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 키르케고르 아포리즘
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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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달리, 상당히 친절한 책입니다. 츤데레✰

<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라니… 왠지, 정신 똑띠 차리라는 엄혹한 문구로 느슨한 정신을 찰싹찰싹 때려줄 것만 같은 제목이잖아요? 근데 뭐야… 아주 세상 따숩♡

[인생은 충분히 풍부하다.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207P ㅡ 봄인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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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대표작에서 뽑은 문장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발췌의 75%가량을 담당함. 저자의 핵심 사상이 담긴 문장을 → 독자인 엮은이가 자기 삶에 힘을 주는 경구로 삼았고 → [내가 느끼고 즐겼던 그 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았다고 해요~

다산 정약용의 초서법을 생각하시면 딱 맞아요!

‘절망’이라는 주제로 발췌/재배열한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어둠이 빛으로 물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심증이 아니라 물증 제시 가능한 감상인데요. 이 점 때문에 책의 실물을 보고 구성에 감탄했잖아요~ 엮은이, 편집자, 디자이너 삼합이 끝내줘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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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실물을 보시면, 내지가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데요.

배열된 문장의 흐름이 ㅡ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고 외치며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이 → ‘절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구조거든요? 절망이 자아 밖에서 나를 억압하는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아 안에서 내가 나를 보는 시각(나와 나의 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의식 변화를 가장 탁월하게 끌어낸 배치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내지 컬러의 명암 조절로 해낸 거예요!

정신의 변화를 이렇게 시각화하다니… ㅂㄷㅂㄷ

[그대는 절망 속에 빠져 있다. 그대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리고 그대는 아무것도 피하려 하지 않는다.] 15P →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괴로워하고 내일은 죽으리.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일도 어제처럼 생각하리.]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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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더듬어 빛으로 나아간다’고 볼 수도 있고, ‘어둠 속에서 어둠 자체가 빛임을 깨달아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후자가 더 적확한 해석이겠지요.

오늘 괴롭고, 내일 죽어도, 어제처럼 사랑할 거래요♡

책에는 별도의 주석도, 엮은이의 한 줄 요약도, 쉽게 풀어쓴 해설도 없습니다. 쇠렌 키르케고르의 문장 그 자체만 있어요. 있는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게 멋입니다. 2차, 3차 텍스트로 해석된 글보다 저자의 원전으로 고유한 멋을 삼켜내고 싶은 북친님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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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쇠렌 키르케고르

[절망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 이것은 진정 엄청난 과업이다. 그가 자기 자신에게 떠맡긴 최고의 숙제다. 그러니 우리 함께 눈여겨 살펴보도록 하자. 이것이 어떻게 풀리고 또 해결되는지를.] 83P

[보물은 네 본래의 자기 자신 안에 있다. 그것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다. 이 보물은 사람을, 천사를 훌쩍 뛰어넘어 하늘 높이 비상하게 해 줄 것이다.] 93P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오지만, 모든 것이 변해 있다.] 177P

[나는 자유를 위해서 싸운다.] 97P

[그대여, 걱정 말고 절망하라. 그러면 그대의 정신은 두 번 다시 우울증에 빠져 신음하는 일은 없으리라. 세상은 그대를 위해 다시 아름답고 즐겁게 변할 것이다. 만약 그대가 예전과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대는 모든 것에서 풀려나 진정한 해방을 맛보게 되리라.]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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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필자가 읽고 싶은 책의 서평단에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도서제공 #세창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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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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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가 대신 광고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ㅋ⫬

책 소개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지만… 이 책, 흑백 사진 자료가 무려 166점(표지 포함)이나 실려있어요! 리뷰 사진이 초반에 몰려있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의 잘생김이 초반에 몰려있기 때문.

아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읽으면서 “컬러가 아니어서 겸손하신 거예요?”라고 혼자 몇 번이나 중얼거렸잖아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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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은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평전입니다. 전 세계 동시 출간이었고, 전작부터 벽돌책의 위엄으로 조사의 치밀함을 증명한 믿고 보는 세계적인 전기 작가의 신간인데요.

2년간 일론 머스크를 밀착 취재하고, 관련 인물을 130명 이상 인터뷰하여 인물을 다각도로 조망한 책이라고 하기에 기대가 컸어요. 게다가 일론 머스크 본인이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라고 하니, 더욱 비판적으로 보겠노라 다짐했죠.

