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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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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첫 출간되었다가 무려 반세기만인 지난 2009년에 복간되면서 입소문만으로 20만부를 판매하며 일본 추리소설계에 크나큰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는 '고이즈미 기미코'의 <변호 측 증인>!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변호 측 증인의 등장과 독자를 기만한 대반전의 충격으로 인해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보자면, 캬바레 '클럽 레노'의 전속 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는 야시마 산업의 후계자 '야시마 스키히코'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고 본명인 '야시마 나미코'로 거듭난 미미 로이는 이제 '스키히코 부인'이라 불리며 행복한 신혼생활의 단 꿈에 젖어드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시아버지와 크게 말다툼을 벌인 뒤 시아버지는 처참하게 살해되고,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거라는 생각에 스키히코 부인은 위증을 하게 되는데...

자고로 '좋은 추리소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이 땅 속 깊이 뿌리박힌채 그 위로는 수많은 가지처럼 천지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의혹 및 다양한 용의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를 이어주는 짜임새있는 논리정연함이 나이테처럼 꽉 들어찬 아름드리 나무같아야 할텐데, 그 점에서 일단 이 작품은 낙제점이다. 요즘같으면 오디션에 출전했다가 일찌감치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 확실!(실제로 이 작품은 '올 요미모노'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했다가 낙선된 작품이다...)
예배당을 배경으로, 단 한 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사의 주례가 이어지고 "ㅇㅇㅇ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하는 혼인서약이 귓가에 울리자 마냥 행복해하는 신부의 얼굴이 한껏 클로즈업되었다가 느닷없이 법정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ㅇㅇㅇ를 사형에 처한다."는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끝없는 절망에 빠져드는 주인공. 그리고 다소 '냉정'해진 가운데 철창을 사이에 두고 남편과 아내의 대화로 시작되는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제법 흥미롭게 시작된 초반부를 제외하면 중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여기 따로, 인물은 저기 따로 제각각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라 도대체가 그 뿌리와 실체를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기에 '반전', 그것도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극찬'했을 정도의 반전이 아니었다면 읽는 도중 책을 덮었을지도 모를만큼 이야기 자체는 지루했다. 일단 구성 자체가 2(異)인칭으로 쓰여졌는데, 3인칭으로 쓰여진 홀수 장_章과 여주인공 '미미 로이'의 시점인 1인칭으로 쓰여진 짝수 장_章이라는 흥미로운 구성마저 자칫 혼란을 줄 수도 있는지라 밤무대 클럽의 스트립댄서와 명망있는 재벌가 후계자와의 결합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화로 여겨졌을 정도.

그러나, 작가는 오직 '반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중간중간 하품이 나올 지경인 지루함이 절정에 다다른 후반부에 이르러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 물벼락을 뒤집어 쓰게 되는데 그동안 쏟아져내리던 잠에서 벌떡 깨는 순간이기도 하다.('올 요미모노'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했다가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다카기 아키미쓰'의 극찬으로 그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는 것도 이색적인데 아마도 다른 심사위원들은 결말부분까지 읽기 전에 집어던진 것이 아닐까 살짝 의심을...)
작가가 준비한 회심의 '반전'을 맛보기 위해 독자들은 쓰고 맵고 짜기까지 한 오만 가지 맛을 모두 견뎌내야 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는 말도 있듯 그 모든 맛을 입안에서 오물오물 냠냠거리며 꼭꼭 씹어 삼켜내야만 비로소 그 효능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행여라도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도중에 뱉어버리면 그야말로 찝찝한 뒷맛만 두고두고 혀 끝에 각인되어 이후로는 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될 노릇이다.('반전'을 내세운 작품이기에 추리소설의 범인을 미리 밝힐 수 없듯 '반전이 무엇?'인지 '변호 측 증인은 누구?'인지 등 결정적인 재미에 대해서는 절대절대 얘기 할 수 없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 궁금하면 읽어보시랏!)

그런데, 하도 "반전! 반전!" 하길래 '아무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_The Murder of Roger Ackroyd>만큼이야 하겠어?'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반전에 대비해서 '범인은 누구'이고, '변호 측 증인은 또 누구'이며 과연 '어떠한 반전'이 벌어질지를 염두에 두며 읽어나갔음에도 후반부의 반전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충격적이었던 것은 분명코/결단코 사실이나 그토록 대단한 반전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최고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그 한 순간의 반전을 위한 전 과정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어눌하고 어리숙했기 때문...

하지만, 분명 다시한번 읽고싶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덧, 본서의 내지에 나와있는 <변호 측 증인> 성분 함량표.(별 다섯 만점)
1. 고전의 반열(★★★★★) : 역사적 의의와 수상 경력
2. 대반전(★★★★★) : 독자 기만 점수
3. 속도감(★★★) : 스피디한 전개
4. 캐릭터(★★★) : 매력적인 캐릭터
5. 논리정연(★★★★) : 논리적인 해결
6. 선정성(★) : 사건의 잔인함

덧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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