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 일기를 읽다 - 레이 황의 중국 근현대사 사색
레이 황 지음, 구범진 옮김 / 푸른역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600여 페이지의 분량이 오히려 짧다. 숨막히도록 긴박하게 전개되는 20세기 초중 중국의 혁명시대를, 손문 이후 국민당의 실권자인 장개석의 일기에 기반해 장개석의 시각에서 써내려간다. 특히 독자는 작가가 가진 국민정부 장교 복무 경험, 중국 전통사상의 이해, 그리고 이후 미국에서 미국과 일본 자료를 접하면서 쌓은 지식의 깊이 덕분에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장개석 일기에 맴맴 돌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발생과 전개에 대해 읽고자 한다면 다른 책을 보는 것이 낫다. 또한 전체적으로 장개석을 위한 변호 아닌 변호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점에 유의하며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개석 일기는 작가가 작고한 후 원문이 공개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본 저서는 작가가 구할 수 있던 편집본들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는 거듭 사과를 하고 있지만 독자가 영어 지식을 갖고 이해를 해야 하는 부분은 여타 역서에 비해 특별히 많지 않다. 평범, 혹은 분량을 생각할 때 오히려 준수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논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장개석이 농업시대 중국전통사상에 파묻힌 조국을 어렵사리 질질 끌고 항일전쟁까지 이끌었다. 그의 행동은 왕양명 사상, 원칙 부재, 권력욕 등의 개인적 요인과 형식상으로만 복속된 군벌 지휘관, 결코 근대적으로 개편되지 못한 경제체제 등 외부적 요인이 복합작용했다. 그러나 모두 조국을 위해 나온 것이고 모두 장개석에게는 최선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외부의 비판자 혹은 후대의 비판자는 그가 처한 환경이 장개석으로 하여금 군국주의 비슷한 극보수적 정책을 취하게 했다는 것을 간과한다. 비밀경찰 등 비민주적 조취 역시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려는, 공산당 등 내부 분열을 견제하려는 최선의 조치였다. 아내와 처가 친척을 활용해 외교에 나서야 했던 것도 상황이 그런 것이다. 미국 여론이 비판하던 재정지원에 징징대며 매달리던 모습도 절박함이 부른 것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작가 스스로도 장개석 일기에서 주장하는 자화자찬이나 과장된 부분을 견제한다. 그러나 장개석 스스로 만큼 과장되게는 아닐지라도 작가 역시 장개석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 것이 그동안 장개석에게 비판적이기만 했던 평가에서 나온 반동인지 확신은 없다. 다만 본 저서는 중국 20세기 초 혁명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장개석에게도 이런 입장이 있었다는 비교적 현실적인 사료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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