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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외롭다는 말은 쉽게 내뱉을 수는 없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 '외로워'
특히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는 그럴 생각을 할 틈도 없지만, 어느 순간 멈짓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라고 누가 말했지요.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이제 받아들이고 사는 단어가 아닌가 하는데요.
그 말 한마디로 보게 된 책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F, 일본의 익명의 작가라는데요. 일본내에서는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서점 내 품귀현상까지 일으켰다는 작가입니다. 익명이라는 단어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사람인지 유추해가는 재미도 있었어요.
'남자의 겉치레와 속마음' 같은 글을 보면서 여자라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나이 든 남자를 공량하는 방법'을 읽으면서는 남자라고 결론을 내기도 했고, '하나 연애 강의, 혹은 비연애 강의'편을 보면서는 20대 일꺼라 생각했는데, 이후의 글들을 보며 30대이상은 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결국은 오리무중입니다. 남자일꺼라는 것만 짐작이 될 뿐... 대단한데요 ^^
하지만 결국 이 글은 에세이라서 그의 경험이 묻어날 수 밖에 없었으니, 가장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 '어른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전폭적인 사랑의 예'라는 글과 '백 엔짜리 반지'가 아닌가 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 그럴 때에는 도서관에 가도 된다고, 더 많은 어른들이 말해주었다면 아이들은 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158쪽

그런 F의 글은 '나이 든 남자를 공략하는 방법', '악녀 입문' 등 굉장히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부분이 많아서 초반에는 살짝 불편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솔직함을 오랫만에 겪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점점 갈수록 그 두리뭉실하지 않고 명쾌한 단정적 어조에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더군요. 한마디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점점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요 ^^
"보고 싶어" "잠깐 한잔할까요?" "피곤하다" "배고파" "외로워" "오늘은 일 열심히 했어" "영화 보러 갈래?" ......이 모든 말은, "섹스하고 싶어요"라고 해버리면 너무 가볍고 실례되니까 나름대로 최대한 가련해 보이도록 머리를 굴려서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일 뿐이다. 38쪽
F는 모든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천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단호하게 자신감있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생각이 명쾌해지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냉혹한 사람은 한때 너무 친절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짓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을 가슴 시릴 만큼 폭로해 버린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은 사실 겁이 많다. 언젠가부터 연락이 완전히 끊긴 친구는 실은 혼자서 큰일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에게조차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자기 자신에게 유일한 진실인 경우도 많다." 140쪽

인생의 전반에 대해 두루 명쾌하게 말하는데요. 옛 추억에 대해서는 커피 얼룩처럼 달라붙어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하기도 하고, 소질을 찾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더 좋아하는 것을 점점 찾게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에 수없이 들었던 음악. ......그 사람과의 이별 방식. 그 모든 것들은 머그컵 바닥에 물들어 영영 지워지지 않는 커피 얼룩처럼 한 사람 안에 계속 달라붙어, 앞으로의 삶의 방식까지 결정해버린다." 172쪽
"산더미만큼 책을 읽어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다. 음악을 들어도 좋다. 그러다 질리면 산책을 하고, 더 좋아하는 것을 찾으러 가면 된다." 191쪽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말라고 하며, 그냥 남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도 계속할 수 있다. 그것만이 정답인 것 같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것만 담담하게 해나가고, 그래서 늘 여유 있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노력하다 지쳐 인상 쓰는 사람보다 훨씬 아름답다." 194쪽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일일이 신경 썼다가는 끝이 없다. 그럴만큼 사람들은 남의, 즉 당신의 인생에 관심이 없다. 그래도 세상은 딱 한 명의 이성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다." 286쪽

정말 놀랐던 것은 결혼서약에 대한 글이었는데요. 전 한번도 이런식으로 결혼 서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사태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서약을 시키는 것이라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저를 펜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아플 때나 가난할 때나 사랑할 것을 맹세하겠느냐고 먼 옛날부터 결혼 서약을 시켜온 이유는, 그보다 더 먼 옛날부터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던 것이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306쪽
그리고는 가장 고적적이면서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것은 일치하면서 취미나 취향이 조금도 닮지 않아 서로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라고 대답을 해 주어, 제가 그런 사람과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가치관이 같은 사람과 다른 사람, 둘 중 누가 좋을까?"라는 고전적인 질문이 있다.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은 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기로 정한 것은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면서, 취미나 취향은 나와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사람이라면, 서로가 미지의 존재인 채로 '역시 당신은 특이하고 재미있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영원히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312쪽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려주고, 쉬운 비유로 인생에 대한 어려운 질문에 나름의 명쾌한 대답을 해 주어서 속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에세이인데요.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라는 제목 또한 연인이든 부부든 간에 이별을 고민하며 외로워하는 커플이 있다면 그들에게 가장 명쾌하고 단순한 기분좋은 대답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