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뭐라고 - 여러분, 떡볶이는 사랑이고 평화이고 행복입니다
김민정 지음 / 뜻밖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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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란 과연 무엇인가?
떡볶이는 추억이다. 떡볶이는 과거다. 오늘의 즐거움이다.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다. 소울푸드다. 사랑이다.
괜한 그리움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절절함이기도 하다. p6


격하게 공감한다. 음식에는 냄새와 맛, 온도와 촉감만 있는 게 아니다. 음식과 함께한 시간, 공기, 감정 모든 것이 포함이 된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는 오랫동안 함께 했기에 한국인이라면 단연 소울푸드다. 

떡볶이의 가격 변천사는 잘 모르지만 남편이 어렸을 적에 100원 떡볶이가 있었다고 한다. 떡볶이 4개에 100원, 아이가 간식을 먹기에 충분한 가격에 양이었을 것 같다. 지금은 1인분에 보통 3000원~3500원이다.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먹게 된다.

일본어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민정의 <떡볶이가 뭐라고>은 제목부터 침샘이 자극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읽는 내내 침샘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꼴깍꼴깍 침을 삼키며 그 자리서 다 읽고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떡볶이가 필요한 날이 있다.
떡볶이를 먹고 또 하루를 버팅 용기를,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도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이고,
떡볶이는 어느 계절에든 동기 부여에 가장 적절한 음식이다. p19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상실감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느냐가 그 후를 좌우한다.
상실한 채로 두느냐 무언가로 채우느냐는
오로지 개개인이 선택할 몫이다.
다만 내일을 살기 위해, 상실감의 만 분의 일만큼이라도
무언가로 채우두는 편이 조금 나을 수 있다.
떡볶이와 음악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도
끌어안고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누군가가 다가와
짐을 나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p.93


도쿄에 살고 있는 저자의 떡볶이와 함께한 추억과 떡볶이 예찬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은 멥쌀이 아닌 찹쌀로 떡을 만들어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찹쌀로 고춧가루로 볶은 떡볶이의 부족한 맛을 채우기 위해 다시다의 힘을 필요로 했고, 어느 날은 많이 짜게 만들어지는 날도 있었단다. 이런 과정을 인생으로 연결하여 떡볶이 철학의 글도 볼 수 있었다. 옛날 떡볶이집은 디제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추천받아 틀어주기도 했다는데 저자는 나보다 조금 연배가 높은 것 같다. ^^ 뉴트로가 대세인 요즘 디제잉 부스가 있는 분식집 사업을 한다면 어쩌면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추억을 살 수 있다는 것. 너무나 감동이다~ ㅋㅋ


어떤 음식은 실제로 누군가를 위로한다.
입과 위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영혼을 위로한다.
영양가보다 끈질긴 중독성으로 사람을 휘어잡는
떡볶이는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식들 중 최고봉에 속한다. p.154


저자는 기름떡볶이에 맥주가 생각났다고 한다. 나는 졸여 만든 떡볶이가 맥주가 좋다. 떡볶이 친구인 튀김이 더해지면 최고의 안주이다. 업무에 시달린 날 유독 사람에게 시달린 날은 떡볶이가 생각이 났다. 맥주 한 잔에 달큰한 떡볶이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브런치나 점심에 먹으면 궁합이 좋은 커피와 떡볶이. 이 아이들에게서 얻은 든든함은 하루를 살게 할 수 있으니 떡볶이는 결코 가벼운 음식이라고 볼 수 없다. 오랜만에 맛있고 기분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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