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키큰하늘 9
조현미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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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우리 할머니 집에서 맨날 맨날 살면 좋겠다. 그렇지?"

아침이 되면 아이들을 깨우고, 밥을 먹이고, 서둘러 회사를 가고 학교를 가는 분주한 아침.

흔히 보는 아침 광경이 모든 가정에서 일어난다면 좋을 테지만.....

일상의 풍경이 깨어진 가정에서는 어떤 아침을 맞이할까요?


다양한 사회 변화로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여러분은 조손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히 만 18세 이하의 손자녀와 65세 이상의 조부모로 구성된 조손가정은 부모로부터 직접 양육 받을 수 없기에 모든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형아, 우리 할머니 집에서 맨날 맨날 살면 좋겠다. 그렇지?"라는

예닐곱 살의 아이의 말을 곱씹으며 동화를 떠 올려 봤어요.


할머니, 고모, 연우

이 세 사람은 조손가정을 이루고 살았어요.

아빠. 엄마는 이혼 후 두 아이를 각각 한 명씩 데리고 살기로 했는데,

형 연우는 할머니께 맡기고 해외로 일을 하러 아빠는 가시고,

축구를 좋아했던 동생 철우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엄마랑 아빠가 같이 싸웠는데도 엄마한테는 욕을 하고 아빠한테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나를 부르며 울고 있는 철우를 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P.32

라고 회상하는 연우.


연우의 기억 속에 어린 동생 철우는

텅 빈 교실에서 "형아, 형아!"를 부르며 울던 동생이었고,

축구 선수가 되겠다며 축구공을 굴리는 흉내를 내던 동생이었는데......




불편한 동거로 인해 생겨나는 가족 간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동화 <슬리퍼>는

다양한 사회 변화에서 가정이라는 틀이 깨어지며 생겨나는 우리들의 갈등이 잘 녹여 있었는데요,

마냥 어리기만 했던 동생 철우의 변화를 통해 내면에 상처받았던 또 다른 나와 대면하는 형 '연우'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 슬펐던 거 동화였어요.


형제와의 다툼을 목격하고 싸움을 중재하던 친구 '아라'를 통해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도 아이의 싸움에는 관심을 두는데 하물며 사랑으로 보듬어야 하는 가정에서 따뜻한 관심을 받을 수 없었던 연우의 시선.


<슬리퍼>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조손가정에서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해서 가슴이 더 아팠던 거 같아요.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잊은 연우와 철우의 부모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살아내야 했던 무수히 많은 어둠의 시간들.

그 시간들을 동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잠을 많이 자는 걸까? 왜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 많은 걸까?"



기억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고뇌했던 연우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워야 했던 철우가

이제 자신들을 누르고 있던 무거운 어둠을 걷고 밝은 세상 속의 일원으로 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동화였어요.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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