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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ㅣ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는 '뭐야, 직장상사가 은근히 신입사원을 괴롭히는거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날의 도시락을 받아 먹은 앗코짱이 그런 신경쓴 도시락 말고 보통의 일식도시락을 먹고 싶다고 하는 순간! 이건 뭔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속의 미치코는 직장상사가 보기에 은근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우울한 신입사원에게 활력을 넣어주려는 거였죠. 그런 그녀의 계획이 잘 실행될 수 있을까요?

한편, 앗코짱은 회사에서는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넘사벽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45세 여성입니다. 그런 앗코짱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줘야하는 신입사원 미치코는 너무 당혹스러워합니다.
제가 20대 신입사원이라면, 그리고 상사가 도시락을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멋진 외식을 제공한다면 참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아마도 전 싫다고 그냥 말했을 것 같아요. 싫다고 말 안하고 있다가 엮여서 낭패를 겪는 것 보다는 혼자가 낫다고 여기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미치코는 예스걸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못하는 사람이었죠.
그런 미치코는 월요일에 앗코짱의 점심외식을 대신 먹고는 다행히 꿈에서 깨지 않은 멋진 기분을 느낍니다. 화요일의 조깅, 수요일의 헌책방을 거쳐 드디어 목요일에는 회사 사장과 점심을 먹기에 이릅니다.
도대체 앗코짱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앗코짱한테 딱 어울리잖아요. 여기 단골은 다들 그렇게 불러요. <비밀의 앗코짱>처럼 그녀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23쪽)
이 소설에는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라는 제목으로 앗코짱의 점심편과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앗코짱의 야식편이 실려있어 앗코짱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데요.
점심편에서는 앗코짱의 위상이, 야식편에서는 앗코짱의 행동력과 대범함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반면 미치코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거절하지 못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그녀는 결국 그녀만의 따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는 음식 수가 늘고, 따뜻한 국물도 함께 먹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소화가 잘 돼요. 시간 들여 천천히 먹으니, 잘 씹어서 과식하지 않게 되고요. 같이 먹으면 좋은 점이 많아요." (102쪽)
둘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죠? ^^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니 일본의 수많은 음식과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가 떠오르면서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심야식당이 떠오르더라구요. 무뚝뚝하지만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사랑을 주는...
그리고 뒤편에는 '밤거리의 추격자'와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이라는 두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이 작품들에서도 앗코짱이 살짝살짝 등장하고 있어서 읽다가 반가웠어요.
이 책의 작품들은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데요. 유즈키 아사코가 2008년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포켓 미, 낫 블루'로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앗코짱 시리즈는 유즈키 아사코의 대표작으로 출간 2개월만에 10만 부를 돌파하고,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충분히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읽고나면 세상은 아직 따뜻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드라마 꼭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