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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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_조승연

세계문화전문가,tv프로그램에서 외국 언어와 역사, 문화,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파했다. 현재로는 cool FM라디오<굿모닝 팝스>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시크:하다>는 저자의 20번째이란다. 검색하여 프로필을 보니 81년생이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냈다고 한다면 최소한 20살?부터는 글을 쓴 것 같은데 굉장한 경력이다. 방송에서 처음 봤을 때, 장난기 어린 동안얼굴에 진지하면서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모습에 이 사람 참~반전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역시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책을 보고 한번 더 느꼈다. 우리나라와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다른, 프랑스 인문학 관찰에세이에 책 장을 넘길수록 그들의 문화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지극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삶에서 분리할 것은 철저히 배제하는 능력을 가진 주관적인 사람들이다.

행복은 경제력과 상관 없는 하나의 노하우임을 이 책에서 찾아보도록 해보자.


 

 

불편함을 즐긴다 _ 예측가능한 삶

아직도 프랑스 부동산 광고에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18세기 건물 이라거나 16세기 건물 같은 역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광고하는 것이다. _p.19

 

편리함과 편안함에 관한 문화 차이 때문에 환상을 품고 프랑스로 여행을 했다가 크게 실망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주요 관광지에도 공중화장실이 드물고 영어표기도 잘 안되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낡은 집을 밀어내고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새 집을 짓기 보다 낡은 건물을 잘 고치고 다듬어서 사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랑스에는 오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 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_p29

프랑스인 친구가 최신 자동차가 아닌 아버지가 몰던 동일한 차종을 구매했다. 지루하게 생긴 프랑스 자동차 회사의 메뉴얼의 승용차를 산 이유를 저자가 물어보니 대답은 아주 단순하게 "편하잖아."라고 했다.

수동으로 변속해야하는 기어에다가 최신 네비게이션,오디오 시스템도 없는 자동차가 뭐가 편하다는 건지 알수 없어 다시 물었다고 한다. 그러니 "차를 바꾸려면 다른 자동차를 타봐야하고, 나중에 그 차에 어떤 고장이 날지 모르고, 또 아버지에게 자동차를 판 아저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데, 다른 브랜드 차를 사려면 그 딜러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어디 그뿐이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계기판이랑 버튼 위치도 새로 익혀야 하고." 라고 했다.

20년 넘게 다녀서 아는 길이고, 도로공사를 어지간히 하지 않는 파리에서는 네비게이션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한다.

편리함과 편안함이 아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프랑스 친구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은 '안 하던 것', '안 써본 물건'에 극도로 폐쇄적이다.

편리함을 무장한 제품에 익숙하기까지 학습하는 불편함보다는, 오래된 제품이 고장나면 고쳐쓰는 불편함을 즐기는 그들이다.

더 편리한 삶을 위한 개발을 끊임없이 하는 세상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익숙하기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면 또 다른 편리함을 세팅된 최신 스마트폰이 나오게 된다. 끊임없이 편리함을 편안함으로 끌어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버려진 구형모델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오염시킨다.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_ p.25

사람은 새롭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한 편, 어려움을 겪을 때는 편안해지기 위해 익숙한 것을 찾는다._p31

편안함의 욕구는 프랑스인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감정일 것이다. 누구나 삶이 힘들 때 부모님을 그리워 하고 고향집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편안함을 찾고 싶은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_p42

프랑스에서는 죽음에 대한 주제가 중고등학생들이 듣기에 전혀 문제가 없고 유익한 주제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으로 사고하고, 토론하고, 논술을 쓰는 것을 공부로 여겨온 프랑스 중고등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깊은 고찰은 나날이 여물어 성인이 되면 죽음과 늙음뿐 아니라 삶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찰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분노,슬픔 등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고 애써 웃어 보이는 것이 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삶이라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모든 감정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 이유가 없다. 언제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프랑스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감각을 존재의 증명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깊은 심오한 의미를 찾지 않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아름답게 묘사라고 더 잘 느끼는 방법 찾기에 집중한다.

감정표현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인은 자기 기분에 맞추어 치장하며 멋부리기를 좋아한다. 남에게 잘보이려는 것보다 자기 멋에 겨워 치장함으로써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을 낳아 파리를 세계 패션 리더로 만든 것 같다.


