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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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죽이고 싶어, 안달했다.  

너를 죽이고 싶어, 죽여버리고 말거야, 꼭, 죽일거야.  

너를 죽이지 않고 내가 죽을 수가 없어, 너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죽을 수가 없어...

....................... 

살의, 를 품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말이 내 속에서 어떻게 울리는지 알 것이다.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그 울림의 파동을, 알 수 없을 것이고. 

살의, 로 몸살을 앓는 이들의 그 충만하고 어쩔 수 없는 살의, 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소연은, 살의를 '손끝에 모아지는 가장 강한 힘'이라고 했다.  

그 손끝에 닿으면 무엇이든 작살이 난다. 내 주변이 폐허가 되고 내 손은 내 입은 많은 사람들을 많은 일들을, 죽여없앤다.  

나는 그 시체들 사이에서 혼자 남아, 아직도 남아있는 살의, 를 먹여살리기위해 너를 양식으로 분노를 일삼는다.  사실, 이 살의는 내가 굳이 먹여살리려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먹이를 잘도 찾아 잘도 자란다. 끝이 없을 듯이 자라오른다, 분노를 먹이삼아.

그 분노는 진실에 불을 지른다.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내 무덤을 파고' 그렇게 알아낸 진실은 '너절하고' 그때부터 다시 '그 진실의 독'은 내 살의의 양식이 된다.    

사는 일이, 복잡하지 않다. 복잡하다고 바쁘다고 하지만, 그저 먹고 사는 일이고,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외로움을 견제하고 대비하는 일이다. 그 사이에 찰나의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가 믿는 만큼 믿을 만한 것이 못돼 , 너절한 이별을 고한다.  

등을 돌리고 , 상처를 주고 받고,  

그런 시절을 살아낸다. 그게 사는 거다.  

말은, 마음이다. 인가? 마음이다. 마음이 없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마음에 없는 말이 된다. 사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 마음에 있는 말이다. 우리는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돌아봐. 그렇지 않나. 얼떨결에 한 말도, 당신이다. 나이고 그렇게 너절하고 비겁한 생명이, 우리다.  

그 와중에도 고이고이 모시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있다. 어떻게도 어떻게도 안되는, 그런 마음이라는 게 말이다. 김소연은 그런 말들을, 국어사전하고 전혀 상관없이, 일반적인 개념과도 진짜 다르게, 자신이 느낀대로 살았던 대로, 말해준다.  

혹시 당신, 날 오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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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전 2012-06-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해라도 할 수 있는 사이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건 오해하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시작하지 않나 싶은데, 그런 사이가 얼마나 될지... 이해도 오해도 아니고, 그저 내 생각만 , 내 입장만, 있지 않은가, 해서요. 당신을 오해하겠지요. 마음사전, 한 권을 읽었는데, '살의'에 꽂혀 이렇게 비린내나는 글을 쓰는 사람을 생각하면, 피빛이니까요. 이런 말, 혹시 오해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