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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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기 그지없다. 심지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이론부터 시작하는 사상들은 어느 시간에 몇 번을 들어도 헷갈리고 와닿지 않기 그지없다. 그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을 접하게 되었다. 행복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읽다보니 그 이전부터 내려왔을 생각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양에도 많은 고전사상이 있지만 근대화 이후 서양철학 역시 우리나라에 도입되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서양철학사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저자인 러셀의 지나친 견해와 평론, 그리고 러셀의 사상까지만 정리가 되어있어 큰 맥락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얻는다. 그와 반대점에 선 책이 이책, 틸리의 서양철학사이다.

 

철학 분야에서 명성을 얻는 프리스턴대학의 교수로 종사한 틸리는 소크라테스부터 최근의 이론들까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그리스 철학, 중세 철학, 근대 철학으로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철학사는 누구의 어느 이론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양문명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그리스 철학, 그들을 있는 중세철학과 최근의 실재론적인 이론들까지.

 

철학에 대해서 배운 것은 고등학교 시절 윤리와 사상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라 그리스 철학 이후로는 도통 어렵기 그지없다. 하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철학사는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우리의 경험 세계를 우리에게 이해될 수 있게 하려고 시도된 노력(p.17, 서론 중)’들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2천년이 계속되는 문명속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의 중심은 사람이고 문제의 원인은 크게 보면 비슷한 범주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은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한 페이지도 여럿 있으나 그 긴 시간의 역사와 생각을 한 번에 이해하려한 나의 욕심일 것이다. ‘가장 객관적인 철학사라 칭송받는 책답게, 옆에 두고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읽으며 나만의 관점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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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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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드라마 셜록에 보면 셜록의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엄숙한 방, 침묵 속에서 지내는 회원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높은 고위층의 사람들에게 침묵은 소중한 것이기에 이곳에서 만큼은 다들 조용하다 였나, 그런 맥락의 장면을 보며 영국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지구상 여러 군주제중 가장 유명하고, 오래되며 전세계인이 알법한 영국은 사회, 정치, 경제, 문학 뿐만 아니라 근대 사상의 발전을 이루는 철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역사서를 뒤져보더라도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애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등 많은 명작들의 고향은 영국이다. 특히나 영문학 수업을 들을 때 한번 씩 나온다는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은 어떠한가.

 

대영제국이라 칭해지며 패권을 휘어잡았던 영국의 18세기의 중심에는 그 당시엔 인정을 못받을 지언정 현재는 위인이라 칭해지는 이들이 있었다. 앞서 말한 세 인물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보즈웰, 조슈아 레이놀즈와 다른 회원들까지. 각자가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맡는 사람들이지만 술집 앞에서 그들은 드라마 속 그들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으로서 지성을 논하고 인간의 정을 나눈다.

 

18세기 폭풍과도 같았던 산업혁명 속에서 지성인들의 역할은 중요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을 논해야 했을 것이고, 이끌어야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혁명으로 이루어진 기계화된 문명 그 이전 사람이었을 것이고, 이들은 그 것을 더 클럽에서 찾았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 또는 술 한잔을 나누며 생각을 나누며 힐링을 한 그들은 이시대의 위인이 되었고, 역사책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더 클럽에서 시작된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삶을 추적해보면 이 만남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불가능한 요즘이다.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요즘 더 클럽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들과 함께 숨쉬고,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과의 인연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 수 없음을, 그러므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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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는 대로 / As I Imagine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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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적 밤마다 악몽을 꾼 적이 있었다. 똑같은 스토리가 계속 반복되는데 빠져나오지는 못해서 잠자는 게 무서웠다. 그럴 때마다 한창 빠져있던 지구수비대 후뢰시맨이 되어보기도 했고 ‘이건 꿈이다, 꿈이다.’ 되내이고는 했다.

‘내가 상상하는 대로’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작가와 그 쌍둥이 딸들이 어둠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눈을 감고 상상하는 대로 펼쳐지는 세계. 내 앞을 가로막는 괴물 공룡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내 앞에서 웃어주기도 하고 춤도 춰준다.

엄마에 이어서 등장하는 아빠의 한마디도 멋있다. 어둠속에서 공룡이 나타나 괴롭힌다는 딸들에게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단다

아빠의 모습. 어둠이든 밖이든 우리는 상상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사고의 범위를 한정짓지 말고 멀리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한 것일까.

