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가족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현아율 옮김 / 돌고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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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엘리스 넛의 작품,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미국의 한 가정이 자녀(니콜)의 성性 정체성을 수용하고, 트랜지션이라는 여정에 존재하는 가치관 문제들을 다룬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당사자(니콜)과 함께 그녀를 둘러싼 인물, 특히 부모가 겪는 혼란 및 걱정, (제도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며, 과학, 문화, 제도 등 다양한 주제로 트랜스젠더에 관한 (독자의) 무지와 편견을 파훼합니다.

대다수의 아버지처럼 보수 성향을 지닌 웨인은 (아들이지만) 여성향의 니콜의 상황을 가급적 외면하려 하지만 차츰 변화되는 그의 심경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중의 감수성 및 가능성이 표상되며, 주변인들의 태도 및 인터뷰에서 열린 마음 및 보편적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됩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유사 작품들과 달리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이 견지하는 객관적인 시각은 (독자의) 감정적 피로를 덜어 특별한 존재 및 '나'이외의 존재에 대한 여유를 만들어내는 바 인권과 존엄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참고해야 할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제공: 돌고래 @dolgoraebooks

#소녀가되어가는시간 #트랜스젠더 #소아청소년기 #성소수자 #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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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소멸
한동일 지음 / 그린스트로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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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청춘의 소멸》은 오늘의 젊은이들이 어떤 감정과 의지로 살아가는지 보여줍니다. (일부 채널에서 호도하는) 미성숙한 존재의 과도한 낙관이나 체념이 아닌 도시인의 삶 그대로를 담은 것입니다.

가치 증명의 수단이 (도시) 시스템에 종속되는 것임을 수용하면서도 완전한 굴복과 굴종에 반목하는 사유와 사색은 이 작품의 핵심이자, 연민의 늪으로 끌어당기는 여느 작품들과 구분되는 인장印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제된 문장에 담은 관조적 시선과 고뇌는 불안을 야기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독자의 무의식을 지배하지만 암울한 결말, 빛나는 미래 모두를 비껴감으로써 서사의 품격을 높였고, 각종 묘사와 대사는 고립과 함께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기리는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서평은 표제작만을 다룬 짧은 글이지만 단숨에 읽기도, 멈추어 읽기도 어려운 이 작품에 제법 긴 시간 고민한 글임을 밝히며, 부족하나마 소설집 내의 다른 단편인 《구류 3일》, 《책》도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제공: 에프팔삼 프로젝트 @f83_project 그린스트로우 @greenstraw_book

#청춘의소멸 #불꺼진나의집 #구류3일 #책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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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스테퍼니 랜드 지음, 박순미 옮김 / 타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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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대학에서) 문예 창작 학위를 따려 애쓰는 미혼모의 몇 년을 회고합니다. 따분한 성공신화가 아닌 교육 현장의 사각지대, 이를 보완하려는 제도와 행정의 미성숙함을 들추는 작품이지요.

고등교육은 계층 이동의 수단이지만 결국 '있는 자'를 위한 시스템이며, 최저임금 노동과 빈곤에 둘러싸인 이들은 그에 편입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입니다.

미혼모인 저자는 어린 동급생들과 지내며 계급과 계층의 차이를 느낍니다. 아이를 맡길 곳도, 돈을 벌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매 순간 요구되는 수업료와 과제는 그녀를 옥죄는 사슬이었습니다.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런 환경은 '의지 있는 자'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하며, '파이크 신드롬'마저 떠올리게 합니다.

노력과 열정을 강조하면서도 (통과할 수 없는) 유리벽을 치우지 않는 사회적, 제도적 모순은 미래를 꿈꾸는 감각마저도 파괴할 수 있으며, 상처받은 개인이 자신과 자신의 커뮤니티마저도 붕괴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저자에게는 엄마라는 명분과 책임이 있었습니다. 육아는 고단하고 힘든 시간이지만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편견과 금전적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따금 찾아오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가벼운 만남으로 해소했던 치부를 숨기지 않고, 그로 인한 세 번째 임신을 통제권 회복의 계기로 삼는 저자의 모습은 교육이라는 신기루를 해체하는 것 외로도 《클래스》를 권하는 강력한 이유입니다.

※ 파이크 신드롬: 반복된 실패 경험 때문에, 실제로는 가능해도 더 이상 시도하지 않게 되는 심리 상태

제공: KSI books @ksibooks

#클래스 #타래 #조용한희망 #미혼모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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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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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츠웨이그와 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는 카를 융의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전문가들의 글을 발췌해 《그림자 바이러스》를 편찬하였습니다.

'그림자'는 인간의 무의식으로서 개인뿐 아니라 가족, 연애, 직장, 정치, 종교 전반에 존재하며, 이를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전 단계로 '투사'가 언급됩니다.

투사投射, 마음속 감정·생각·욕구를 다른 존재에 떠넘겨 보는 이 현상은 상대에게서 악惡을 느끼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이를 해소해 고요한 감정 또는 도덕적 우월을 고수하려는 태도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합니다.

투사로 인한 적대감은 정의나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에도 적용되며, 반보편적 가치라 해도 이를 인지해 자아自我의 일부로 수용한다면 잠재력의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림자 바이러스》의 맥락입니다.

그 논리는 간단해 보여도 이를 이해하고 정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심연深淵에 다가서는 과정마다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하며, 주제마다 다른 호흡과 밀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그림자에 관한) 뼈대를 갖추고 관심 주제부터 읽어보시길 권하며, 저의 경우에는 '7부, 적의 탄생'부터 시작하였음을 첨언합니다.

비록 난도 높은 작품이지만 그 초판이 1991년에 출간되어 30여 년간 읽힌 고전인 만큼 (심리학에 조예 깊은 분들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해상도와 선명도를 높이고픈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제공: 용감한 까치 @brave_kkachi

#그림자바이러스 #용감한까치 #그림자 #카를융 #적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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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던스 - 결핍을 넘어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에즈라 클라인.데릭 톰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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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은 《어번던스》를 통해 미국 붕괴를 조명하며, 그 대안으로 '풍요의 정치'를 제시합니다. 정책과 규제를 혁파하고 주거, 운송, 에너지, 서비스 공급을 늘려 사회 전반의 역동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지요.

미국이 겪고 있는 고비용, 저성장은 리버럴 진영이 수호하려했던 공동체와 환경, (절차적) 정의가 한 몫하고 있으며, 과거의 청사진이 현대의 결핍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수많은 자료와 사례로 입증하고 (리버럴 진영의 일부로서) 인정합니다.

진보가 내건 공약과 정책은 (생산과 공급, 혁신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수요를 지원함으로써 결핍을 강화합니다. 각종 보조금과 그에 준하는 지원이 부족한 재화와 용역의 가격을 부풀리기 때문입니다.

풍요란 무엇일까요? 《어번던스》 내에서 만큼은 중산층의 확대와 성장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이 유지하는 안정적인 삶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 그리고 혁신으로 이어지며 정부에 대한 신뢰,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낳습니다.

저자가 견지하는 기술 낙관주의가 기술 만능주의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겠으나 탈성장과 희망 없는 분배, 관료주의적 사고를 극복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철학과 사상임을 감안해 주시길 바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로 이 글을 마칩니다.

"포퓰리스트는 사회경제적 불만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인 정부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그들의 독재적인 권력을 통해 비효율적인 정부를 효율적인 정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어번던스 #한국경제신문 #수요 #공급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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