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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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희극인, 즉 코미디언스. 어긋나는 요소들의 조합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이불킥을 했던가. 여기에 그 어긋나는 조합들의 끝판왕이 있었으니 이름마저 흔한 브라운, 스미스, 존스의 아이티 기록이다.

읽다보면 왜 아이티인가, 왜 이 소설을 그레이엄 그린은 써냈는가 의문이 든다. 그린은 영국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남프랑스에 망명한 때에 이 작품을 써 냈다고 한다. 독재국가 아이티, 보이지 않는 곳까지 미친 권력을 피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고 모든 것이 통제되는 그곳을 배경으로 그린은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중심이 되는 이는 브라운. 독재공화국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이다. 아버지의 얼굴은 모르고 어머니의 곁은 일찍이 떠나서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호텔을 매각하고자 했지만 실패했고, 아이티로 돌아오는 배에서 스미스와 존스를 만난다. 스미스와 존스의 배경 역시 뭔가 어수선 하다. 채식주의자이면서 대통령 후보였다는 스미스, 그리고 존스 소령이라고 불리길 원하는 존스. 그들은 메데이아호에서 만나 잔을 기울이고 헤어지지만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후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된다. 흩어진 이들은, 다시 모인다.

브라운의 호텔에서 장관 필리포의 시신이 발견된다. 독재자의 칼날에 쓰러진 것인 줄 알았지만, 그는 스스로 칼날을 피하기 위해 생을 다한 것이었다. 이후 시작된 반란군의 활동은 실패하고 브라운은 장의사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살아간다. 어디서 많이 보던 전개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절대권력에 맞서 싸우다가 스러진 민중,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주인공.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놓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를 통해 보는 정치판은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소위 스카이 혹은 고시 출신자와 같이 '똑똑한 엘리트'들은 정치를 하고, 그들은 싸우고 양분되고, 명절만 되면 시장으로 간다. 아마 오늘 내일중에도 시장을 방문한 '민생행보'를 펼치는 권력들의 행보가 많이 보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요구하고 주장하지만 우리의 주장은 사라지고 평범한 하루는 지나간다. 어쩌면 그린 역시 그당시 달라지지 않는 이런 사회의 행태를 묘사하고자 아이티를 택하고 3명의 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은 아닐까. 코미디언스, 3명의 블랙코미디는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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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포옹 - 하루를 껴안는 음악의 힘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이석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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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명했던 드라마가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 음대생 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청춘을 그린 그 드라마는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에도 히트를 쳤고, 리메이크된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오마쥬한 콘서트가 열리고, 우리나라에선 클래식을 키워드로 한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 드라마를 통해 접한 첫 클래식은 베토벤 교향곡 중 알려지지 않았던 7번이었고, 그 음악이 나에게 준 것은 위로 였다.


아직도 그 시디를 사러간 날이 기억난다. 음반가게에서 시디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서 사니 음악전공이냐고 묻던 사장님과, 집에와서 조심스레 비닐을 까서 음반을 재생시켰을때의 쾌감! 관객들의 박수소리까지., 7번 교향곡이 연주되는 35분 내외 나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니,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사춘기여서 모든게 다 부정적으로 보이던 시절 헤드셋을 통해 듣는 클래식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음악의 힘을 믿게 되었다. 물론, 요즘 노래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힘을 주고, 흥을 주는 노래는 많지만 시대를 겪은 힘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클래식은 그 힘을 갖고 있다.


저자 역시 음악의 힘을 믿는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모든게 멈춘 시점, 저자인 클레먼시 버턴힐은 음악을 틀었다. 원래 음악을 사랑했지만, 더 맹렬히 더 집착적으로 음악을 들었고 음악은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누군가는 재활을 한 그녀의 의지가 더 컸으리라, 무슨 음악이 힘이 있냐, 클래식은 어려울 뿐이다 치부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안다. 음악이 그녀에게 힘을 주었음을.