프롤로그 읽을 때, [너무 비범하게 보는 것 아냐?] 메모하며 똑띠모드를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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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❶ 풍부한 사진 자료(166점/표지 포함)와 ❷ 높은 비중의 최신 정보! 이런 거 너무 중요한데 소개에 빠졌더라고요! 사실 인물 자체의 비범한 어린 시절 같은 건 흔하니까(?).

진짜 궁금한 건 스페이스X - 테슬라 - 트위터 등 알만한 행보의 비하인드 스토리였거든요~ 책의 절반 이상이 최신 정보에 집중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가, 어찌나 좋던지🖤

총 700쪽 분량의 본문에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하는 벽돌책이지만, 평균 7쪽 수준의 일화가 95장면으로 나뉜 구성이라 읽기 수월해요. 장마다 실린 사진과 함께, 그 해에 일어난 사건을 따라가면 금세 한 장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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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까지의 일론 머스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21세기 하인리히 슐리만’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아버지 사무실에 딸린 곁방에 들어가 그 책을 반복해서 읽곤 했지요. / 다른 행성에 가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만든 게 바로 그 책이에요. 42쪽]

어릴 때의 독서로 하인리히는 트로이를, 일론은 화성을 꿈꾸게 된 거죠! 인용의 책 제목은 안 나오는데, 마지막까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책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입니다.

너무 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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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 ⅓만 지나면 스페이스X 설립과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 트위터 인수 관련 이슈까지 - 궁금하실 재미난 얘기 다 나옵니다. 동시대 인물이라, 국제 정세를 포괄한 최근 소식이 쏟아져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일론 머스크는 창의와 열의 면에서 배울점이 상당했고, 인간관계 면에서는 배울점이 거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남는 교훈이 있었어요. 업무나 삶의 태도에 있어 곱씹어 볼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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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식으로 파고들어도 막힘없이 대답할 만큼 담당자는 자기 업무를 꿰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고, 문제가 생기면 고민보다 행동으로 - 즉각 해결하는 단순 명쾌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A에서 E까지는 시뮬레이션 돌려보고 시작하는 타입이라 귀한 배움이었습니다. 직무상 응용할 부분과 주변에 방향성 제안하기 좋은 아이디어를 두루 얻었어요.

경제/경영 분야 종사자 외에도, 인물과 관련 기업의 최신 동향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도서제공 #21세기북스
#일론머스크 #월터아이작슨 #책리뷰 #플랜츄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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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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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이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선이다”

하반기 독서 시간 일부는 ‘나 홀로 미학 아카데메이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리뷰한 [살롱 드 경성]이 지적 향연이었다면, 오늘 소개할 [매혹하는 미술관]은 시적 향연인 도서입니다.



[숲은 화가의 팔레트와 같다. 빛과 바람을 섞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온갖 색을 빚어낸다. (…) 좋은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6쪽] → 서문부터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했는데요. 끝까지 문장이 좋아서, 2회독 때 책날개의 소개를 보니 저자가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더라고요~

어쩐지…

책에 언급된 작가와 인용구 하나하나 어쩜 이렇게 찰떡이지 싶더라니♥



[매혹하는 미술관]은 부제 ‘내 삶을 어루만져 준 12인의 예술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의 삶에 위로를 건네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 책입니다. 화가 또는 조각가인 12명의 예술가는 시대의 부조리에 고통받으면서도 예술을 통해 자기 생을 살아낸 근현대 인물들이에요.

총 4부 구성으로, 각 부에 3명의 예술가를 배치했는데요. 각 장은 20쪽 내외의 균등한 서술로 이뤄져 있습니다. 나름의 읽기 꿀팁은, 첫 페이지에 발췌된 문단을 읽고 → 수록된 사진 자료로 작품을 먼저 감상한 후 → 본문을 읽으시면 훨씬 좋아요!

전시 보러 갈 때도,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시간 예약 가능하면 먼저 들어가서 전체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시간 맞춰 처음부터 동선 따라가거든요~ 수록작 먼저 보고 읽으시면 머릿속에 연상되어 본문 이해 쏙쏙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의 문체가 문학적 표현법(비유와 묘사)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서술이에요. 한 챕터마다 작가 한 사람의 삶과 대표작을 일대일로 해설해 주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요. 미학 개념어 줍줍은 기본이고요~

12명의 예술가는 저마다의 열정으로 아름다움의 피안을 포착하거나(1부), 객체인 뮤즈에서 주체인 예술가로 거듭나거나(2부), 영혼에 비해 경시되었던 육체를 드러내 사유를 보여주는 작업에 집중하거나(3부), 고통과 추함에 맞서 담대한 삶을 노래하며(4부) 삶의 순간을 붙들었습니다.

