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티드 -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어떻게 당신을 조종하는가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SNS가 성행하기도 전에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에 상당히 민감했다고 생각한다. 20년간 금융업에 종사한 영향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자리마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법령과 사례가 적힌 붉은색 카드가 붙어있었다. 주기적으로 교육도 받았고 매일 퇴근 시 고객 정보가 적힌 메모가 주변에 없는지, PC 메모장의 정보는 삭제했는지 점검하고 일지에 체크 후 팀장의 사인을 받아야 했다. 매일 관리자들이 전 구역을  순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정보나 휴지통에 버려진 정보가 없는지 감시했다. 외부에서 보안 감사가 오는 날에는 익일 오전까지 모두 긴장한다. 이렇게 내부적으로 철벽같이 지키려는 고객들의 정보를 돈을 받고 팔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정치적으로 활용되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타겟티드』의 저자 브리태니 카이저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이사직을 했던 여성이다. 원래 그녀는 논문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경제 상황은 논문만 붙잡을 수 없었고 지인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의도치 않게 SCI의 대표 알렉산더 닉스와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SCI의 자회사로 60여 개 기관 및 심리학자 수백 명의 공동체인 행동역학연구소에서 출발해 모회사였던 SLC 그룹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행동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에 꽂힌 브리태니는 자신의 하고자 할 일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고 2년 정도만 일을 해보기로 한다. 자신과 정치 성향이 반대인 공화당 고객 위주인 게 매우 걸렸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자신의 하는 일을 숨기며 지냈다. 



나이지리아 선거가 끝난 후  SCI의 정직원이 된 그녀는  데이터 팀의 책임자인 테일러 박사로부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성공 비결인 데이터 분석 방법을 배우게 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 규모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날마다 확장되고 있었다. 개인 정보 자체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모든 미국인에 대한 개인 정보를 수집했으며 무료 게임이나 심리테스트 같은 앱으로 접근하여 개인 특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서비스 이용 약관에 '네'라고 답하는 경우 앱 개발자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과 친구들의 데이터를 모조리 제공하게 되는 셈이 된다. 



2년 정도만 일할 계획이었던 일은 5년으로 연장했고 이제는 회사가 상장할 때까지는 함께 하기로 한다. 28세의 젊은 브리태니는 알렉산더에게 인정받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프랑스에 사업설명으로 출장을 가서 프랑스 고객의 말을 듣고 다소 충격을 받는다. 



"우리는 결코 정치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단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한때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불투명한 비즈니스에 불만도 품었기도 했지만 3년 반 동안 자신의 삶의 아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삶을 살았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눈부신 발전에 동참하면서 브리태니의 삶은 회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결국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브랙시트 국민투표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폭로되고 이에 대한 조사가 실시되었고 캐롤 캐드월레어와 <뉴욕 타임스>는 서로 협력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페이스북에 관한 탐사보도 기사를 동시에 실었다. 트럼프 선거 운동에 대한 폭로로 전 세계의 관심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쏠렸다. 



행동 예측 능력을 선거 비즈니스에 접목하려고 하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라는 것을 직시한 저자는 큰 맘먹고 자신의 경험을 폭로하기로 한다.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 후 그동안의 저지른 목록이 작성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어떻게 오바마 지지자에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내부 고발자가 되었는지 메건 스미스(오바마 시절 백악관의 최고 기술 책임자이자 미국 기술 정책 전문가)을 만나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는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OwnYourData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타겟티드』를 읽는 내내 '맙소사'를 연발했다. 수집한 데이터로 심리 공작을 일으켜 세상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이들을 보며 경악했다. 선거 캠페인은 형광색 조끼를 입고 현수막과 팻말을 흔들며 '기호 0번 000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와 시끄럽게 선거 송, 선거전략 녹음기 재생 등등 왁자지껄한 게 다 아니었나?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고요하면 치밀한 작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을 줄이야.. 『타겟티드』에서 보여준 그녀의 고발은 개인 정보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게 해줬다. 디지털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도 제공해 줬다. 정말이지 놀라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