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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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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벤은 이렇게 말한다.
"동일한 재산을 나누는 것을 통해 형성되는 동물의 공동체와 달리 인간 공동체는, 그저 순수한 실존적 공분(共分)을 통한 함께-삶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 어떤 대상에도 속박되지 않는 우정, 즉 존재한다는 순수한 사실에 대한 동반적 지각으로서의 우정이다." (조르조 아감벤 <친구에 대하여_L'amico>)

- 해설 '영원히 우연적인 것이 기적을 구원한다'에서.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이후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는 작가 '윤성희'의 네 번째 단편집 《웃는 동안》!
쟁쟁한 수상경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기에, 앞서 발표한 세 권의 단편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를 통해 갈고 닦았을 내공이 이번 단편집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컸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기대감으로 인해 미소가 지어졌던 것은 사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첫 작품을 읽고 있자니, 너무 재미없다. 첫 작품을 다 읽은 감상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고, 적어도 다음 작품부터는 뭔가 있겠지 하는 (이번에는 조금 자그마한 크기의) 기대를 품으며 두 번째 작품을 읽어나갔건만 '역시나 실망'...
설마하니 이보다 나쁠 수는 없겠지 하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하며 별 기대없이 그 다음 작품을 읽어나갔는데 어허, '여전히 실망'...(왜 이 작품이 '표제작'이 되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저 단지 '독자들'한테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글쎄, '주인공들'은 그랬는지 몰라도 독자들은...)
기대이하의 작품수준에 어리둥절해진 가운데 이 단편집을 통틀어 "가장 형편없다"고 꼽을만한 네 번째 작품을 읽으며 깊고도깊은 심연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쯤에서 그냥 책을 덮으려다가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로 결심한 다음에야 그 반대급부(!)격으로 모처럼 글다운 글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보니 무려 '2011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으니 이어지는 작품들을 통해 다시금 두서없이 어수선한 전개에(등장인물이 '이름'이 아닌 Y, J, K, P 등으로 불리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수다에 가까운 횡설수설을 읽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잠이' 올 지경에 이르렀고 비록 책을 읽다말고 잠을 자는 일은 없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하품을 막을 도리는 없었기에 작가가 세 권의 단편집을 통해 보여준 '선물의 윤리학'이라느니, '공감의 공동체'라느니 '감정의 절약'이니 하는 식의 전매특허와 같다던 기술(!)을 제대로 맛 볼 수 없었음이 그저 아쉬울 따름. 쩝...
전체적인 감상은, 사후체험(...)에 대한 소재가 자그만치 세 편이나 되는데 소재 및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재료'가 너무 한정적이라 열 편의 단편집이 아닌 한 권의 장편('재미없는'이 전제되는 장편)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정도였다. 

자신의 글에 대해 욕심이 앞섰다느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느니, 뭔가 아쉽다느니, 역부족이라느니, 투박한 문장이라느니, 자신감이 없다느니 하면서도 '여기 들어가 있는 모든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자주 웃었다.' 심지어 '즐거웠다.'는 글을 보고는 그 웃음과 즐거움의 코드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할 뻔 했는데, 작가는 자신의 문장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해 미안해 하기에 앞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 것을 먼저 미안해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작가가 웃는' 동안 독자는 울고 싶어졌다...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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