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기생충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시온 그림,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정말 독특한 소재의 소설을 만났습니다. SF소설 소재로나 어울릴 것 같은 기생충이라는 소재로 만든 사랑이야기라니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읽어내려 간 소설 '사랑하는 기생충'은 어쩌면 인간 모두가 형체없는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27세 결벽증에 걸린 코사카에게 어느날 낡은 코트 차림의 이즈미가 찾아옵니다. 그는 대뜸 코사카에게 한 소녀를 만나 친구가 되라고 요구합니다.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코사카가 만든 크리스마스 이브에 작동하는 멀웨어 건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결국 저녁 7시 미즈시나 공원으로 가서 백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소녀를 만나는데요. 백금색으로 물들인 머리색에 짧은 교복치마, 게다가 입에는 담배까지 물고 있는 17세 사나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합니다. "너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코사카의 결벽증 정도를 보자면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을 듯 한데, 과연 둘이 친구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그의 집안에는 항상 두 대의 공기청정기가 돌고 있고, 소독약 냄새가 나고, 일회용 라텍스 장갑과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겨우 외출이 가능합니다. 항상 휴대하는 제균용 스프레이와 물티슈, 하얀 옷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부터 그의 침대 위를 드나드는 사나기를 코사카는 제제하지 못합니다. 사나기는 언제나 침대 위에 누워서 두꺼운 책을 보다가 사라지곤 하는데요. 책들이 모두 기생충과 관련한 책들입니다. 왜 사나기는 기생충에 몰두하는 걸까요?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나기의 문제는 시선공포증! 그나마 헤드셋을 껴야 길을 걸을 수 있는데요. 어쩐 일인지 코사카와 점차 가까워지면서 둘은 장갑을 끼지 않아도, 헤드셋을 끼지 않아도 외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만 해도 사나기가 기생충에 관심이 많은 소녀이고 코사카와 연인이 되는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짐작을 했는데, 결코 아니었어요. 더 많은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숨어 있더군요.

"원래부터 비정상적인 인간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사랑을 했다"


이렇게 이 책에는 기생충 때문에 사랑하고 헤어지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기생충에 걸린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이었을까요? 각자 벽을 쌓아가며 사는 우리들에게 기생충에 걸려서라도 사랑을 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려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치료하고 이성적으로 살아가라고 말하려는 걸까요.

소설 속에서 코사카와 사나기는 기생충으로 인해 사랑하고 이별을 겪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생충 같은 것이 없어도 인간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가치관에 따라, 또는 말도 안되는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상황이 오히려 기생충에게 조종당하는 사랑을 하는 것보다 더 비이성적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머리만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사랑하거나, 귀로 사랑하거나, 손끝으로 사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벌레'로 사랑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못할 것이다." 327쪽

결국 작가 미아키 스가루가 인간의 가치관의 도착이 가장 아름다운 버그일지도 모른다고 밝히듯, 기생충이 없어도 우리는 언제나 기생충에 감염된 것처럼 불시에 사랑에 빠져 살아가고 있고, 이것을 비정상이라 여기며 괴로워할 것이 아닌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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