아직도 가끔 나는 어둠이 무섭다. 꿈을 꾸면 사무실에서 산더미만한 서류들을 헤치우며 허덕일때도 있고, 끝나지 않는 길을 달리는데 바닥이 사막처럼 변하면서 발이 푹푹 빠질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는 생각을 하고, 이건 꿈이니까 우리 아이생각이나 해야지 하고 생각을 바꿀때도 있고 다른 상상을 한다. 상상은 돈이 드는게 아니니까. 내가 상상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그게 어둠 속 꿈나라이든 현실세계이든.

‘상상’이라는 단어에 눈길이가 집어든 책이었는데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As I Imagine’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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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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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Habitus)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 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

표지에서 말해주는 7가지 속성의 피라미드가 손을 내밀지만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책은 말한다. ‘습관(Habit)보다 강한 아비투스(Habitus)의 힘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의 긍정의 힘과 확언의 글쓰기로 통일되어 간다면, 이 책이 내놓는 말들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아비투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떻게 사다리 중간에서 최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장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2장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3장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4장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5장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6장‘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7장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8장‘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로 구성된 이 책은 익숙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당신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다.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고 다른 게를 방해만 할 건지, 조금 오르다 쉽게 좌절할 건지, 아니면 끝까지 기어올라 결국 바구니를 탈출할 건지. p.4

크랩멘터리 효과라 불리는 이 심리학 용어는 언뜻 들어봤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7가지 아비투스를 통해 우리는 그 방향을 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긴장한 모습을 절대 보이지 마라. 지위가 높은 사람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침착한 태도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쳤던 버릇이 다시 튀어나올 위험을 막을 수 있다.’ p.49

드라마 속 상류층들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는 도도하고 우아하지만 집에서는 긴장을 놓고 우리와 다를바 없이 입술을 깨문다. 어떻게 보면 나의 경계심을 풀지 않고 상대방을 대할 때, 상대방도 나를 쉽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좀 더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겠지?

‘죽은 후에도 성공은 남아야 한다.’ p.67

내가 죽은 다음 진심으로 내 사람들이 슬퍼해주는 삶을 사는게 목표이기에 와닿는 구절.

읽을수록 나만 알고 싶은 그런책이 있다. 부르드외의 이론을 다시 재집필한 책이라니 부르디외의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읽으면 읽을수록 욕심이 가는 책.

‘더 높이 오르고자 하는 사람은 도약하기 위한 사고 및 행동 전략이 필요하다. 즉, 현재 자신과 비슷한 수준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살마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 p.338

자본주의 사회,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계급이 되물림 된다는 자조석인 말들이 많다. 오죽하면 ‘금수저’, ‘흙수저’가 있고 ‘신의 아들’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안타깝다. 나나 내 아니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성장의 범위를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런의미에서 아비투스는 지금있는 상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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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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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지웅이란 사람에 대해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강인한 모습만 기억에 남아 딱히 좋아하진 않았다. 기사에서 그가 림프종이란 것을 보았고, 항암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인간애적인 차원에서 반가웠 달까. 그런 그의 책을 보고 나니 아, 이사람 겉과 달리 속이 찬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평상시에 날서있던 모습과 달리 청년에게, 항암치료를 받는 보통의 사람에게, 책을 읽는 독자에게 글을 통해 말하는 모습은 친하지는 않아도 진심으로 상담해주는 오빠와 같다.

 

너 혼자서는 세상 못 바꾼다. 청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근사한 수사에 현혹되지 말아라. 마케팅이다.’ p.218

 

그래, 열심히 살아서 내가 위인전에 등장할 것도 아닌데 뭐해. 만족하면서 살면 되는거지!

 

가면 안의 내가 탄탄하지 못하다면 가면을 쓰든 안 쓰든 아무 차이가 없다.~생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등대 노릇을 해줄 어른을 만나 지혜를 빼먹어라. -p.220

 

날카로운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그가 아픔을 겪고나서 건네는 한마디는 동네 마트앞에서 맥주까놓고 동생에게 해주는 말과 같았다. 생과 사의 경계속에서 헤매다 온 그였으니 그 진심이 오죽할까. 예전과 같은 비평은 보지 못해도 오히려 사람냄새 풍기는 글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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