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수도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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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사후 200년 만에 출간되는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


《노생거 수도원》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리시안셔스를 연상케하는 표지에서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시공사에서 펴낸 제인 오스틴 전집을 언젠가는 책장에 모셔두고 싶었다. 더구나 지금껏 한 번도 정식으로 소개된 적 없는 초기작과 미완성 유작들을 한 권으로 엮어은 <레이디 수전 외>라는 책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노생거 수도원>은 스물여덟 살의 제인이 처음으로 소설을 완성했던 작품으로 출판사와 계약까지 했지만 오스틴이 사망하기 전까지 출간되지 못한 <수전>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사망 후 가족들이 <노생거 수도원>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노생거 수도원>은 그녀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는 셈이다.



18세기에 신생 문학으로 등장한 소설은 여성이 가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 불행한 여주인공을 다룬 고딕소설이나 연애소설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이 있어 제인은 기존 소설을 벗어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었고 전례 없는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노생거 수도원>의 여주 캐서린은 판에 박힌 비련의 여주가 아닌 현실적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신여성이었다. 유년기는 남자아이와 다름없는 외모와 성격에다가 놀이도 거칠게 했던 캐서린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제법 아름다워졌으며 숙녀로 다듬어져간다. 그녀는 관습에 길들려 진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직진한다.



오스틴은 이 소설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했으며 당시의 여성관을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약간의 분노(?)가 이는 구간이 몇 군데가 있다.



춤과 결혼 모두 남자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여자는 오직 거절할 권리만 있습니다. (중략) 결혼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지요. (중략) 남자는 생계를 유지라고 여자는 미소를 지어야 하죠. p100



당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은 남주 헨리 틸니와 해방꾼 조 소프의 대사를 읽다 보면 가끔 뒤통수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든다. 이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하던 시대였다니... 역시 나는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것 같다.



바스라는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캐서린의 가족, 이웃인 앨런 부부 등 소설 속 입체적인 캐릭터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이끌어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의 스타일도 명랑하다. 통통 튀는 전개에 끝이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들로 한숨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정말 술술 잘 넘어갔다. 해방꾼의 결말, 혹시 이것도 의도한 것일까?



남주 틸니는 캐서린을 그저 그렇게 생각했지만 끊임없는 캐서린의 애정에 굴복하고 좋아하게 된다. 18세기 영국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구애를 한다는 것은 흔치 않았을 것이다. 현시대 드라마도 여자가 따라다녀서 잘 된 케이스가 별로 없다. 이런 고정관념을 오스틴이 깨고 싶었던 것 같다. '기존의 소설과 다른 맛을 보여주마'라는 신인의 당참이 잘 보이는 신선한 작품이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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