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러브 -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
메이브 빈치 지음, 정현종 옮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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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것이 그렇다. 그림과는 다르게 미묘하게 바뀌는 순간순간을 잡아내고, 그 때 밖에는 연출될 수 없는 세상사의 한자락을 소리없이 들추고, 그러면서도 가장 조형적이고도 의도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사진이란 그렇게 카멜레온 같아서 그 실체를 알아보고자 내가 자꾸만 사진집에 빠지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 사진가의 의도일까, 이 사진은 구도를 잡고서 찍은 정형화된 사진이로군, 등등을 생각하며 사진을 보다보면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사진 중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두 사람 이상의 인물 사진이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거짓 표정과 거짓 태도를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그것이 둘 이상이 되면 어려워진다. 사진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관계가 박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미묘한 표정과 순간적인 몸집등이 인화되어 나오고나면 어쩜 그렇게 속일 수 없는 현장이 생생하게 잡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이 LOVE는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사진들이 가득찬 사진집이다. 사진집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있으며 카메라 렌즈는 그것을 여과없이 잡아낸다. 둘만 있어도 어딘가 훈훈한 느낌이 드는 사진들. 아니, 사랑하는 사람 혼자만 있어도 그 사진 가득 사랑이 퍼져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세계 각국의 엄선된 사진만 모았다는 사진집이니, 두고두고 볼 책 하나 마련하고 싶으신 분들은 사두시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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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우울한 걸까?
김혜남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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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라는 건 현대 사회의 복병이다.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이 와중에도 스물스물 침범해오는 우울이라니. 도대체 어째서 우울한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어느 순간 강한 우울감을 느끼고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있다는 막연한 공포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생각. 아, 남들은 이렇지 않을 텐데, 어째서 나만...! 그러나 걱정하시지 마시라.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우울은 당신 곁의 누군가도 겪었을 우울이며 당신이 이겨낸 후에도 당신을 닮은 누군구가 호되게 치를 우울이다. 그러니 당신 혼자만 우울한 것은 아니라는 반가운 얘기.

사실 이 책은 우울의 극치에 달한 내 가족원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읽고나면 내 가족원에 무언가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는 의도로 책을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원래의 의도는 잊고 나의 경우를 여러 곳에서 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우울증에 침범당한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의 우울증은 경미한 편이라 책을 읽으면서 모두 해소된 기분이 든다. 나같이 경미한 우울증이 아닌 깊은 우울증에 빠진 분들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우울함 가운데에서도 희망의 불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울은 병이다. 감추지 말고 차라리 드러내며 치료하는 것이 나으니 너무 숨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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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 그림, 임은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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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표지 안에 뽀뽀를 하고 있는 강아지, 표지부터 러브러브한 것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펴자마자 시작되는 아내와 남편의 달달한 대화들. 내가 이러면 어쩔거야 저쩔거야 조잘조잘 물어대는 서로에게 그만 하라는 타박도 하지 않고 오직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달큰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강아지 부부가 어쩐지 귀여워 보였다면, 믿기실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책 내용의 깊이보다 좀 더 프로젝트적이고 디자인이 뛰어난 책들이 잘 팔리는 일본이다보니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도 하다. 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어쨌든 너무나도 깜찍한 캐릭터들이 책이 끝날때까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렇게 행복해지는데. 이런 책을 보면 실제로 사랑에 배신과 질투가 점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속성은 다 잊고 달콤함에만 푹 빠져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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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할과 여성 - 여성학 강의
임정빈. 정혜정 지음 / 도서출판 신정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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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책의 용도를 알 수 있다. 학부생용 여성학 주교재. 사실 내가 이 책을 사게된 것도 여성학을 수강하면서였다. 대학에서 수업을 받아본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학교 수업용 교재치고 재미있는 책은 별로 없다. 게다가 디자인 제대로 나온 책도 별로 없고, 나중에 들춰보게 되는 책도 별로 없다. 슬프지만 이 책도 그렇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재로 쓴 책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그 내용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성역할과 여성이라는 이 책은 다른 여타의 여성학 교재들과 달리 방대하면서도 여러 방면에 걸친 여성학적 이론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여진듯한 건조한 문체는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여성학 책보다 읽는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 나름대로의 강건한 힘이 있어 어느 순간 독자를 사로잡는다. 가끔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들이 눈에 잡혀서 조금 괴로우나, 아량을 갖고 보다보면 그 실수보다 더 위대한 많은 이론을 꿰찰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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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베티 도슨 지음, 곽라분이 옮김 / 현실문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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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그런 기사가 났던 적이 있다. 신동엽씨가 사회를 보던 모 프로그램에서 자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게 남성의 자위 얘기로 끝이었다는. '남자라면 다들 하지요' '모르는 남자 없어요' 등의 얘기를 하면서 얼굴을 붉혔고, 의학박사는 그게 당연하고 정상적인 거라는 조언을 했단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는가? 도대체 여자 얘기는 왜 없는 거지? 남성의 자위가 당연하면 여성의 자위는? 왜 처음부터 여성은 배제되어 있는거지?

여성의 자위는 감춰져있고 억압당하고 있다. 누구도 공공장소에서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여성 친구 끼리도 자위에 대해서는 대화하지 않는다. 여성의 자위가 얼마나 억압당하고 있는지, 자위를 하는 대다수의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을 정도이다. 여성의 자위는 흔히 죄책감을 남기는데 이는 여성은 늘 정숙해야한다는 사회의 고정적 성관념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여성이라면, 그리고 이런 인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펴시라. 둘 다 자지러지게 놀라다가 책 덮고나서는 깔깔 웃으며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하게 되리라. 저자는 여성의 성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성감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위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도 털어버리고 그저 즐기라한다. 가끔 과격한 저자의 언동에 놀라게 될 때도 있겠지만 -, 원래 모든 신문명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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