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점 정리의 기술 - 책부터 기획서, 보고서, 회의, 발표까지
박경수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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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뭘까.
나는 요약이었다. 책 한 권의 전체 흐름과 내용을 파악한 뒤, 핵심을 뽑아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일. 단 몇 문장으로 이뤄진 한 단락을 쓰기 위해 반나절을 꼬박 책과 씨름해야 하는 셈이다.


책을 읽는다고 요약이 뚝딱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요모조모 책을 돌려봐야 책 한 권이라는 숲이 보인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숲속에 작게 난 요점이라는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1년 넘게 요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매번 새롭다. 감상으로 대신할 때도 많고, 출판사가 제공한 자료를 참고할 때도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매년 수십만 페이지의 보고서를 보고 요점만 전달하는 경영 컨설턴트, 지금은 기획 및 보고서 쓰기를 주제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는 박경수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큰 도움이 됐다. 요약이 무엇인지, 요점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념을 배우고 나니 요약의 본질이 보였다.


"요점 파악을 힘들어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글의 목적보다 내용에 더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내용에 집중해도 목적을 모르면
그 글은 텍스트일 뿐이다.
글의 내용을 하나의 관점으로 묶을 수가 없다.
글을 읽고 있어도 수많은 글의 파편이
머릿속에서 오갈 뿐이다."
- 32면


바로 나였다. 나는 나무를 보는 사람이다. 책이 소개하는 새로운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에 빠지다 보면 글의 목적이나 이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문장들이 구슬로 굴러다니기만 할 뿐 하나로 꿸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글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143면


글을 쓴 이유를 묻는 것. "왜"를 염두에 두고 읽을 때 글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것이 목적을 의식하는 읽기다. 글쓴이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가 잡힌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기에, 독자의 대화 상대인 글쓴이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의도에 초점을 두고,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 동시에 내가 가진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나는 내려놓고 글에 빠져 글쓴이에 귀 기울일 때, 글의 관점이 드러날 것이다.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완벽한 요점 정리가 가능하다."
-43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핵심을 추출할 수 있다. 이제는 나로 돌아와 주체적인 글쓰기를 시작한다. 자기화한 언어로 핵심 문장들을 재구성하면 완결성을 가진 하나의 요약문이 탄생한다. 이것이 요점 정리의 본질이다.


그렇다. 쉽지 않다. 사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당장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독해력, 사고력, 표현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발산할 수 있는 사회다. 넘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학업과 업무와 관계 소통에 요체가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점 정리는 우리의 일상이다."
-8면

"누군가 지식을 발산하면
다른 누군가는 이 지식을 수렴해 줘야 한다.
수많은 지식을 한 바구니에 잘 담아야 한다.
요점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 27면


이제 나는 읽을 때마다 글에게 물을 것이다.
‘이 글은 왜 쓰였을까?’


요점 정리는 단순한 내용 축약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를 꿰뚫고, 나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저자의 '왜'에 나를 얹어 같이 흐르는 일이다. 글을 통해 나의 세계를 하나 더 재창조하는 근사한 일이다.


전보다 체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지만 사실 저자의 요약 방식을 모두 적용하진 못할 것 같다. 내 방식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와닿는 문장 하나에 반응한다. 숲 전체를 보기보다 나무 한 그루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 나무에서 지적이고 감각적인 무엇을 발견할 때 참으로 행복하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숲 전체를 그리는 사람인 것이다.


이제는 시선을 들어 멀리 내다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나무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더 많겠지만 나무가 자라는 숲의 방향도 궁금해졌다. 한 문장을 품에 안고, 글의 숲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그 여정이 더 풍성한 나만의 풍경을 이룰 것이다.


#도서지원 #요점정리의기술 #유노북스 #박경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책추천 #요점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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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
슈히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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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콘셉트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여성이 화장을 한다. 화장을 못하는 내 눈은 능숙하게 화장하는 손놀림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데도 그녀는 친구와 수다 떨듯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까지 건넨다. 대화 주제는 연애나 인간관계에 관한 팁들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언니처럼 성숙했다. 카메라를 거울삼아 정면을 응시한 채 민낯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신감이 보기 좋다. 화장을 마친 모습도 참 예쁘다.


