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읽은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입니다. 딸도 안키우면서 왜 읽었냐구요? 저도 여자니까요. 마흔 넘은 아줌마도 세상을 살면서 이전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키운다고 아들에 대해서만 알아서는 안되지요. 그 아들과 함께 살아갈 딸에 대해서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에서는 성교육 전문가인 손경이 씨가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미 첫 번째 책으로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이번에는 딸 성교육 하는 법에 대한 책을 낸 거지요.


손경이 씨는 딸이든 아들이든 성교육의 기본적인 원칙은 동일하지만, 아들 성교육의 핵심은 '존중'이고, 딸 성교육의 핵심은 '주체성'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는 우리 사회가 딸과 아들을 다르게 대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주체성'에 대해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젠더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부만 추려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는 일상에서 여자답게 또는 남자답게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요. 저자는 이런 부분부터 바꿔야 된다고 합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인간,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죠. 


여자의 외모에 대해 흔히 하는 말들, 남자의 성격에 대해 흔히 하는 말들이 모두 우리의 젠더감수성을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모님의 젠더의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하더군요.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는 것이 아니에요.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고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을 바꾸니까 여자는 고추가 없는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남자와 다른 성기를 가진 존재라는 점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인식해야 서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 59쪽


사춘기 이전의 성교육 편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이에게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게 하라는 부분이었어요. '거룩한 분노'라는 스위스 영화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손거울을 이용하여 여성이 자신의 생식기를 봄으로써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또 여성의 성적 행동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여아의 자위행위를 직면하면 당황해하며 윽박지르기 일쑤인데요. 이럴 때 아이는 자신의 성기가 더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런 선입견이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자위 예절을 가르쳐 자신의 성기를 소중히 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합니다. 


얼마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시하에 대해서도 많은 시청자들이 성정체성을 헷갈리게 키우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 일이 있었다더군요. 저는 채널을 돌리다가 그 방송을 보고는 봉태규씨가 저처럼 아들을 키우는구나라고 느껴서 오히려 동질감을 느껴 좋았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도 남성의 2차 성징에 대해 알려줘라는 대목에서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성의 몸에 대해 잘 몰랐고, 무지로 인해 오히려 혐오감을 가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공감할 수 밖에 없었네요. 



그 외에도 남녀 사이에 성문제가 발생하면 덮어놓고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라고 보는 잘못된 시각도 짚고 있었고, 첫경험, 낙태, 스킨쉽, 자위 등 사춘기 여자 아이들이 많이 하는 질문에 대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성교육 추천 동영상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관심있게 찾아보았습니다. ^^


이 책은 딸 성교육하는 법이지만, 부모님이 함께 읽어보아 먼저 성교육에 대한 교육관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받아야 할 책이었구요. 우리 세대에서 당연시 하던 성 편견이 상당히 많음을 깨닫게 해 주어 젠더의식에 대해 새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딸을 키우는 부모님은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좋겠고, 아들을 키우는 엄마도 여자라는 이유로 도움이 되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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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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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살아오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10대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마냥 20대가 되면 적당히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줄 알았지요.  


하지만 막상 20대가 되어서는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30대에는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많은 역할을 해내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10대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40대에 접어들게 되었네요.


개인의 경험에는 차이가 있어서 보통은 마흔이 넘어야 겪는 부모, 친구의 죽음과 투병의 시기를 개인적으로 30대에 겪으며 힘든 시기를 지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40을 훌쩍 넘었더군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인생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그런 저에게 ‘마흔에게’는 이미 경험한 것들에 대해 공감을 해 주면서도 앞으로의 삶에 위로를 주더군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이것이 내 삶’이라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서는 꽤나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131쪽




