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마음은 어디에도 둘 수 있는 거라서

그 반짝거림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마음은 하나가 아니기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행인에게,

작은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신문을 읽는 사람에게 두었다.

_작가의 말

김현 작가는 예전에 읽은 앤솔러지 소설집 《캐스팅》에서 처음 만났다. 작가의 단편 <믿을 수 있나요> 인간이 필요로 만든 AI를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시대에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만난 《고스트 듀엣》 지난 5년간 쓰인 단편들을 묶어낸 김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

수월水月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

고스트 듀엣

유미의 기분

가상 투어

견본 세대

수영

그때는 알겠지

내 마음 알겠니

혼자만의 겨울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

소설 제목에서 살짝 눈치챘지만 역시나 독특하다. 산 사람들 일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드는 유령(소월에서 복희)이 등장하고, 죽은 자의 모습이 담긴 홀로그램 플레이어와 메타버스 속 세상에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다룬다. 알아야 할 사회문제와 소수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를 인간으로 있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

작품 속 커플들은 대부분 퀴어다. 중년 레즈비언 커플, 가난한 청년 게이 커플, 청소년 퀴어 등. 특별할 수 있는 이들을 보편적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일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보편적 사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도 그들도 서로 사랑만 주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주미라면 어땠을까. 입고 싶으면 당장 입고, 먹고 싶으면 당장 먹고, 자고 싶으면 당장 자고, 사랑하고 싶으면 당장 고백하라고,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기쁨과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하던 주미라면, 별일 아니라고 했을 텐데, 인생이 다 그런 식이라고 했을 텐데."

예전에는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것을 오래 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느니 하고 나서 후회한다. 어떻게든 수습은 될 테니.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보내기로 한다.(연애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즉 나는 연애는 졸업했으니 다른 분야에 대해)

💈

스쿨 미투를 주제로 하고 있는 <유미의 기분>에서 '사과할 자격'을 생각해 본다. 그(형석)도 그럴 것이 수업 중 드라마 얘기를 하다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물론 악의는 없었겠지만 유미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 일을 승우에게 털어놓고는 뒤통수를 팍 맞은 말을 듣게 된다. '사과받을 자격이 있으면 사과해'라고. 사과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사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읽어버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음에 평생 기억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과할 자격과 사과받을 자격.. 그 기준값을 정할 생각을 그동안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사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였다. 앞으로는 자격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나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고스트듀엣 #하니포터 #김현 #한겨레출판

#단편소설모음집 #소설 #신간도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쥬니 2023-09-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증오와 살육 속에서도 멋진 만남과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하기에 삶은 가치 있다는 한 예술가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람에게 바라며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사람에게만 주는 일은 무례한 것이 아닐까. 걸을 때면 모든 것이 이제야 쓸 수 있는 걸들로 여겨진다. _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