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점 정리의 기술 - 책부터 기획서, 보고서, 회의, 발표까지
박경수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뭘까.
나는 요약이었다. 책 한 권의 전체 흐름과 내용을 파악한 뒤, 핵심을 뽑아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일. 단 몇 문장으로 이뤄진 한 단락을 쓰기 위해 반나절을 꼬박 책과 씨름해야 하는 셈이다.
책을 읽는다고 요약이 뚝딱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요모조모 책을 돌려봐야 책 한 권이라는 숲이 보인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숲속에 작게 난 요점이라는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1년 넘게 요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매번 새롭다. 감상으로 대신할 때도 많고, 출판사가 제공한 자료를 참고할 때도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매년 수십만 페이지의 보고서를 보고 요점만 전달하는 경영 컨설턴트, 지금은 기획 및 보고서 쓰기를 주제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는 박경수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큰 도움이 됐다. 요약이 무엇인지, 요점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념을 배우고 나니 요약의 본질이 보였다.
"요점 파악을 힘들어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글의 목적보다 내용에 더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내용에 집중해도 목적을 모르면
그 글은 텍스트일 뿐이다.
글의 내용을 하나의 관점으로 묶을 수가 없다.
글을 읽고 있어도 수많은 글의 파편이
머릿속에서 오갈 뿐이다."
- 32면
바로 나였다. 나는 나무를 보는 사람이다. 책이 소개하는 새로운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에 빠지다 보면 글의 목적이나 이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문장들이 구슬로 굴러다니기만 할 뿐 하나로 꿸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글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143면
글을 쓴 이유를 묻는 것. "왜"를 염두에 두고 읽을 때 글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것이 목적을 의식하는 읽기다. 글쓴이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가 잡힌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기에, 독자의 대화 상대인 글쓴이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의도에 초점을 두고,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 동시에 내가 가진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나는 내려놓고 글에 빠져 글쓴이에 귀 기울일 때, 글의 관점이 드러날 것이다.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완벽한 요점 정리가 가능하다."
-43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핵심을 추출할 수 있다. 이제는 나로 돌아와 주체적인 글쓰기를 시작한다. 자기화한 언어로 핵심 문장들을 재구성하면 완결성을 가진 하나의 요약문이 탄생한다. 이것이 요점 정리의 본질이다.
그렇다. 쉽지 않다. 사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당장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독해력, 사고력, 표현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발산할 수 있는 사회다. 넘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학업과 업무와 관계 소통에 요체가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점 정리는 우리의 일상이다."
-8면
"누군가 지식을 발산하면
다른 누군가는 이 지식을 수렴해 줘야 한다.
수많은 지식을 한 바구니에 잘 담아야 한다.
요점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 27면
이제 나는 읽을 때마다 글에게 물을 것이다.
‘이 글은 왜 쓰였을까?’
요점 정리는 단순한 내용 축약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를 꿰뚫고, 나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저자의 '왜'에 나를 얹어 같이 흐르는 일이다. 글을 통해 나의 세계를 하나 더 재창조하는 근사한 일이다.
전보다 체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지만 사실 저자의 요약 방식을 모두 적용하진 못할 것 같다. 내 방식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와닿는 문장 하나에 반응한다. 숲 전체를 보기보다 나무 한 그루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 나무에서 지적이고 감각적인 무엇을 발견할 때 참으로 행복하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숲 전체를 그리는 사람인 것이다.
이제는 시선을 들어 멀리 내다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나무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더 많겠지만 나무가 자라는 숲의 방향도 궁금해졌다. 한 문장을 품에 안고, 글의 숲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그 여정이 더 풍성한 나만의 풍경을 이룰 것이다.
#도서지원 #요점정리의기술 #유노북스 #박경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책추천 #요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