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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미와 나무의 충격적인 스토리전개로 팬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던 베르나르베르베르. 한동안 너무 많은 다작에 쫓아가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점점 더 플롯이 비슷해 지는 것 같아 찾아 읽지도 않았었는데, 사후의 심판이란 내용이 다시 그의 작품을 들게 했다.(신과 함께 영화의 프랑스판 같기도 하다.) 특히나 희곡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좋아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한다. 베르나르의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단연코 집어들길 추천하는 책!
생과 사, 현생과 천국의 이원화된 그의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이 영혼의 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 특히나 현생의 영향을 주는 존재들이 흥미롭다. 카르마와 유전자와 무의식. 카르마 25%, 유전자 25%, 무의식적인 자아가 50%의 영향으로 현생을 판별한다니 그 얼마 자아가 중요한가.
"삶이란 건 나란히 놓은 숫자 두개로 요약되는 게 아닐까요.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싸고,
움직이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그러다...죽는 거에요.
각자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믿지만
실은 누구나 정확히 똑같죠." p.54
맞다. 사회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오늘'은 누구나 다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고,
죽고나선 뭐..솔직히 어느 집 누구의 자식이라는 타이틀이 뭐가 중요한가.
요새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회사에 가면 은퇴하면 지나가는 행인 1, 2, 3인데 사내정치를 하고, 꼼수를 쓰며 사는 사람들을 보니 저렇게 피곤하게 살아 뭐하냐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확실히 주인공인 피숑처럼 판사라는 멋진 직함이 있거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 부와 명예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듯이, 무언가 그들도 희생을 하고 있겠지.
전형적인 그런 케이스가 주인공인 피숑이다. 주인공은 판사라는 직함을 갖고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자식과 함께한 기억이 적고, 자식들은 흔히 말하는 "삐딱선"을 탄, 자립하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영혼의 재판부는 그런 그의 과오를 심판한다. 피숑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후의 우리의 심판은 어떤모습으로 이루어질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