이 예쁜 언니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의 저자, 슈히였다. 우연히 본 영상의 주인공을 책으로 다시 만나다니 반갑고 설레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수영하다 물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다. "사랑을 할 것", 수영을 하면 건강해진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비유처럼 이 책은 따뜻하고도 쿨한 시선으로 사랑을 이기한다. 찐핑크와 블랙을 대비시킨 표지도 그녀의 이미지와 닮았다. 감각적으로 편집된 책에는 그녀가 지나온 사랑의 시간이 생생하게 담겼다.


40대에 2,30대를 위한 책을 읽으니 회춘해서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또래의 연애 얘기를 들으며 수다떠는 기분이었다. 겁이 많아 회피만 하던 나의 20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젊은 날이 지금도 종종 후회로 떠오른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눈부신 청춘의 기록이었다.


저자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하며, 사랑으로 삶을 배운 사람이었다. 그만큼 자주 긁히고, 깊게 상처받으며, 다양한 흉터가 남았겠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왜일까?

"내가 존경하고 멋지다고 느낀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유심히 보니 그들은 자신을 외적으로, 내적으로 가꾸고 있었고
항상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있었다.

"아, 저거구나."

그들은 늘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 222면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자기를 알아가는 방식’이었다. 많이 아파하면서도 다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줄 아는 사람이다. 흉터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되고, 자신을 배우고 남은 삶의 일부가 된다.


화장을 하며 거울을 보듯 저자는 시행착오로 자신을 비춰보았다. 흉터는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유일무이한 삶의 흔적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전해지는 그녀만의 이야기는 연애 조언집을 넘어 한 사람의 생생한 기록이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나 향기롭다.


가끔 고민한다. 내 딸에게 연애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연애도 일종의 인간관계이니 충분히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 교제한 남자친구와 7년을 넘게 연애하다 결혼했다. 후회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지금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하지 말라고 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경험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알아가고 진짜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가다. 자신을 어느 정도 알아야 상대와도 진정한 교감을 하고 삶과 사랑까지 나눌 수 있다.


나와 상대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사랑. 딸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픈 상처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진짜 사랑을.


"엄마와 마주 앉아 국수를 먹으니
가라앉지 않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맛있다며 연신 감탄하자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자식이 참 귀해."

나를 이렇게 아껴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를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었을까."
- 219면


참 귀한 딸이 맞다. 이렇게나 고운 말을 부모님께 듣고 자랐으니 자기만의 빛으로 반짝이는 어른이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보다는 딸을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 자기 삶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저자처럼, 청춘의 시절을 통과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스스로를 세워가는 딸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도서지원 #사랑에빠지지말것사랑을할것 #사랑에빠지지말것 #슈히 #연애상담 #인간관계 #청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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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AI시대 인간의 조건
우숙영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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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인공지능 미디어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우숙영의 신간이다. 삼성전자에서 10년 동안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선행 디자이너로, 교수로 일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예술을 시도하는 작가로 확장했다. 기계가 드러내지 못한 감각을 시각화하고, 인간과 자연, 기술의 숨은 공간을 탐색하는 저자의 폭넓은 시선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AI와 관련한 수많은 궁금증에 시원한 생수가 되어준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삶에 대한 질문이자,
지금 이 순간 답해야 하는 질문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쌓여온 질문의 합이다.
인공지능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나의 일상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처럼 가늠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여는 글


챗 gpt를 쓰다 보면 종종 현타가 온다. 놀랍고 엄청난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실체가 없는 코드 덩어리와 대화로 소통하고 감정까지 교류하는 경험은 인간이란 존재에 본질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사물과 인간 사이를 분명한 선으로 구분했던 세상에 인공지능은 처음으로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을 말하는 이 책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누구와 관계 맺고 대화할 것인가?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 것인가?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학습할 것인가? 언제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질문에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함께 지킬 2가지 원칙"을 함께 정해보았다.

