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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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팬덤이 형성된 작가지만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최근 [분신]으로 그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었다. 93년도에 발표한 [분신]은 클론이라는 그 시대에 생소한 주제였을 텐데 지금 읽어도 대단히 흥미 있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만 하려 했으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보이는 순간 본능적으로 [11문자 살인사건]에 손이 나갔고 결국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어제야 마침 한 권의 책을 완독해서 이 책을 집었는데 너무나 집중하며 읽어내려갔고 하루가 가기 전에 완독했다. 먼저 끝낸 책은 서평을 미루고 <11문자 살인사건>을 쓰게 될 줄이야 ㅋㅋ 정말 믿고 보는 게이고라는 말은 틀림없었다.


▶"나" _ 여성 추리소설가
▶가와즈 마사유키 _ "나'의 애인. 프리랜서 작가
▶하기오 후유코 _'나'의 담당 편집자이자 친구
▶니자토 미유키 _여성 카메라맨
▶야마모리 다쿠야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사장
▶야마모리 마사에 _ 다쿠야의 부인
▶야마모리 유리 _ 다쿠야의 시각장애가 있는 딸
▶무리야마 노리코 _ 다쿠야의 비서
▶하루무라 시즈코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직원
▶가네이 사부로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직원, 시즈코의 애인
▶후루사와 야스코 _ 직장인
▶다케모토 유키히로 _ 르포작가. 요트 여행 사고에서의 유일한 희생자
▶다케모토 마사히코 _ 직장인, 유카히로의 동생


도입부부터 주요인물 소개를 친절하게 작성된 소설을 최근에 처음 보는 것 같다. 인물 파악을 하기 위한 노력을 책을 째려보며 노트에 끄적일 필요가 없어서인지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나의 애인 가와즈가 버번 잔 속의 얼음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그의 살해 소식을 알렸다. 둔기로 뒷머리를 내리친 뒤 항구에 버려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친구이자 편집장인 후유코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사실 가와즈는 후유코가 소개해준 남자였다. 이틀 뒤, 그의 장례식에서 그의 여동생과 같이 일했다던 어깨가 다 무진 여성 카메라맨 니자토 미유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틀 뒤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와즈의 동생이 주인공에게 전화해 책과 자료들이 필요하면 보내드리겠다고 연락이 와서 택배로 받기로 했다. 마침 주인공도 그 집 열쇠를 돌려줘야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가와즈의 스케줄표를 보게 되었고 죽은 당일 야모모리 사장을 만난 것을 알게 된다.


추리소설 작가인 주인공은 이번 사건은 보통으로 보이지 않았고 더구나 좋아하던 사람이라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물론 차후 소설의 소재로도 사용할 의향도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보트 사고로 살아남은 사람이 차례대로 제거되고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일한 사망자였던 다케모토의 관계자의 복수일까.
며칠 뒤 니자토는 가와즈처럼 후두부에 가격을 당한 시체로 그녀의 아파트에서 발견된다. 그날은 주인공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뒤로도 요트의 생존자인 극단의 배우 사카가미 유타카도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다. 역시 주인공과 만나기로 하루 전에 일어난 사고다. 범인은 항상 주인공보다 앞서간다.

범인은 누구이며, 무슨 이유로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것일까를 보며 쉼 없이 추적하며 읽어내려갔고 다 읽은 후에는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생각했다. 가치를 선택하는 것.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일방적인 가치관이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게 했고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도 범인을 알아낸 그들이 했던 행위도 추악했다. 누군가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나와 신념이 다르다고 하여 그 사람은 죽어마땅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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