작품을 소개하는 관람자(저자)의 시선 자체가 철학적이어서, 많은 분들이 자신이 당면한 삶의 주제를 마주하는 독서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요~

제게는 위로보다 담대한 기백이 마음에 스미는 책이었어요~ 뭔가 용기 뿜뿜!



개인적으로 플랜츄 고전팀의 올해 북큐레이션 대주제가 ‘자기(自起, Selbst)’여서, 2부 [뮤즈에서 예술가로] 챕터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참고 문헌인 수잔 발라동 책은 바로 빌려 왔잖아요!

르누아르, 드가,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과 1920년대 파리 예술가들의 중심이었던 ‘키키 드 몽파르나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대상(객체)이 아닌 주체로 제대로 공부하려 한 적이 있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반쪼가리 고전러버’임을 뼈에 새기며…

가혹하게 아름답고 찬란한 여성 예술가들의 삶에서 내 삶을 마주할 힘을 발견하는 [매혹하는 미술관]이었습니다.

#도서제공 #아트북스
#매혹하는미술관 #송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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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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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인 파리] 경성편쯤 됩니다 :)

하반기 개인 미션 중 하나는 ‘나 홀로 미학 공부’입니다. 9월 시작부터 목표에 딱 맞는 신간을 2권 발견하여 지원했는데요. 그중 한 권이 오늘 소개할 책,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이에요.

감동을 넘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벌써 두 번이나 리뷰를 올렸어요. 1장과 3장이 고등국어 교과서 문학 작품 연계 자료로 최고다 싶어서 궁금했던 건데, 다 읽고 보니 이건 그냥 싹 다 전 국민 필독서예요.

→ [한국사 편지] 이해 가능한 전 연령 독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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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혼란의 개화기와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분단을 통과]했던 한국 근대 문예사를 여행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다 보면, 저절로 한국 근대 역사와 문학ᆞ예술가의 삶 그리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섭렵하게 되어요~

부드러운 문체를 비집고 뿜어져 나오는 어마무시한 덕력의 배경지식 아카이브!

본래 2021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2년간 조선일보 주말판에 연재된 글을 모아 엮은 책인데요. 전체 380쪽 분량이지만, 총 30편의 글이 4개의 대주제로 묶여있고 한 편은 10쪽 내외여서 금세 읽을 수 있어요~

근대 예술가의 생애 이후, 현대 후손의 행보까지 연결 지어 소개하고 있어서 알만한 이름들이 대거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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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미술의 아름다움에 눈 뜨게 하는 배경지식의 향연인 건 다른 분들께서 리뷰해 주실 것 같아요. 제가 놀란 건 다른 겁니다.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개별 연재물을 엮었음에도 놀라운 유기적 연결성을 보이는 서술이에요. 연재물을 한 권으로 묶을 때, 독자의 지적 사고 확장을 고려해 퇴고하고 편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책이 많습니다.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

한데, 이 책은 한 편 넘길 때마다 새로운 이야깃 거리를 제공하며 시야를 확장해 주면서도, 중복 없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거예요? 그게 너무 낯설어서 출판사 책 소개 정보를 찾아보니까 [동명의 칼럼을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네이버 검색으로 칼럼 실제와 본책 본문을 비교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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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빛의 시대, 조선’을 만나는 치유의 독서 경험을 선물받은 것입니다. 이건 [빛의 시대, 중세]에서 얻은 상징인데요. 주변에서 흔히 들어온 ‘조선’은 중세만큼이나 암흑시대였거든요~

[살롱 드 경성]에 소개된 근대인들의 상호 협력과 시대를 거스르는 당찬 기백은, 그늘졌던 조선에 빛을 드리우는 작업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기를 기대하며 서평에 지원하긴 했지만, 기대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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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 근대 문학은 뼈마디에 칼바람 드는 아픈 서사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서(학생 때 정말 너모 힘들었음. 모의고사 시험지 풀다가 운 적도 있음), 세계문학으로 도망쳐서 인간사를 탐색해온 거거든요?

