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지음 / 다우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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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정도로 우경화된 한국 사회에서 그 현실을 바로 인식하게끔 해주는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씩 강도를 높여서 글을 쓰는 진중권을 보면, '아니, 이 사람, 이러다 잡혀 가는 거 아냐?' 하고 쓸 데 없는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사실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차분히 논증하는 여타의 좌파들과는 달리 그는 기득권층에게 대놓고 '막말'을 하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독자로서는 통쾌하고 좋기만 하니. 하하.)

그의 여러 저서 중에서 <시칠리아의 암소>는 가장 읽기 편하고 쉬운 글로 구성되어있다. 주제도 꽤나 다양해서 골라 읽는 재미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이 아니 좋을쏘냐. 나는 가끔씩 보이는 관심없는 주제의 글들을 읽으며 뇌의 주름을 팍팍 잡았지만 그러기 귀찮으신 분들은 관심있는 글만 읽으셔도 무방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글을 읽으며 저자에게 가장 감동한 부분은 바로 그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부분이다. 페미니스트를 가장한 마초를 하도 겪어서 그런지 저자의 이러한 솔직한 고백은 퍽이나 감동적이었다. 그래, 페미니스트 아니라도 좋으니 제발 진중권만큼만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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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껍질 속의 과학
로빈 베이커 지음, 유은실 외 옮김 / 몸과마음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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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과학은 중립적이라고 믿고있다. 그리고 모든 실험 결과는 정밀한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결과적 진리라고 생각한다. 나역시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책을 만나기 전 까지는.

“달걀껍질 속의 과학”. 저자는 과학은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으며, 언제든 사적이고 정치적인 음모가 포함될 수도 있으고 그로인해 검증이 되지 않은 가설이 마치 진리인양 받아들여 질 수 있다며 따끔한 충고를 한다. 그리고 매스컴과 일부 과격파들의 행동이 어떻게 가설을 진리인양 왜곡하여 유포하는지 아홉가지 소주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은 오히려 바르지 못하는 것보다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고 콜레스테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같은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단지 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우울증은 누구나 걸리는 가벼운 병이 아니고 광우병 파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대재앙의 시초일지도 모르며 지구는 우리의 환경 오염 때문에 더워 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자연보호는 선진국 중심의 이기적인 발상이 근저에 깔려 있고, 유전자 변이식품은 가장 안전한 우리의 구세주일 수도 있다. 자, 어떤가. 저자의 이러한 설명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우리가 진리로 믿어왔던 것들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Fragile Science(무너지기 쉬운 과학)”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미덕은 단지 자외선 차단제가 나쁘다는 정보나 광우병파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쇠고기를 먹지 말자는 단순 지식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이미 알고 있어서 진리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허투로 흘려보내지 말고 조금이라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힘 아닐까. 이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민이 되려면 매스컴과 일부 상업적인 단체들이 합작하여 만들어내는 조작된 진리에 현혹되지 않는 강인한 지성이 필요할 것이다. 생물학의 무한한 발전을 빌며 인류 전체와 함께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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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
로이 H. 윌리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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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처음 들었을 때 그저그런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면서는“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웃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이성적 회피적)과 비글(직관적 도전적)의 대비는 “누가~”에 나오는 난쟁이 인간(걱정이 많고 머리만 굴림)과 쥐(현실 파악 후 본능에 따르는 행동파)의 대비와 너무나도 닮았지 않은가. “누가~”가 공전의 히트를 친 후 잇따라 비슷한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더니, 이 책도 그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대충 읽어내렸다. 그리고 이 책의 백미인 여섯명의 토론장면이 나오자마자 난 박장대소를 했다. 어쩜 이렇게 “누가~” 와 똑같은 구성일까! 우화가 끝나자마자 그것의 내용을 놓고 짐짓 심각한 체 하며 책광고를 하는 책은 “누가~” 하나만으로 족한데. 그런 생각들을 해가면서 ‘그래, 한 번 손에 든 책이니까 끝까지 읽어주마.’라는 거만한 태도로 소설 끝에 붙어있는 독자토론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토론을 읽어나가다보니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인 독자들이 생각하는 심각하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며 모두 다 작품에 딱 들어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책을 너무 가볍고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 때에 나온 결정적인 증거. 저자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여섯 개의 해석이 맞아떨어지는 신비한 책을 만들기로 작정했다는 발행인의 선언. 나는 순간 작가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겉으로는 평범한 모험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 책은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심도있는 학문과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평범한 모험이야기라는 발행인, 문학적으로 오즈의 마법사의 복제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학평론가, 사업적인 수완을 다룬 책이라는 사업가, 기독교의 교리를 담았다는 목사, 인간의 뇌와 심리를 다루었다는 신경외과 의사, 끈기와 인내로 역경을 헤쳐나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자기계발강사. 이 모든 이야기는 옳다. 그리고 작가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의미를 의도적으로 담고 있는 책. 바로 그것이 이“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 이다. 그런데 이 여섯 개의 해석으로밖에 이 책을 설명할 수 없을까? 그 밖의 다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작품이던 작가가 생각한 이상의 내용, 작가의 무의식을 담고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어느 텍스트건간에 누군가에게 읽히는 순간 그 텍스트는 오롯이 본래의 텍스트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다. 이미 독자의 시선을 받는 순간 텍스트는 독자의 경험과 사상을 통해 그 의미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나는“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의 일곱 번째 의미를 찾기위해 노력하였고 끝내 이 일곱 번째 의미를‘여성의 세기가 도래하였다’로 결론내렸다.