처음 ‘마흔에게’라는 책제목을 접할 때는 또 다시 열정을 요구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 책은 마흔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의 여유를 알려주고 남은 생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조언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딱 저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었나 아니 몇 해만 더 일찍 만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은 과거에 사로잡혀 살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처음부터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재구축할 수 있습니다.” 145쪽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는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나이 50에 심근경색으로 죽을 위기를 넘기고, 인지증에 걸린 부모님의 간병을 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겪은 힘든 과정을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랫동안 간병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설령 그사이에 실수나 실패를 숱하게 했다고 해도 그 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152쪽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공헌하는 것이라는 말은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부모님이 배로 늘어납니다. 아직 함께 할 날이 남은 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고, 이 책을 만나 제 인생의 남은 시기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람쥐가 잊은 도토리가 숲이 된다.”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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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만 알려 주고 싶은, 무결점 글쓰기 - 나를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이은화 지음 / 피어오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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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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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고 리뷰를쓰고 있는요즘, 한번쯤은글쓰기 도서를읽어봐야 하지않을까 망설이고있었어요. 과연글쓰기 도서가도움이 될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속는 셈치고읽어볼까.

아마 저처럼생각하고는 그걸로끝낸 분들이의외로 많지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러던 중이번에 큰맘먹고 인문학추천도서 '너에게만 알려 주고싶은, 무결점글쓰기'라는글쓰기 입문서를만나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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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누가나를 지도하게될지 궁금했는데요. 이 책의 작가는이은화 씨로 '작가를 만드는 작가'라고 임팩트 있는자기소개를 하고있더군요.

도대체 어떤스펙을 가지면 '작가를 만드는 작가'가 될 수있나 호기심이일었고, 작가소개와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역시처음부터'작가를만드는 작가'가 되려고 작정한사람은 아니었습니다. ^^

다른 사람들처럼자기계발만 하던어느 날문득 껍데기만남은 자신의모습에 회의를느꼈다는 이은화작가는 글로지난 시간을기록하고 현재를담기 시작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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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쓰기를통해 자신에게진정으로 필요한것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것, 본질을 이해하는 것임을알았다고 합니다. 


이 말에전적으로 동의할수 밖에없었는데요. 오랜시간 저스스로를 돌아볼시간을 가지지못하고 바쁘게살아오다가 나이 40이다가올 즈음이대로 살다가그냥 죽겠구나하는 생각이들어 창작글은 못적더라도 일단리뷰라도 한번써보자 했던것이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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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프롤로그에서 저자는자신의 20대를회고하고 있는데요. 그 모습은 저와는아주 달랐지만, 어느새 결론은 같은곳을 향하고있더군요. 그런인생의 여정을통해 자신에대해더잘알게되었고, 행복한자신을위해무엇을해야하는지알게되었다는겁니다. 

그리고 저자는그것을 실천하고자글을 썼고, 지금 이 책 '너에게만 알려 주고싶은 무결점글쓰기'를출간하는 작가가되었더라고요.아직그 단계까지는가지 않았고다른 방향으로갈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책을읽으면서 참많은 공감을했습니다.^^ 

"
글쓰기는깊은사유의여정이며, 오랜사유는통찰력이된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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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글을 써보고싶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은 '나중에시간이 되면...'이라고많이들 미룹니다. 제가 아는 분들도자신의 분야에서책을 낼계획이라면서 계획만잡고 몇년을 지나시더라고요. 그리고 아직 안썼습니다. 저도 얼마나 힘들면그럴까라는 생각을했지만,이은화작가는 일단쓰라고 합니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되고, 단락이되고, 한권의 책이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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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어떤 작가나첫 줄은힘들어한다며 글의큰 흐름을잡고 그냥쓰라고 하기도하고, 글쓰기에는재능보다는 꾸준한글쓰기가 답이라고도합니다. 글쓰기에대한 전반적인이야기를 하며읽는 이로하여금 마음을먹게 만들면서, 뒤에는 제가 리뷰를쓰면서도 고민하던평서체와 경어체, 모양새, 오탈자에 대한구체적인 방법들을제시해서 실질적인도움이 되기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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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김은화 작가는책을 통해우리가 흔히책을 쓰려고하면 마주하는두려움과 장애물에대해 '괜찮아, 누구나 그래'라고말해주면서 그냥지금 당장쓰라고 합니다. 