그래서일까 그녀가 선택한 노래들은 역사 속 위인들, 어려운 사람들이 작곡한 것이 아닌 그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작곡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매 월 첫페이지에 있는 큐알코드를 통해 그달의 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다보면, 베토벤 바흐, 슈만과 같은 이들은 그저 우리보다 시대를 앞선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그들이 남긴 선율을 통해 힘을 얻는 혜택받은 자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꼭 구시대 작가들의 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81년생 부터 시작해서 우리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노래도 수록되어 있다. 그 곡들을 뽑은 작가의 노력과, 그 곡들을 추천하는 글을 읽는 순간이 행복해졌다. 학창시절 강제적인 음악시절에 행한 음악수행평가에서는 별이 어쩌고, 음율이 어쩌고 정말 가식적인 글들 투성이었지만 저자의 추천글은 그런 조미료는 없다. 진정으로 독자가 이 날, 이 글을 통해 자신과 함께 이런 감정을 느끼길 원하는게 느껴졌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가장 큰 것은 만남이요, 글로써 전달하는 것은 제한이 있다고 하는데. 글에다 음악까지 더해지니 표현할 방법이 좋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전작 1일 1클래식 1기쁨으로 독자들에게 클래식의 매력에 대해 소개했던 클레먼시 버턴힐의 새로운 컬렉션을 통해 올 해 365일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위로가 필요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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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버핏의 12가지 성공 원칙
피터 버핏 (Peter Buffett) 지음, 진정성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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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슈퍼마켓의 딸, 문구점의 아들이 되고 싶다. 어렸을 적 동경의 대상, 부잣집 자식으로 자라고 싶다는 생각은 커서 일확천금을 희망하며 로또를 사게되고 사회에 찌든 나는 '돈 = 혜택'이란 명제를 무의식중에 갖게 되었다. 부를 갈망하지만, 월급의 노예인 나와 달리 부의 대명사, 세계적 부호 워렌 버핏을 아버지를 둔 피터버핏은 다른 관점으로 부를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을 정립한다.


자기만의 길을 간 재벌 2세 혹은 3세들을 뉴스에서 접해왔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의 뉴스도 사회면을 채우고는 한다. 과연 부는 우리에게 혜택인 것일까, 독인 것일까. 피터버핏은 워렌버핏으로 인해 누린 것들이 혜택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 결과 그는 여러 음반을 내었고, 아버지가 물려준 삼남매의 재단을 관리하며 살아간다. 누구의 아들이 아닌, 그 자신으로써.


제목은 12가지 성공원칙이지만, 그가 계속 말하듯 그는 12번의 의문점을 제시한다. 앞서 말한, 부는 과연 혜택인가를 시작으로,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자신이 평생 해갈 직업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인지. 많은 자기계발서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 성공을 위해서 자신을 갈아넣어야 한다(?)는 류의 말을 많이 하는데 피터버핏은 그와는 다르다. 성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앞날을 위해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바닥부터 생각하기를 말한다.


"나는 진정하고 싶은 일을 택했는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를 포기하고 안전하고 혜택이 보장된 길을 가기로 했는가? p.72"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최고의 직업은 교사, 공무원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나 역시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나는 후자였기때문이다. 과연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하면서 살 수 있을까. 젊은이의 치부로만 살기에 현실은 녹록치 않기에 어느정도 휘어질줄도 알아야 하고,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어야겠지만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일때 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직업을 선택한다면, 나는 그 길이 무엇이든 응원해 주고 싶다.(그때가 되어서 다른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근렇다)


그가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세계적 부호이지만 겸손하며 일에는 언제나 빙의 된 듯 집중하는 워렌버핏과 그의 아내는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게했고, 가끔은 개입했으나 아이들이 선택하게 했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비단 자기계발서만이 아닌 육아서의 성격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부호의 아들이기에 부자가되는 법을, 혹은 '부와 명예'로 대변되는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버핏이 생각한 성공이란 자기 스스로 정립할 수 있는, 사회 앞에 떳떳한 안 인간으로써 존재하기 위한 방법을 논하는 듯 하다. 자신의 길에 의문이 든다면 혹은 자식의 앞날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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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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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란 단어에 갖는 첫 이미지는 상반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과 피박속에서도 부를 일구어낸, 탈무드의 주인들들 혹은 자신들의 과거를 핑계로 누군가를 억압하는 이들. 유대인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은 피해자인가 가해지인가.

이스라엘 의회는 2018년 7월 '유대 민족국가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단일민족 단일국가라는 프레임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가르치긴 하였으나 법에서조차 명문하지 않았던 문구 '단일민족'. 그 어느 나라도 특정민족이나 특정집단의 국가임을 스스로 명시 하지 않는다. 역사적 억압과 이난의 현실 속에서 이제는 자리잡고 가해자의 위치에 서버린 그들은 스스로의 위치를 명문화함으로써 민족의 결속력을 다지고 자신들 스스로 합리성을 부여한다.

오랫동안 국제문제를 다뤄온 한겨레 선임기자 정의길이 쓴 <유대인, 발명된 신화>는 풍부한 자료를 통해 이들의 역설적인 행동을 되짚는다. 그들의 행보는 과연 '역사적 피해'를 이유로 합리화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점에서 지은이는 유대인이라는 것 자체가 역사가 만들어낸 산물임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성경을 근간으로하는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에서 유대인은 탄생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민족의 이야기까지 되짚어봐야 하는 것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나 역시 불교인 상황에서 처음의 기독교의 역사들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를 생각해봤을때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어지는 차별적 시선, 다문화 의원이 나왔을때의 반응,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볼 때의 시선들. 이 이면에는 어쩌면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우월민족이라는 프레임이 무의식중에 있는 것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유대인발명된신화 #정의길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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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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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화, 특히나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이야기라니. 그들의 여정에서 배울 용기의 의미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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