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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성적표 ㅣ 베틀북 청소년 문학
오지윤 지음 / 베틀북 / 2026년 8월
평점 :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볼까요? 2026년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뭔가 미숙하게 생각되는 것 같은 현 시점에서 감정 성적표 책 제목 매우 흥미롭습니다. 오지윤 작가의 신작 감정성적표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감정'에까지 확장되어 평가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더라고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에서 인간의 감정은 더 이상 순수한 내면의 영역에 머물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은 몸에 '감정칩'을 이식한 채 살아가는데 이 칩은 실시간으로 개인의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수치로 환산하여 불안 수치나 스트레스 지수를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과 유진은 폐쇄된 수질 관리실 지하 구역을 통과하며 긴장감 넘치는 잠입을 감행하는데요. 이때 주인공의 감정칩은 짧게 진동하며 '불안 수치'를 경고하지만, 주인공은 그 수치를 무시하더라고요. "나는 그 수치를 무시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불안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너무 선명했다. 두려움, 기대, 떨림 그리고… 생생함. 처음으로 ‘살아 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페이지 69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이 대목에서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는데요. 시스템은 감정을 '불안'이라는 단순한 위험 수치로 규정하고 통제하려 들지만, 진정한 인간의 감정은 그보다 훨씬 다면적이고 복잡하다는 것이죠. 두려움과 기대, 떨림이 뒤섞인 그 혼란스러운 감정이야말로 인간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라고 할까요?

반면, 일상의 공간은 차가운 통제의 시스템과 대조되는 무기력한 현실을 보여줬는데요. 디스토피아적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거실의 TV 소리, 아파트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가족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완전히 닿지 못하더라고요. 면담을 앞둔 긴장감 속에서 엄마와의 대화는 건조하고, 동생 하민이가 건네는 조심스러운 말 한마디만이 메마른 방 안의 온기를 대변하더라고요. 스카이셀이나 면담 같은 장치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개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방을 정리하고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을 신경 써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감정 성적표라는 거대한 잣대 앞에서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검열당하고 위축되어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내면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차가운 숫자의 감옥에서 탈출해서 진짜 '나'와 마주하라는 따뜻한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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