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맛 - 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안대회.이용철.정병설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맛으로 엮은 18세기 지식 한 꼬치. 역사를 한줄로 쭉 꿰어주니 보배寶貝롭다. 사건은 맞물려서 흐른다. 인물 없는 사건이 없다. 먹고 살지 않는 인물은 없다. 그들이 먹고 사는 이야기가 곧 그들의 삶이다. 18세기 사람들은 아주 먼 나라 사람 같으면서도 큰 틀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게 산다. 우리와 조금 다른 그들이 어떻게 뭘 먹고 살았는지를 살펴보면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플랭클린이 프랑스에서 로비 하면서 먹고 마셨을 음식들을 생각해보고, 연암 박지원이 담가 마셨을 돼지술을 생각해보면 18세기의 맥박이 두근 두근 하면서 뛰는 것을 느낀다. 참 맛있는 책이다.

18세기를 가로로 자르면
서쪽에서는 버터와 감자, 커피가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셋 다 죄악이라는 악명을 얻었지만 지금 보면 역시 죄악이 달콤한가보다. 감자는 북부부터 재빨리 뿌리를 내렸고 버터는 면죄부를 팔다가 종교개혁 당했다. 눈치 빠른 커피는 세례를 받고 도주했다. 독일 김치 사워크라우트가 대항해시대를 열었고, 중국에서 홍차를 신대륙에서 담배와 설탕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지역에서 드디어 파스타가 흥행에 성공했고 진gin은 영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각지에서 미식가 모임이 만들어지고 커피하우스와 펍에 신세대가 모여들면서 이성의 계몽주의와 자유의 쾌락주의가 힘껏 기지개를 피었다. 중동에서 터져나온 커피가 유럽을 계몽할 줄이야.

동쪽에서는 황제가 남방에 외식을 나섰고 조선 땅에는 복어잡이와 돼지술 담그기로 분주했다. 황제가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보니 만한滿漢이 함께 했고 북과 남이 뭉쳤다. 소금이 팔도를 이어주는 가운데 표류선 한 척이 남긴 황차가 드디어 차를 소개했지만 선비들은 국화차에 꿀을 타 마시고 있었다. 입이 짧은 영조는 고추장으로 버텼는데 쓰시마에서는 조선에서 배워왔다면서 소고기 육포를 팔았다. 당시 일본은 소설 책이 유통됐다는 것도 재밌는데 소설 책에 광고까지 싣고 있었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