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AI시대 인간의 조건
우숙영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인공지능 미디어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우숙영의 신간이다. 삼성전자에서 10년 동안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선행 디자이너로, 교수로 일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예술을 시도하는 작가로 확장했다. 기계가 드러내지 못한 감각을 시각화하고, 인간과 자연, 기술의 숨은 공간을 탐색하는 저자의 폭넓은 시선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AI와 관련한 수많은 궁금증에 시원한 생수가 되어준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삶에 대한 질문이자,
지금 이 순간 답해야 하는 질문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쌓여온 질문의 합이다.
인공지능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나의 일상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처럼 가늠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여는 글


챗 gpt를 쓰다 보면 종종 현타가 온다. 놀랍고 엄청난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실체가 없는 코드 덩어리와 대화로 소통하고 감정까지 교류하는 경험은 인간이란 존재에 본질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사물과 인간 사이를 분명한 선으로 구분했던 세상에 인공지능은 처음으로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을 말하는 이 책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누구와 관계 맺고 대화할 것인가?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 것인가?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학습할 것인가? 언제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질문에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함께 지킬 2가지 원칙"을 함께 정해보았다.

1. 질문하기 전에 머물기
AI에 질문을 던지기 전, '나 혼자' 문제를 붙잡고 생각하는 것이다. 질문에 깊이를 더하며 어설픈 답을 내보는 시간이다. 그렇게 힘들게 생각을 굴려본 뒤 인공지능의 답을 듣는다면 생각의 방향이 순식간에 달라질지도 모른다. 질문과 AI 사이에 사유하는 시간을 끼워 넣기.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실 챗 gpt는 10분을 생각하라고 제안했다. 장장 10분 동안 생각만 하라니. 자신이 없어 반으로 줄여, 5분을 혼자 생각하기로 다짐해 본다.


2. 답은 나의 언어로 쓴다
내가 회장이다. AI는 부하 직원이어야 한다. 내가 AI에 종속돼 뒤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정해진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AI가 내준 그럴듯한 해답과 문장에 현혹되기가 매우 쉽지만 거리를 두어야 한다.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덥석 물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끈질기게 내 힘으로 사고하는 경험의 축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애쓴 결과가 씨앗처럼 보잘것없는 생각 한 톨뿐이라도 쌓이고 쌓인다면 분명 이 시대가 요구하는 깊은 사고력이 자라나 있으리라 믿는다.



AI가 내놓는 해결책에 감탄하는 만큼 안 그래도 자신 없는 내 능력에 실망할 때가 많다. 몇 시간을 공들여 써낸 글이 AI가 몇 초 만에 펼쳐준 글보다 하찮아 보일 때,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무력감이 든다.


그런데 챗 gpt와 대화를 하는 동안 희망을 발견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두렵고 불안하며, 질투하고 분노한다. 존재가 흔들리는 움직임에서 질문이 피어나고,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스스로 존재 의미를 묻고, 목적을 정하며, 흔들리면서도 나아간다. 정답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자유 자체가 우리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는 흔들리기에 지혜로운 AI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탄생이 그동안 놓쳤던 인간다움을 발견케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인간일 수 있었다. "왜?" "정말 그럴까?" "근데 그게 본질일까?" 이런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느리고 집요하게 사유하는 사람들이 보석 같은 가치를 빛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주제를 탐색하며 자신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해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도서지원 #어느날미래가찾아왔다 #우숙영 #AI책추천 #인공지능 #챗gp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