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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제프 멀건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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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자본주의로 촉진된 기술의 발전은 생명과 우주, 온라인 미개척지를 정복하는 제2, 제3의 식민지 시대를 열었습니다. 냉전이라는 적대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순수 학문을 다루는 쾌거도 이루었으나, (경제와 결합된 과학은) 새로운 위험과 부작용으로 진화된 제도와 법률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사회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지성, 제프 멀건 님은<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를 통해 '과학과 정치의 역설'을 다룹니다.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과학기술, 그 미래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희생을 치를지 알 수 없기에 오늘날 이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6부 13장으로 구성된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는 다양한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봅니다. 아마도 그 특성을 이해해야 하기에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과정이라 생각되며, 과학을 다루는 정치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제법 방대한 내용이라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으나 적절한 비유가 담긴 '주인과 하인'의 변증법을 우선 참고한다면 주제의 혼동 없이 각 부분에 대한 이해는 높이고, 논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제와 관련된 작가의 의견은 꽤나 일찍 드러납니다. 그 의견이 얼마나 유용하고 합당한지를 살피는 과정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겁니다. 과학과 정치의 역설을 풀어갈 답변은 그 문제들 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앞선 내용처럼 문제를 인지해 대중에게 전달한다는 점, 그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경고한다는 점입니다.

<과학이 권력이 만났을 때>는 과학이 나아가야 할 '길의 설계'를 다루는 정치의 역할과 성장을 강조합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답변을 실은만큼 정치인과 전문가들에게 우선적으로 권하며 그들의 올바른 해석과 실천이 가능하도록 우리 역시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를 탐독해야겠습니다.

제공: 매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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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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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려서는 사랑받았으면서도 늙어서는 멸시받지 않아 다행이다, 안심하고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한 명의 사랑받는 노인이 있다는 건 우리도 '곁에 있어 고마운'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며 무엇이 그런 인생을 만들었나 궁금하게 합니다.

반평생 교단을 지키며 <풀꽃>으로도 유명한 시인, 나태주 님의 에세이 <좋아하기 때문에>는 작가가 살아온 인생을 압축하여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의 이유와 배경을 사색으로 전합니다.

크게 4부로 구성된 <좋아하기 때문에>는 추억으로 정리된 삶의 지혜, 함께 살아가는 기쁨, 머무는 시대에서의 가치, 읽고 쓰는 삶의 애환을 다룹니다. 글쟁이로 살아온 노공에게 듣는 고요한 인생, 그런 그에게도 아쉬운 순간은 있었으니 한 세월 어찌 살면 좋을지 들어보는 수고로움에서 '경애 받음'의 비밀을 알 수 있으니 가끔은 시간을 빼서라도 읽어야 한다, 강조하고 싶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의 재미는 스스로 명예욕이라 치부하는 겸손 뒤로 가려진 작가의 진심입니다. 노시인은 포기합니다. 포기하여 가벼운 인생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처럼 단련된 삶에 남은 유일한 욕심이 '사람과 글쓰기'라니, 그의 뜬금없는 고백에 피식하고 웃음이 납니다. 세상 모두를 꽃으로 바꾸려는 야망이야 우리는 진즉 알고 있었건만 (혼자서) 뒤늦게 깨달은 옹의 본심, 우리는 그걸 욕심이라 하지 않는다, 답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좋아하기 때문에>는 존재의 의미를 꿰뚫은 늙은 시인의 훈유입니다. 뒷모습을 강조한 책의 마무리를 따라 우리가 사랑받을 이유는 뒷모습에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도 <좋아하기 때문에>로 맹글어진 꽃내가 가득하시길 희망합니다.

제공: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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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
나카무라 아츠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마인드빌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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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실을 추구합니다. 가슴 아픈 사실도 기꺼이 들으려 하고, 서로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 외칩니다. 그럼에도 늘 아쉬운 우리, 혹시나 진실에 다가설 관계나 위치는 아니었나, 오해하고 체념하기도 하지만 부족한 건 자격이 아니라 기술이란 사실을 깨우쳐야 합니다.

<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는 경력 30년, 희대의 리스너(Listner) 나카무라 아츠히코 님이 전하는 듣기의 노하우입니다. 후배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기술이 우리에게도 공개된 것입니다.

