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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
슈히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7월
평점 :
재미있는 콘셉트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여성이 화장을 한다. 화장을 못하는 내 눈은 능숙하게 화장하는 손놀림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데도 그녀는 친구와 수다 떨듯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까지 건넨다. 대화 주제는 연애나 인간관계에 관한 팁들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언니처럼 성숙했다. 카메라를 거울삼아 정면을 응시한 채 민낯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신감이 보기 좋다. 화장을 마친 모습도 참 예쁘다.
이 예쁜 언니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의 저자, 슈히였다. 우연히 본 영상의 주인공을 책으로 다시 만나다니 반갑고 설레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수영하다 물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다. "사랑을 할 것", 수영을 하면 건강해진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비유처럼 이 책은 따뜻하고도 쿨한 시선으로 사랑을 이기한다. 찐핑크와 블랙을 대비시킨 표지도 그녀의 이미지와 닮았다. 감각적으로 편집된 책에는 그녀가 지나온 사랑의 시간이 생생하게 담겼다.
40대에 2,30대를 위한 책을 읽으니 회춘해서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또래의 연애 얘기를 들으며 수다떠는 기분이었다. 겁이 많아 회피만 하던 나의 20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젊은 날이 지금도 종종 후회로 떠오른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눈부신 청춘의 기록이었다.
저자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하며, 사랑으로 삶을 배운 사람이었다. 그만큼 자주 긁히고, 깊게 상처받으며, 다양한 흉터가 남았겠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왜일까?
"내가 존경하고 멋지다고 느낀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유심히 보니 그들은 자신을 외적으로, 내적으로 가꾸고 있었고
항상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있었다.
"아, 저거구나."
그들은 늘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 222면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자기를 알아가는 방식’이었다. 많이 아파하면서도 다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줄 아는 사람이다. 흉터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되고, 자신을 배우고 남은 삶의 일부가 된다.
화장을 하며 거울을 보듯 저자는 시행착오로 자신을 비춰보았다. 흉터는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유일무이한 삶의 흔적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전해지는 그녀만의 이야기는 연애 조언집을 넘어 한 사람의 생생한 기록이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나 향기롭다.
가끔 고민한다. 내 딸에게 연애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연애도 일종의 인간관계이니 충분히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 교제한 남자친구와 7년을 넘게 연애하다 결혼했다. 후회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지금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하지 말라고 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경험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알아가고 진짜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가다. 자신을 어느 정도 알아야 상대와도 진정한 교감을 하고 삶과 사랑까지 나눌 수 있다.
나와 상대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사랑. 딸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픈 상처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진짜 사랑을.
"엄마와 마주 앉아 국수를 먹으니
가라앉지 않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맛있다며 연신 감탄하자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자식이 참 귀해."
나를 이렇게 아껴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를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었을까."
- 219면
참 귀한 딸이 맞다. 이렇게나 고운 말을 부모님께 듣고 자랐으니 자기만의 빛으로 반짝이는 어른이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보다는 딸을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 자기 삶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저자처럼, 청춘의 시절을 통과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스스로를 세워가는 딸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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