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편안함에 관한 문화 차이 때문에 환상을 품고 프랑스로 여행을 했다가 크게 실망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주요 관광지에도 공중화장실이 드물고 영어표기도 잘 안되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낡은 집을 밀어내고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새 집을 짓기 보다 낡은 건물을 잘 고치고 다듬어서 사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랑스에는 오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 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_p29
프랑스인 친구가 최신 자동차가 아닌 아버지가 몰던 동일한 차종을 구매했다. 지루하게 생긴 프랑스 자동차 회사의 메뉴얼의 승용차를 산 이유를 저자가 물어보니 대답은 아주 단순하게 "편하잖아."라고 했다.
수동으로 변속해야하는 기어에다가 최신 네비게이션,오디오 시스템도 없는 자동차가 뭐가 편하다는 건지 알수 없어 다시 물었다고 한다. 그러니 "차를 바꾸려면 다른 자동차를 타봐야하고, 나중에 그 차에 어떤 고장이 날지 모르고, 또 아버지에게 자동차를 판 아저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데, 다른 브랜드 차를 사려면 그 딜러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어디 그뿐이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계기판이랑 버튼 위치도 새로 익혀야 하고." 라고 했다.
20년 넘게 다녀서 아는 길이고, 도로공사를 어지간히 하지 않는 파리에서는 네비게이션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한다.
편리함과 편안함이 아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프랑스 친구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은 '안 하던 것', '안 써본 물건'에 극도로 폐쇄적이다.
편리함을 무장한 제품에 익숙하기까지 학습하는 불편함보다는, 오래된 제품이 고장나면 고쳐쓰는 불편함을 즐기는 그들이다.
더 편리한 삶을 위한 개발을 끊임없이 하는 세상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익숙하기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면 또 다른 편리함을 세팅된 최신 스마트폰이 나오게 된다. 끊임없이 편리함을 편안함으로 끌어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버려진 구형모델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오염시킨다.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_ p.25
사람은 새롭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한 편, 어려움을 겪을 때는 편안해지기 위해 익숙한 것을 찾는다._p31
편안함의 욕구는 프랑스인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감정일 것이다. 누구나 삶이 힘들 때 부모님을 그리워 하고 고향집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편안함을 찾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