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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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좀 뒤로 물러나자고. 젊은 아이들도 잘 한다고. 뒤로 물러나 있다가 그들이 뭔가를 물어보러 오면 그때, 의견정도를 말하자고, 거기엔 당연하게 내 생각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꼭 붙이자고.

이 부분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을 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혹시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지는 몰라도.-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두려움, 이었다. 어디가서 내 나이를 말할 수가 없었다. 특히, 아니 오직 나보다 어린 사람들 앞에서. 특히, 스물 몇살의 눈빛을 보면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내가 나이를 말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살았을까, 하는 두려움때문에.

어떤 모임에서 스물몇살 애들에게

-너희들은 아직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되는 때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자신이 다 완성되었다고 느끼고, 때와 장소를 가리고 , 주변의 동료들을 판단하려 들기 시작하면 너희들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고. 지금, 어떤 것이든 눈에 띄면 보고, 듣고, 질문하라고. 찾아가고 고민하고 실수하라고. 당연히 실수하라고. 실수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거기서 너희는 끝이라고.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 당돌하게 대들라고. 당신들이 어떻게 살았길래 세상이 이모양이냐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겠냐고. 당신들의 잘못을 알려달라고, 그리고 당신들이 가진 답도 좀 내놔보라고. 그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참고는 해 보겠다고. 마구마구 대들라고. 나이 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너희들에게 뭔가를 주기 위해서라고.

그랬다가 그날, 혼자 당했다. ㅎㅎ.

이런 마음은 그날 이후로 더욱 단단해졌고 나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 아이들이 뭔가를 도모하고 생각을 굳히고 일을 벌이고, 그 사이 구멍이 생겨 그들의 실수가 줄줄 새면, 그 밑에 가서 두 손 받쳐들고 그들의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덜 새고 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줘야 겠다는 생각. 그래서 그리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일단 내 에너지가 역부족이고.

그동안 나이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길들여져 쉽게 세상을 살 수 있는 도구들을 구해 만들어진 길 위로 편히 삶을 건너가려는 젊은 것들 때문에 역부족이고.

지나온 세월을 자꾸만 보상해놓으라는 나이든 것들 때문에 또 역부족이고.

그 모든 역부족이 있기 때문에,

삶은 진행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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