이런 책을읽고 있으니저도 은근슬쩍할 수도있겠다는 마음이들더라구요. 사실그런 마음을먹는 것이가장 중요한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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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써봐라는 말이아니라 여러사람들의 예를들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이야기 하기도하면서 공감을얻어내며 저에게우리에게 '너도그냥 써봐그리고 수정하고수정하면 언젠가책이 될꺼야'라고 힘을 주는책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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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더 읽고또 읽어서마음의 힘을얻어봐야겠습니다. 그러면저도 솔직하게드러내기 힘든제 이야기를언젠가 세상의누군가에게 글로말할 수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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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
모데라타 폰테 지음, 양은미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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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역사가들이 말하는 남녀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거예요? 

이런 역사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의해 씌어졌다는 걸 기억하세요. 

어쩌다 실수로 사실을 말해 버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죠" p101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으로 인해 페미니즘이 화제가 된지도 꽤 되었습니다. 뻔뻔한 가해자들의 행동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밝히고 전면에 나서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이 물살을 타고 극우 페미니즘 단체는 더욱 거세게 움직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투 운동 이전에 데이트 폭력이 간간이 매스컴에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 여기며 별 관심을 못 얻던 것이 2018년 1월 30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청 내부 성추행에 대한 고발로 인해 본격적인 한국의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지요.


성폭력도 아니고 성추행 정도임에도 검찰이라는 단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최상위 지성인이라 여겨지는 그들의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분개했던 걸까요. 사실 보통의 여성들에게 성추행은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서적 또한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책이 있었으니, 초기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고전이라 하며 출간된 문학세계사의 '여성의 진가'입니다.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여성의 진가'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옮긴이의 말, 소개, 모데라타 폰테의 생애와 삶 등에 대해 서술하고 뒤이어 여성의 진가가 나옵니다. 


모데라타 폰테는 이 책의 작가 모데스타 포조의 필명입니다. 모데스타는 첫돌이 되기 전에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되어 수녀원에서 잠깐 생활하기도 하지만 주로 외할머니와 의붓 외할아버지에 의해 양육됩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 외에도 악기 연주 등 다방면에 능력을 발휘하지만, 결혼을 하고 4번째 자녀를 출산하다가 사망하게 됩니다. 


모데라타 폰테는 당시 결혼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집안 일과 자녀 양육에 충실하면서도 글쓰기를 이어가며 몇몇 작품을 남기는데요. 다행히도 사망 직전 초기 페미니즘 작품이라 불리는 '여성의 진가'를 탈고하게 됩니다. 



'여성의 진가'는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7명의 여성들이 모여 나누는 이틀간의 대화를 보여줍니다. 이제 막 결혼한 헬레나로 인해 남자들에 대한 화제를 꺼내들게 되고 곧, 남자의 편을 들 사람과 비판할 사람을 구분하여 토론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이 구성원들은 나이 든 과부와 유부녀, 젊은 미망인과 유부녀, 갓 결혼한 어린 신부와 미혼 여성 2명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더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얘야, 결혼에 관해서라면 난 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네 삼촌은 너를 결혼시키기로 결심했어. 네가 그렇게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그건 안전한 손에 들어가야 하거든. 그러니 나로서도 결혼 외에 어떤 해답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쨌든 기운을 내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모든 남자들이 똑같진 않으니까. 아마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행운이 따를지도 모르잖니." p58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딸 버지니아에게 결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따르자고 합니다. 혹시 우연히 행운이 따를지도 모르는 그 혹시에 기대하자고 말입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현대에 들어, 다들 하는 결혼이니 그냥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토론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작가 코린나와 젊은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미망인 레오노라였는데요. 남자들의 장점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남자편의 토론자들에 비해 이들은 기독교적으로나 사회계층적 관점 혹은 사랑의 관점으로 남자들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차지한 우위는 불공정하게 가로채서 선점한 거에요. 여자는 필연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라고 말할 때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인간은 자연 재해, 질병, 삶의 모든 사건 사고에 종속된 존재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아요. 


