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못된 여자가 되는 법
우테 에어하르트 지음, 강경은 그림, 신교춘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철 들기 전에 본 모든 동화책의 교훈이다. 특히 이 교훈은 여성에게 미모와 함께 2대 필수 요건이 되어 거의 모든 동화에서 되풀이된다. 어디 그것 뿐이랴, 조금 크게 되어 동화책을 떼면 이젠 주변에서 성화다. 여자는 참하고 착한 여자가 제일이지, **는 조용하고 다소곳하니 참 착하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착한게, 그런 것이 착한 것이던가? '착하다'의 정의가 뭔가 다르지 않아? 여기서의 '착함'을 이해해야만 <날마다 조금씩 못된 여자가 되는 법>의 '못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착함'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어도 참아 넘기며, 때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속 아픈척을 하지 않아야 비로서 '착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남자'에게 적용되면? 이런 남자를 우리는 '착한 남자'라고 하던가? 아니, 그건 바보같은 남자다. 어째서? 남편의 바람과 시집살이의 고초를 견디는 여자는 착한 여자가 되고 아내의 바람과 처가살이의 고초를 견디는 남자는 제값도 하지 못하는 얼뜨기가 되는 거지? 어째서 남자와 여자에게 기대되고 부과되는 가치는 이리도 다른 거지? 여기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조금씩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자 사람들은 그녀들에게 이렇게 낙인 찍는다. "못된 여자" 라고.

이 책은 우리에게 "못된 여자"가 되기 위한 워밍업을 제시한다. 우리 모두 몸 좀 풀고 확실하게 못되게 굴자고, 어차피 할 거면 찾아먹을 거 다 찾아먹자고. 지금까지처럼 바보같이 의미 없는 웃음을 흘리며 '내가 조금 더 포기할게, 그러니 날 미워하지 말아줘.' 라고 하지 않고 '같이 나누자. 이게 공평하지 않아?' 라고 따지는 일은 여성에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멀리 봤을때 어느 것이 더 이득이 될까?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고 했던가. 나는 천당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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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2006-06-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멋있는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