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현대 한글보다 어려운 한자어로 쓰여있거나,
혹은 중세국어로 쓰여 있어서 그 이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갑오개혁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국어를 모두 일컬어
현대국어라 하지만, 해방 직후 문학작품만 해도 사용된 어휘가 요즘의 것과 달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운 외국고전문학이나 우리나라 고전문학을 읽기 전에
쉽게 해설이 되어있는 초중학생용 책을 먼저 찾아보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그 나이에 맞게 쉽게 풀이해서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친 후, 해당책을 찾아보면
훨씬 이해가 잘 되는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새로나온 책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도 보는 순간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한국고전문학을 쉽게 설명해 줄 것 같은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푸른지식"에서 쉽고 친근한 고전문학을 꿈꾸는 신개념 고전 읽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 시리즈의 네번째 책입니다. 현직 국어교사 박진형 선생님이 현행 시험제도에서
그 중요도가 높은 것을 추려 욕망편이라는 제목으로 묶었습니다.
왕조의 위대함을 과시하고 건국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내용이 담긴 <용비어천가>를 통해
세종대왕의 백성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들여다보고,
최치원을 모델로 한 소설 <최고운전>에서는 신분제도 때문에 능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로 인해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았던 노비들의 자유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구복막동>과
양란 이후 피폐해진 피지배층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주는 <양반전>을 통해서는 신분상승에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만복사저포기>와 <양산백전>을 통해 사랑에 대한 욕망도 들여다보고,
<김영철전>과 <한중록>을 통해서는 소박한 삶 혹은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말해 줍니다.
조선시대 남성중심의 시대상황에서 자기 운명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는 가믄장애기의 <삼공본풀이>와
자청비가 나오는 농경 기원 신화 <세경본풀이>를 통해서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효증전>에서는 조선유교 사회에서의 가장 큰 가치로 여겨지는 충과 효에 대한 가르침을, <누항사>에서는
가난할지언정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을 추구하는 박인로의 욕망을 엿보기도 합니다.
<열녀함양박씨전>과 <규원가>를 통해서는 사랑을 원하는 과부들에게 열녀를 원하는 비인간적인 사회 모습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고전문학들 중에 제대로 읽어본 작품이 한손에 꼽을 정도이며, 게다가 처음 들어본 고전문학이 더 많음에 놀라웠습니다.
나름 고전문학을 찾아 읽으려하는 편임에도 외국고전문학에 비해 읽은, 혹은 제목이라도 알고 있는 우리고전문학의 수가
생각보다 적어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한 인간의 욕망을 아는 것은 그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떤 시대의 한 인간의 욕망을 안다는 것은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고전문학 속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읽어내어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길은 즐거웠고,
더불어 내가 가진 욕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삼공본풀이>편을 통해 제주도의 독특한 신화에 관심이 생겨났고,
<세경본풀이>를 통해서는 트릭스터의 역할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대화체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매편마다 <작품 돋보기>를 통해 좀 더 생각해 볼 꺼리를 제공해주어 해당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좋은지를 이 책을 통해 알고 우리 고전을 찾아본다면 더 깊이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