총 4부로 구성된 <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는 경청을 위한 전략과 전술이 담겼습니다. 극단적으로 낯을 가리는, 어쩌면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격에서 탄생한 경청 능력은 실례를 그대로 담은 현실성, 기초부터 상급까지의 단계적 접근, (이성관계부터 비즈니스까지) 분야를 아우르는 범용성으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모두가 말하고 싶은 시대, 듣기에 몰두한 독특한 대화법은 분명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듣기는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좋은 얘기도 있겠지만 (주로는) 나쁜 얘기를 들어야 하고, 움찔대는 입술, 뻣뻣해진 허리, 흐려지는 시야를 견뎌야 하는 고된 작업으로, 경청의 수준에서는 실로 전투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거침없이 찾아온 노동의 개념, 그간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입니다.

<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는 실용서답게 간결한 문체로 요점을 전합니다. 완독에 긴 시간을 요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하셔도 좋으니 모든 분들이 꼭 한 번 훑어보시길 바라며 <말을 못하면 들으면 된다>로 경청하는 사람, 경청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시길 희망합니다.

제공: 마인드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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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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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매거진을 읽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새로운 작가, 그들의 시도를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미완이 주는 사고와 사유의 여백, 그 공간에 채워지는 여유는 단련된 기술이나 기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순수의 에너지가 아닐까 합니다.

<창작과 비평 203호 2024 봄>에는 여러 전문가와 작가들의 글이 실렸으나 무엇보다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김서치, 강수빈, 김수려, 이원기 님의 수상작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강수빈 님의 글은 연인의 죽음 뒤에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었습니다. 모든 걸 잃은 듯한 체념과 포기가 느껴지면서도, 또 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덤덤한 울림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에 그 공이 있겠으나, 주변의 손길에 감사하고 신경 쓸 줄 아는 주인공의 마음이야말로 울림의 근원이며, 잃은 것만큼이나 소중한 것들이 남아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는 메시지가 되어줍니다.

수상작을 읽는 기쁨 중 하나는 현대 문학의 위치를 살피는 것에 더해 심사평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읽지 못한 세계와 내면, 전문가로서의 소양과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문학 매거진만의 매력입니다. 그러니 언급했던 소설 부문 수상작 외에도 다른 수상작과 심사평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창작과 비평 203호 2024 봄>에는 문학적인 내용 외에 사회적, 정치적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그것에 동의 또는 반대하기보단 이런 시각, 저런 생각도 있다는 것으로 즐기시며 문학이든, 정치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독서로 균형 있는 삶을 가꾸시길 바라며 <창작과 비평 203호 2024 봄>이 가진 매력을 전해봅니다.

제공: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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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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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제한된 공간, 문명이 스미진 못한 거친 환경에 수긍하고, 순응하며, 때로는 저항하기 위해 인간은 신앙에 기대었고, 신앙은 인간을 보듬었습니다. 그것이 설령 사이비 종교일지라도! 인간은 원시적인 토속 신앙으로 정화될 수 있는가,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2023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 '신인상' <설곡야담>으로 데뷔한 고태라 작가님은 <마라의 요람>에 섬을 덮어버린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 그를 파헤치려는 민속학 탐정이 장기 적출된 살인 사건을 해결하며, 섬사람들의 욕구와 치부를 밝히는 본격 미스터리를 구축하였습니다.

섬에서 양육된 토속 신앙은 인간 내면에 요동치는 욕구와 비이성을 숨기는 도구로 '집단과 신념'으로 갈라지는 근거 없는 행태를 조명하는 동시에 최후의 범죄자가 다루는 징벌의 대상, 오해의 대상으로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독자가 <마라의 요람>을 선택하는 최초의 이유입니다.

그 독특한 소재에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주인공 특유의 캐릭터는 서사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얕고 넓은 지식으로 독자를 지원합니다. 최초의 사건에 덧대어진 추가의 사건들과 인물은 미스터리의 향기를 내뿜으며 (주인공의 개성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음침하고 기괴한 감정을 제공하고, 핵심 용의자들에 대항해 무채색으로 그린 듯한 섬마을 사람들의 듬성듬성한 대화는 (사건과는 별개로) 인간 본질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을 일으켜 종결된 사건 뒤로도 꺼림칙한 여운을 남깁니다.

<마라의 요람> 그 백미는 제3의 화자가 작성한 수기(手記)로 별로의 서체와 스토리로 제공되며, 공간과 인간의 폐쇄성에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들여 극적인 효과를 나타냅니다. 사건의 결말과도 관계된 이 설정에는 사교 집단이 숨기고자 하는 비밀 또한 담겼으니 기대하시길.

<마라의 요람>은 그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소재, 개연성 있는 스토리로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마음을 붙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도 관련 시리즈가 예상되기에 그 서막의 선두에 서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으로 <마라의 요람>을 추천하며, 신인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들 또한 응원해봅니다.

제공: 아프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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