1. 질문하기 전에 머물기
AI에 질문을 던지기 전, '나 혼자' 문제를 붙잡고 생각하는 것이다. 질문에 깊이를 더하며 어설픈 답을 내보는 시간이다. 그렇게 힘들게 생각을 굴려본 뒤 인공지능의 답을 듣는다면 생각의 방향이 순식간에 달라질지도 모른다. 질문과 AI 사이에 사유하는 시간을 끼워 넣기.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실 챗 gpt는 10분을 생각하라고 제안했다. 장장 10분 동안 생각만 하라니. 자신이 없어 반으로 줄여, 5분을 혼자 생각하기로 다짐해 본다.


2. 답은 나의 언어로 쓴다
내가 회장이다. AI는 부하 직원이어야 한다. 내가 AI에 종속돼 뒤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정해진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AI가 내준 그럴듯한 해답과 문장에 현혹되기가 매우 쉽지만 거리를 두어야 한다.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덥석 물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끈질기게 내 힘으로 사고하는 경험의 축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애쓴 결과가 씨앗처럼 보잘것없는 생각 한 톨뿐이라도 쌓이고 쌓인다면 분명 이 시대가 요구하는 깊은 사고력이 자라나 있으리라 믿는다.



AI가 내놓는 해결책에 감탄하는 만큼 안 그래도 자신 없는 내 능력에 실망할 때가 많다. 몇 시간을 공들여 써낸 글이 AI가 몇 초 만에 펼쳐준 글보다 하찮아 보일 때,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무력감이 든다.


그런데 챗 gpt와 대화를 하는 동안 희망을 발견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두렵고 불안하며, 질투하고 분노한다. 존재가 흔들리는 움직임에서 질문이 피어나고,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스스로 존재 의미를 묻고, 목적을 정하며, 흔들리면서도 나아간다. 정답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자유 자체가 우리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는 흔들리기에 지혜로운 AI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탄생이 그동안 놓쳤던 인간다움을 발견케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인간일 수 있었다. "왜?" "정말 그럴까?" "근데 그게 본질일까?" 이런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느리고 집요하게 사유하는 사람들이 보석 같은 가치를 빛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주제를 탐색하며 자신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해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도서지원 #어느날미래가찾아왔다 #우숙영 #AI책추천 #인공지능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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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리스타트 - 신수정의 죽은 성적 살리는 초공부법
신수정 지음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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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다. 과거 담임교사와 학교 행정실장, 학부모가 공모해 2년 반 동안 시험지를 훔쳤고, 아이는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에게 공부란 곧 시험 점수였고 입시를 위한 도구였을 뿐이다. 힘겹게 공부를 하는 동안 익힐 수 있는 꾸준함과 인내, 논리력과 사고력 따위는 가치가 없었다. 세상과 자신을 속여서라도 점수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야 성공한다는 일그러진 신념을 아이에게 물려준 이 사건을 보면서 공부와 배움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공부법을 말하는 책이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가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삶의 기초가 되는 공부 철학을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교육자나 수능 만점자처럼 교육에 관련된 사람들만이 공부법 책을 쓸 수 있다.', '일머리와 공부머리는 큰 상관이 없다.'는 어설픈 나의 고정관념도 시원하게 깨주었다. <일의 격> <통찰의 시간> <커넥팅> 등의 책으로 직장인의 멘토로 자리 잡은 신수정 대표의 《진짜 공부 리스타트》 덕분이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그는 1등의 공부 방법을 따라 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상위권이 아닌 90%의 학생들에게는 노력이 아니라 실력에 맞는 공부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보통 수준의 학생들을 잘하게 만드는 방식 말이다.


"이들이 성적을 빠르게 올릴 뿐 아니라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부법을
몸에 익히도록 돕고 싶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만들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평생 쓸 수 있는 도구(배우는 법)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과 실험의 결과다."
- 11면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도 바로 이것이다. 배우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 이것이 긴 인생에서 얼마나 자신에게 막대한 손해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효율적으로 빠르게 배우는 능력이다. 제대로 된 공부법을 익히면 AI라는 놀라운 도구를 파트너 삼아 얼마든지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다. 당장의 입시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익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 잘하는 어른의 통찰력에서 흘러나온 공부법은 핵심을 꿰뚫고 있어 무엇보다 본질적이고 실용적이었다. 정보를 분류하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면 체계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공부 잘하는 방법의 50%는 마스터한 셈이라는 조언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모든 책에서 목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이해했다. 지식을 분류하고 큰 그림으로 제시해 각 요소들의 연관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목차가 그 책의 보물지도였던 셈이다.