내가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데는 크게 세가지의 근거가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끊임없이 두 사상을 대조한 후에 그 중 한가지 사상을 지지하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좌뇌와 우뇌 중에서는 우뇌, 회피와 도전 중에서는 도전, 네모도시와 데스티나이 중에서는 데스티나이. 그리고 이 모든 모험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가치관과 사상을 바꾸는 주인공. 이는 마치 중세에서 근대(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 또는 비과학적에서 과학적으로의 변화)로 넘어오는 세대 교체의 혼란함과 닮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세대 교체가 어째서 여성 세기의 도래인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두 번째 근거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두 번째 근거는 모든 인물이 남성인 이 책에서 유일하게 여성인 존재가 비글인 인튜이션(후에는 희망이도 포함)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비글을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던(‘입냄새가 난다’는 혐오적인 표현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주인공이 마침내 비글을 받아들이고 결국 비글에 의존하며 비글의 의견에 따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의 변화는 주인공의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그 가치를 더욱 뽐낸다. 주인공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비글은 세대교체의 주체가 여성임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 근거는 여성 특유의 재생산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 되었다는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비글은 한 마리로 끝나지 않는다. 만약 한 마리 뿐이었다면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며 어쩌면 비극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글 인튜이션은 암컷이었고 두 마리의 새끼 희망이와 믿음이를 낳았다. 그리고 책의 후반에서 이 두 새끼의 활약은 이따금 어미인 비글을 능가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 둘의 활약이 어찌되었든간에 ‘비글 인튜이션의 새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진정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점인 것이다. 작가가 의식적 행동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작가는 여성의 특성이 유용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길들여진 이성과 혼란의 남성의 세기가 끝나고 여성의 세기가 도래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맨 끝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믿음이와 희망이가 아주 어렸을 때 벌어졌던 일이다” 라는 문장은 여성체(女性體)에서 나온 믿음이와 희망이(둘은 남성과 여성의 성격을 대조적으로 갖고 있지만 직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며 이는 이 둘이 모두 여성의 대표격인 비글의 몸에서 나왔기 때문으로 사료된다.)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글에 다름아니다. 작가는 여성의 특성이 유용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혼란과 무질서의 남성의 세기가 끝나고 여성의 세기가 도래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다시 읽는 내내 나는 상당히 즐거웠다. 평범하게만 보이던 책이, 나의 시선을 바꾸자마자 이렇게 새로운 도전거리를 던져주는 심도있는 텍스트가 되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아마 나같은 과정(책의 부정-의문-긍정-새로운 해석)을 거치리라 본다. 그럴 때는 책 맨 끝에 수록된 “자유토론” 이라는 이름의 문제들이 독자의 방황을 도와줄 것이니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라도 잘 참고하며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벗겨도 벗겨도 끝없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양파와도 같으니 부디 독자여러분, 대충대충 읽고 던져버리지 말고 저자와의 지적인 싸움을 즐기며 천천히 읽어나가시길.

사족 :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러스트도 책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크로키처럼 자유로우나 때로는 역동감있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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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이케하라 마모루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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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한국을 비판하는 서적은 많지는 않지만 찾아보면 은근히 있기는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이 책. 일본인이라는 특수성(?)덕분에 한때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대체 어떤 책인지 궁금하여 읽어보았더니 반은 그럴싸하고 반은 어리둥절한 얘기였다. 그럴싸한 반은 우리도 알고 있는(그러나 잘 고쳐지지 않는) 한국, 한국인의 단점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점, 일의 맺음이 야무지지 않은 점,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않는 점 등등.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지당하신 말씀들이다. 너무 뻔해서 지루하기는 해도 말이다. 그러나 이 지루하다는 점은 내가 정말로 문제삼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저자가 문화인류학자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의 편견이나 자국중심적인 이야기가 끼어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본인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일본의 잔학행위를 옛 몽골과 비교하다니 정말 이런 생각을 해대는 일본인에게 치가 떨린다.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 그런 논리라면 독일만 유태인을 차별한 것이 아니니 독일만을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는 걸 모르시는 것일까. 나름대로 부분부분 긍정을 하면서 읽었지만 저자의 잘못된 역사의식 때문에 결국 끝까지 부정적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참 안타깝다. (참, 저자는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지만,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은 일본과는 달라서 극단적 우익 행동파가 없으니 말이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살면서 이런 책을 낸다면 밤에 일본 극우단체로부터 칼 맞을 일을 조심해야 하겠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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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로세서 1급 필기 총정리 - Y2003
명성출판사 교재기획연구소 엮음 / 명성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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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이런 말을 늘상 들어왔을 것이다. 워드프로서세와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그런데 누워서 떡 먹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처럼 워드프로세서도 생각처럼 쉽기만 한 시험은 아니다. 무슨 일이건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이번 워드 시험도 공부할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시험 접수부터 했다. 그러고나서 부끄럽게도 펑펑 놀다가 시험 하루 전에야 급히 들여다 본 책이 바로 이 명성출판사의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필기 시험에 합격했다.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과락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합격의 기쁨을 이 책과 워드 기출문제에 돌리고 싶다.(거의 장원급제한 사람의 리뷰같다고 생각해도 이해해달라. 나는 정말 떨어질 줄 알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워드는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올바른 공부방법이다. 그러나 기초가 없으면 문제를 푸는 것 조차가 불가능하니 이를 어쩔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 전반적인 설명을 하면서도 중요한 곳에 괄호가 나와 자꾸 답지를 들춰보게 되어 짜증이 나긴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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