근데, 이렇게 담대하게 마주할 힘을 주는 서술이라면, 하루라도 앞당겨 다시 용기 내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읽을 때, 경성을 배경으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시간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고요.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책에 손글씨로 옮겨 적어둔 이태준과 김용준의 뜻과 닮아서 한 편 한 편 소중한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 즉 중국도 일본도 아닌 조선의 전통을 찾아내어 이를 현대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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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재 글을 조선일보에서 다시 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네이버 검색 추천드려요~

덧, 이때 배경인 추리소설 김재희의 [경성탐정 이상] 시리즈도 끝내줍니다! 우리 문학 꿀잼므🖤

#도서제공 #살롱드경성 #해냄
#신간도서 #서평 #책추천 #플랜츄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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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시대, 중세 - 폭력과 아름다움, 문명과 종교가 교차하던 중세 이야기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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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저는 ‘마녀사냥, 기사도, 십자군 원정, 화형, 이단 색출, 종교 재판, 학살, 흑사병, 잔혹사’ 같은 단어가 우선 생각납니다. 붉게 물든 세상을 덮는 거대한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고요.

5세기에서 15세기 사이의 유럽을 고대와 구분하여 묶은 시기인 ‘중세’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건국 초기부터 말기까지의 시대를 가리킨다고 해요~ ‘고려’ 하니까 왠지, 유럽의 중세가 그동안 ‘암흑시대’로 통했던 이유와 이제는 ‘빛의 시대’인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이해되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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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발표된 <빛의 시대, 중세>는 암흑에 가려져 있던 중세 역사의 이면을 밝히는 역사서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이 열일곱 권은 나올 만한 이야깃 거리가 총 17장 구성의 흐름 안에 담겨 있어요~ 챕터별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허구로 축조한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 <왕좌의 게임> 시리즈도 거뜬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목 ‘빛의 시대’의 의미를 저처럼 오해하지만 않으시면 될 것 같아요~ ‘빛’이라고 해서, 그동안 어둠으로만 점철되었던 중세 역사의 밝은 면만을 집중 소개하는 책인가 싶었거든요;

저자가 표현한 ‘빛의 시대’는 [공존과 폭력 모두를 향한 욕구가 담긴, 여러 문화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복잡한 상호작용의 상징]을 이해하고자 하는 [복잡하고 인간적인 개념]이며, [광범위한 국제적, 교차문화적, 다세대적, 다언어적, 다종교적 관계망]으로 형성된 중세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온 표현이었어요~ *인용 순으로 198/21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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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뚜렷한 독서와 중세사에 호기심이 많은 독자라면 유용한 서적인데요. 단테의 <신곡> 만큼은 모든 독자가 영업 대상인 것 같습니다.

중세사의 첫 장면을 황후 갈라 플라키디아의 영묘에서 시작한 저자는, 별빛이 쏟아지는 천정의 모자이크 아래 단테를 세워놓는데요. 눈부신 천 년이 신비에 압도된 단테의 모습이 절로 그려질 정도예요! 중세사의 출구에 단테의 <신곡>이 있다면, 입구에 플라키디아의 영묘가 있다는 식이죠~

쇠락한 로마의 암흑으로 중세를 시작하던 기존 역사관을 벗어나 달리 보자는 취지입니다. 로마는 멸망하지 않고 [새로운 종교와 민족들이 기존의 관념, 풍습과 통합될 시대의 무대]로 남아 꾸준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거예요. *38쪽

이러한 역사적 연결성은 단테의 <신곡>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나아가는 서사와 합치됩니다. 중세의 천 년은 ‘암흑시대’가 주장한 멈춰버린 시대가 아니라, 빛을 찾아 나아가는 수백 년간의 움직임이라는 주장이죠. 독자에게는 두 명의 저자(매슈 게이브리얼, 데이비드 M. 페리)가 중세의 지옥-연옥-천국을 보여주는 ‘베르길리우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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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 중세인들의 내면을 살피고 그들이 본 것처럼 우주를 보고 “어떻게”와 “왜”를 묻도록 애써야 한다. 193쪽] → 공존과 불화, 협력과 갈등이 상존하는 것은 중세를 넘어 모든 시대의 공통점일 것입니다.

‘암흑시대’가 종교적ᆞ정치적 목적하에 각색된 서사를 들이밀 때, ‘빛의 시대’를 읽는 눈으로 세계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역사의 단면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던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책 속의 한 줄로 추천의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우리의 빛의 시대는 단순하거나 명확하지 않고, 뒤죽박죽이고 인간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진실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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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저는 중세 배경 고전문학 <신곡>, <돈 키호테>, 이탈로 칼비노 3부작 다시 읽기 하려고 이 책 선택했어요!

#도서제공 #빛의시대중세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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