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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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이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선이다”

하반기 독서 시간 일부는 ‘나 홀로 미학 아카데메이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리뷰한 [살롱 드 경성]이 지적 향연이었다면, 오늘 소개할 [매혹하는 미술관]은 시적 향연인 도서입니다.



[숲은 화가의 팔레트와 같다. 빛과 바람을 섞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온갖 색을 빚어낸다. (…) 좋은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6쪽] → 서문부터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했는데요. 끝까지 문장이 좋아서, 2회독 때 책날개의 소개를 보니 저자가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더라고요~

어쩐지…

책에 언급된 작가와 인용구 하나하나 어쩜 이렇게 찰떡이지 싶더라니♥



[매혹하는 미술관]은 부제 ‘내 삶을 어루만져 준 12인의 예술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의 삶에 위로를 건네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 책입니다. 화가 또는 조각가인 12명의 예술가는 시대의 부조리에 고통받으면서도 예술을 통해 자기 생을 살아낸 근현대 인물들이에요.

총 4부 구성으로, 각 부에 3명의 예술가를 배치했는데요. 각 장은 20쪽 내외의 균등한 서술로 이뤄져 있습니다. 나름의 읽기 꿀팁은, 첫 페이지에 발췌된 문단을 읽고 → 수록된 사진 자료로 작품을 먼저 감상한 후 → 본문을 읽으시면 훨씬 좋아요!

전시 보러 갈 때도,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시간 예약 가능하면 먼저 들어가서 전체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시간 맞춰 처음부터 동선 따라가거든요~ 수록작 먼저 보고 읽으시면 머릿속에 연상되어 본문 이해 쏙쏙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의 문체가 문학적 표현법(비유와 묘사)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서술이에요. 한 챕터마다 작가 한 사람의 삶과 대표작을 일대일로 해설해 주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요. 미학 개념어 줍줍은 기본이고요~

12명의 예술가는 저마다의 열정으로 아름다움의 피안을 포착하거나(1부), 객체인 뮤즈에서 주체인 예술가로 거듭나거나(2부), 영혼에 비해 경시되었던 육체를 드러내 사유를 보여주는 작업에 집중하거나(3부), 고통과 추함에 맞서 담대한 삶을 노래하며(4부) 삶의 순간을 붙들었습니다.

작품을 소개하는 관람자(저자)의 시선 자체가 철학적이어서, 많은 분들이 자신이 당면한 삶의 주제를 마주하는 독서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요~

제게는 위로보다 담대한 기백이 마음에 스미는 책이었어요~ 뭔가 용기 뿜뿜!



개인적으로 플랜츄 고전팀의 올해 북큐레이션 대주제가 ‘자기(自起, Selbst)’여서, 2부 [뮤즈에서 예술가로] 챕터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참고 문헌인 수잔 발라동 책은 바로 빌려 왔잖아요!

르누아르, 드가,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과 1920년대 파리 예술가들의 중심이었던 ‘키키 드 몽파르나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대상(객체)이 아닌 주체로 제대로 공부하려 한 적이 있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반쪼가리 고전러버’임을 뼈에 새기며…

가혹하게 아름답고 찬란한 여성 예술가들의 삶에서 내 삶을 마주할 힘을 발견하는 [매혹하는 미술관]이었습니다.

#도서제공 #아트북스
#매혹하는미술관 #송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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