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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찾아줘
제이미 그린 지음, 손주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 제이미 그린, 우리를 찾아줘 ●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막연히 무언가를 그리워한 적이 있는가? 저 머나먼 우주 어딘가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을까? 제이미 그린의 《우리를 찾아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과학과 상상력, 철학을 융합한 우주생물학적 시각으로 외계 생명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은 “우주 전체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화하고, 퍼질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화학, 미생물학 등 여러 과학 분야가 섞여 있다.
그래서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당연하다. 우주라는 무한한 미지의 세계를 이렇게나 폭넓은 학제적 지식 위에서 살펴보다니, 저자가 천재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과학적 모델과 철학적 사유, SF적 상상이 버무려져 있어 21세기 버전의 코스모스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 책은 절대 아니다. 저자 역시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길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보단 우주적인 스케일로 호기심과 사유의 폭을 넓히기를 바랐으리라.
나는 과학을 메타포로 삼은 철학적인 인문교양서를 읽는 것 같았다. 우주라는 광활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겸손한 고백과 희망을 들었다.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의 의미와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를 찾아줘》는 독자를 별빛 아래로 데려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한한 우주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느낀다. 동시에, 그 광활함을 이해하려 애쓰는 이 작은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도 깨닫는다.
외계행성을 여행하고, 가능한 생명의 형태를 상상하고, 우주 어딘가의 누군가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독자의 시선은 지구로, 인간으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우주를 향한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우주를 본 눈으로 지구를 다시 보게 되고, 외계를 상상한 마음으로 인간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
외계 생명을 찾는 여정이 결국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되어 나의 좁은 관념을 넓히는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그저 한 점, 잠시동안 재미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 물질의 깜박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 18면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바깥을 공부할수록 지구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워요. 그게 제가 사랑하는 일입니다."
- 107면
"만약 우리가 미래에 될 어떤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그 외계 생명은 아마 기계일 겁니다."
- 231면
인간이 외계 생명을 찾으려는 이유는 결국 거울을 얻기 위해서다. 우주에 생명체가 있든 없든 그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상하고 바깥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를 더 잘 들여다보게 하는 우주의 시선이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외계 생명체 너머에 있는, 어쩌면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우리 자신을 내내 응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마음 속에서 겸손과 경이로움, 위기감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리는 우주에서 작고 평범한 존재다. 동시에, 생각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우리는 눈부시게 특별한 존재다. 한편으로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외계 생명이 인류에게 외치는 호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까운 것 같다. 우주의 어둠 속에 누군가를 찾는 모험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인간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인류의 우주적 의미를 찾아달라는, 우리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 아닐까.
"다른 세계를 알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그들의 존재를 생생하게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의 세포에 집을 만든 이국적 밀항자, 외계 행성에 존재할 법한 생명들, 뒷마당의 새나 박쥐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 3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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