그건 순종한다는 차원에서 종속된 것이 아니라 부담감으로 고통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으로 그들을 견디는 걸 의미해요." p77


"남자는 여자 이전에 창조되었지만, 그것이 그들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여자의 우월함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죠. ······ 우리는 남자의 내조자로, 동반자로, 그들의 기쁨이자 더없는 영광으로 창조되었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가 얼마나 가치 있고 그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장점을 시기해 우리를 파괴하려 들죠." p79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훔친다면, 그는 도둑으로 불려야 마땅하잖아요. 남자들이 우리 권리를 빼앗고, 우리를 부당하게 취급하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불평조차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거에요? 존재 가치 면에서가 아닌 사회적 지위에서 그들보다 열등한 상태에 있다면, 이건 일종의 학대죠." p80


그리고 이런 남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맙니다. 또한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배움이 짧은 여자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남자들에게 자신들의 권한을 내어주는지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현대의 여성들이 토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게다가 남자의 편을 든 헬레나는 레오노라가 가진 남자의 단점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남자들에게 당할 그녀의 안전 문제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에 레오노라는 그건 남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 것이 아니라, 일부 못된 남자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그들이 가진 세상에 대한 편협한 시야에 비판을 가합니다. 



어떤가요? '여성의 진가'라는 책의 전반적 흐름과 극히 일부 발언을 적었을 뿐인데도, 그녀들의 대화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만일 미투 운동 따위라고 생각한다면, 난 여자가 아니니까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냥 참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당한 건 아니니까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선택도 자유지만, 이왕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의 미투 운동에 대해 올바른 시선을 가지고자 하는 의지와 생각에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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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0-1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세기 글이라니, 멋진걸요. 표지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궁금합니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ㅣ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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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는 '뭐야, 직장상사가 은근히 신입사원을 괴롭히는거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날의 도시락을 받아 먹은 앗코짱이 그런 신경쓴 도시락 말고 보통의 일식도시락을 먹고 싶다고 하는 순간! 이건 뭔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속의 미치코는 직장상사가 보기에 은근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우울한 신입사원에게 활력을 넣어주려는 거였죠. 그런 그녀의 계획이 잘 실행될 수 있을까요?



한편, 앗코짱은 회사에서는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넘사벽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45세 여성입니다. 그런 앗코짱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줘야하는 신입사원 미치코는 너무 당혹스러워합니다. 


제가 20대 신입사원이라면, 그리고 상사가 도시락을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멋진 외식을 제공한다면 참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아마도 전 싫다고 그냥 말했을 것 같아요. 싫다고 말 안하고 있다가 엮여서 낭패를 겪는 것 보다는 혼자가 낫다고 여기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미치코는 예스걸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못하는 사람이었죠. 


그런 미치코는 월요일에 앗코짱의 점심외식을 대신 먹고는 다행히 꿈에서 깨지 않은 멋진 기분을 느낍니다. 화요일의 조깅, 수요일의 헌책방을 거쳐 드디어 목요일에는 회사 사장과 점심을 먹기에 이릅니다. 


도대체 앗코짱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앗코짱한테 딱 어울리잖아요. 여기 단골은 다들 그렇게 불러요. <비밀의 앗코짱>처럼 그녀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23쪽)


이 소설에는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라는 제목으로 앗코짱의 점심편과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앗코짱의 야식편이 실려있어 앗코짱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데요.


점심편에서는 앗코짱의 위상이, 야식편에서는 앗코짱의 행동력과 대범함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반면 미치코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거절하지 못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그녀는 결국 그녀만의 따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는 음식 수가 늘고, 따뜻한 국물도 함께 먹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소화가 잘 돼요. 시간 들여 천천히 먹으니, 잘 씹어서 과식하지 않게 되고요. 같이 먹으면 좋은 점이 많아요." (102쪽)


둘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죠? ^^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니 일본의 수많은 음식과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가 떠오르면서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심야식당이 떠오르더라구요. 무뚝뚝하지만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사랑을 주는...


그리고 뒤편에는 '밤거리의 추격자'와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이라는 두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이 작품들에서도 앗코짱이 살짝살짝 등장하고 있어서 읽다가 반가웠어요. 


이 책의 작품들은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데요. 유즈키 아사코가 2008년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포켓 미, 낫 블루'로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앗코짱 시리즈는 유즈키 아사코의 대표작으로 출간 2개월만에 10만 부를 돌파하고,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충분히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읽고나면 세상은 아직 따뜻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드라마 꼭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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