두 명의 '나'가 만나 '우리'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이란 새 가족을 창조하는 중요한 의례지만, 프랑스는 이미 동거를 통해서 같이 살고 아이도 있는, 실체를 이루고 있는 집단에 '법적 가족'이라는 이름만 부여하는 일종의 명명식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의식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_p.123

프랑스 가치관 중에 많은 외국인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이혼 후에도 두 남녀는 친구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물며 저자의 프랑스 친구는 그들의 연인들과 다 같이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맙소사.. 상상이 도저히 안되는 그림이다. 다른 나라니까 가능한 그림이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의 '쿨함'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가족이란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문화적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며 가족에게 올인한다. 인간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당연히 그만큼의 보상을 주장하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에게(또는 배우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어긋나지 않길 기대하고, 삶의 의미를 자녀(또는 배우자)에게 모두 부여해버려 모든 기쁨과 슬픔을 가족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가족관계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와 권리라는 묵직한 사슬로 옭아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우리' 속에 나라는 '존재'가 묻히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나'와 '우리'는 철저하게 다르다. 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은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존재지. '나'를 묻어버리는 존재라면 절대로 가족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서울 정도로 빨리 내다버린다. 동거중에 이별하거나 결혼 후 이혼한 친구들의 사유를 물어보면 대체로 이런 대답을 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었어."

'나'로 가득 차 있는 프랑스인에게 가족이 자기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꽉 차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 않는 '이기주의'철학이다.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의 의미로 이기주의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의 '상향곡선'

대부분의 프랑스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작은 방에 '크레슈'라고 부르는 더 작은 방을 만들어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그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분리막을 쳐놓고 위급상황에만 돌보려고 방문을 열어놓는다. 스스로 제어못하는 아기는 깨지기 쉽거나 귀중한 물건이 있는 곳에 드나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방에서 데려나올 때는 소파나 조그마한 매트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두어 집 안의 중요한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엄마가 하는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가르친다. '아이 방' 이외의 곳은 어른의 영역므로 아기가 어른에게 맞추어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p.149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내용에 매우 놀랐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공간을 나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두 아이 기준으로 어디를 다니는지 엄마는 온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엄마는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는 현실이다.

친정도 조카들이 놀러간다고 하면 이불빨래부터 새로 다 하고 최대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조카들이 지내다 갈 수 있게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신다.

그런데 프랑스 아가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본다는게 당연시 여긴다는 것!

어느 부부는 둘 만의 기념일을 축하하고자 아이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심심해하던 아이가 칭얼대니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해.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너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야. 만약 혼자 놀기 싫으면 저 오빠한테 가서 서빙이라도 좀 배우렴." 라고 말했다.

저 오빠란 단골가게 레스토랑 주인의 아들로 레스토랑일을 도와 주고 있는 아이였다.

이처럼 어른의 영역에 함께 있다면 아이는 어른에게 맞춰 행동을 해야한다는 게 프랑스식 육아이다. 건강한 가족을 유지한다는 것은 부모 둘 사이의 육체적·정신적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고, 아이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규율과 관계를 방해하고 흔들면 안 되며, 있는 그대로 배우면서 어른이 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작은 아기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어른의 식탁으로, 어른의 식탁에서 회사의 임원 회의실로 점점 강한 발언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밟아가게 되므로 어른이 아이보다 얼굴이 밝은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랄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유아기 시절 마음껏 누리던 자유와 권한을 평생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_p151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과시소비가 없는 사회_지독한 물질 주의자

프랑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 문화는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한 무리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제도적으로 빚을 내기 몹시 까다로워서 생각조차 어렵다. 또 대분분이 신용카드가 없다. 우리나라의 체크카드와 같은 은행카드라는 것을 쓴다. 그러니 수입이 끊기면 돌아올 카드결제일이 공포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돈에 대해서 덜 집착하고 돈을 성공의 척도로 보지 않는 여유를 만들어 주는지도 모른다.

 

사실 프랑스인은 지독한 물질주의자이다. 사회적 시선이나 기호보다 물질 자체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이다. 돈이 생기면 주로 아름답거나, 촉감이 좋거나, 향기로운 물건을 사는 것에 쓴다. 그래서 최상의 품질인 이불 시트, 행기 좋은 아프리카 몰약, 향초 비누 등의 소비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프랑스인의 소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사회적 소비가 아니라 개인의 물질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과시할 수 없는 물건 자체의 촉감과 향이 주는 즐거움이다. 프랑스인은 '센스. 즉 오감에 돈을 많이 지출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성취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레저 스포트나 식사 같은 이벤트에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_p.189

프랑스인이 돈을 벌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이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에 대해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프랑스는 미테랑 대통령 시대부터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했고, 기업도 학교처럼 여름방학이 있다라고 한다. 이게 가능한가? 기업이 방학이라 신통방통하다.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1개월을 열심히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 외국에서 한달 살아보기를, 결원없이 온 가족이 갈 수 있을 것이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아 질 것 같다.

돈을 버는 것은 일하지 않고 노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행위임을 기억하는 나라는 오히려 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프랑스인에게 성공한 인생이란 휴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보내는지 여부에 달여 있다고 하는 것이다._p.190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_p.193

성공과 행복에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인 프랑스인에 대해 일부 살펴보았다. 프랑스인들의 문화는 외국인이 아닌 외계인인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들었지만 책으로 접해보니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 주관적인 가치관이 멋져보이기까지 했다. 프랑스의 육아법은 높이 산다. 아직 내가 아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혹여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주신다면 프랑스식으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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