대충 여러 번 전체를 반복하라는 팁도 꼭 활용하고 싶다. 꼼꼼히 하면 6개월이 걸릴 교재를 2개월에 끝내 '내가 이 책을 끝냈다'는 자신감을 가진 뒤 반복하면, 남들이 1~2회 보는 시간에 10회나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대충 보고 두 번째는 자세히, 세 번째 이후에는 대강 보는 방식이다. 세세히 보느라 책의 초반만 새까맣도록 공부했던 학창시절이 떠올라 헛웃음이 났다.


《진짜 공부 리스타트》는 단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기술서가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함께 묻고 답하는 책이다. 삶을 위한 공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부의 본질을 일깨워주며 공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공부는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그 도구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익힐 것인가는 곧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 된다. 그러니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리스타트, 바로 지금이 그 시작점이다.


#신수정 #진짜공부리스타트 #김영사 #공부법 #공부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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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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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견디기 어렵다.
즐긴다고 말하는 건 나를 속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무인도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혼자여서 편하고
가끔은 몹시 행복하다는 점이다."
-11면


에세이판 <삼시세끼>를 읽는 기분이었다. 1장은 소설다운 스토리도, 플롯도 없이 주인공만 등장할 뿐인데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슴슴한 이야기의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도시와는 전혀 다른 결이 좋았다.
도시의 삶은 끊임없는 속도 경쟁이다. 늘 분주하고 촉박하다. 할 일은 넘친다. 그에 비해 무인도에서의 삶은 비효율과 고독의 반복이다. 물질을 하고 텃밭을 가꿔 끼니를 마련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일궈가는 일상이 정갈했다. 텅 빈 여백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인도의 느린 공기 속에서 명상하는 기분이다. 소설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의 호흡을 듣는 느낌이다. 이야기가 달려가는 긴박감 없이 존재가 머무는 느긋함이 편안했다.


수면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바다의 물결, 바람과 새소리, 해 질 무렵 하늘색으로 삶을 가득 채운 감각들이 은은한 재미를 불러왔다. 뭔가를 일으키지 않아서 오히려 존재 자체가 깊이 들어오는 침투력이 은근하다. 이 낯선 밀도가 이 소설의 힘 같다.



"혼자 무인도에서 지내기로 하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 중 한가지는 바로
매일 아침 산책이다.
그때 정갈한 옷차림을 갖추고
나가는 것 또한 나와의 약속이다.
혼자 살면서 자칫 내 생활이 흐트러질까 봐서,
그 피치 못할 불안정함을 무엇으로 다잡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다.
내 삶을 바꾸려 찾아온 곳에서
스스로 나태해지고 염증을 느끼고 싶진 않다.
그러니 섬을 잘 가꾸려면
내가 어느 정도는 말끔히 살아야 한다."
- 56, 57면


이 장면이 특히 좋았다. 완벽히 혼자인 시간은 방치되기 쉽기에 매일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지안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정체성을 엮는다.


문득 궁금했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만 채운다면 어떨까? 내가 시간을 주도하지 못하는 건 바빠서가 아니라, 나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지안은 무인도에서 자기를 돌보는 방식을 선택했고, 나는 도시에서 나를 흘려보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흐트러지기 쉬운 일상을 주도하고, 시간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지안의 삶에서 자신을 향한 사랑과 삶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스스로를 존귀하게 대하는 자세와 삶을 가꾸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지안이 무인도에서 얻은 큰 선물일 것이다.


자기 자신을 데리고 무던히 살아가는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를 비춰보는 깨끗한 거울 같았다. 지안의 하루하루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묵직했다. 어느 때보다도 자기 자신과 가까워졌다. 세상에서 떨어진 것 같지만 오히려 세상의 본질에 더 다가간 것 같았다.


이 소설을 덮고 나면, 어쩌면 당신도 내일 아침의 공기를 조금 더 오래 느껴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손에 닿은 물의 온도와 입에서 녹는 밥알의 단맛에 기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 존재하는 자신을 만나는 연습이 우리만의 작은 섬에서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나의완벽한무인도 #창비 #서평단 #협찬 #추천도서 #소설추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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