으로 돌아보니, 내 삶 전체가 단정해졌다.
"계획 없이 되는대로 사는 게
정말 내게 맞는 방식일까?"
이 질문에 답하며 나도 좋은 습관들을 스스로 만들고 키워가며 삶을 탄탄하게 다져갈 힘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뭉뚱그렸던 내가 진짜 나로 여겼던 착각을 끊고, 구체적인 질문이 도출한 새로운 나를 믿어보려 한다.
일주일 전의 나는 워크북을 펼치며 불안했다. 채울 게 없으면 어쩌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안다. 빈약해 보이는 삶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중요한 건 들여다볼 용기였다.
감사합니다, 제임스 클리어.
당신의 워크북은 거울이었습니다.
#샘플북서포터즈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