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꿈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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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까운 미래, 이상기후로 수몰하는 섬들이 생기며 그 지역의 언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상 현상이 있는 지구가 배경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되고 플라스틱 소재의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신체 일부를 교체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묘사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세 사람으로 각자의 꿈을 위해, 목적을 위해, 열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SF적 상상력을 합친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사라진 언어를 연구하는 대학생, 지빈. 

가슴이 뛰고 열정적인 일을 찾고 싶지만 모든 것은 무료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느 날 실험 참가자가 '고치바' 회사의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신체의 일부를 교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이는 '사천꽃밭'에 가보게 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발효 미생물로 만들어진 신소재의 꿈의 물질로 소각장(사천꽃밭, 모든 질병을 고치는 꽃들이 모여 있다는 신화 속 공간)에 플라스틱을 훔치려 오는 밀렵꾼이 많다. 

종아리 근육이 약해 선수로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수중무용가 치아루도 이 중 하나였고, 지빈과 두 사람은 사천꽃밭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천꽃밭의 밀렵꾼을 쫓아내고 관리하는 가람. 

가람은 치아루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갔고 그걸 알게 된 치아루와 지빈은 가람에게 접근하여 플라스틱을 얻고자 한다. 


언젠가 너에게 다시 돌아갈 거야, 다른 형태로


플라스틱은 영어로 '쉽게 변하는', '진짜가 아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세상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기에 플라스틱을 버린다는 것은 온 세상을 버리는 곳과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플라스틱은 곧 꿈이다. 시시각각 변하고, 진짜가 아닌 허상, 이룰 수도 없고 이미 성취했을 수도 있는, 터무니없을 수도 있고 그것만이 온 세상의 희망일 수도 있는 꿈. 쉽게 변하고, 진짜가 아닌 플라스틱, 꿈.

꿈을 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좌절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버린 것은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희망이 있다면 제법 근사한 버림이 아닐까. 

버려진 것은 그대로 떠나보내되 다시 꿈꾸게 하는 다른 형태의 그 무엇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인생의 전부인 치아루의 꿈 앞에서 로봇은 묻는다. 

"정말 버리지 않을 거야?"

무료한 삶의 열정적인 그 무언가의 꿈을 열망하는 지빈에게 고치바 CEO는 묻는다.

꿈을 찾는지, 꿈을 버리는지, 버린 꿈을 다시 찾으려 온 건지.

"당신은 어느 쪽이죠?"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면, 다시 그것이 나를 기꺼이 찾아낸다면 꿈을 꾼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희구하고 반복해서 다가가기 위해 삶의 굴레가 돌아간다는 의미가 된다. 


삶의 연속, 다카포

어떤 형태로 돌아가는 플라스틱=꿈과 더불어 거듭 이야기되는 메타포는 '다카포'이다. 곡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뜻의 악상 기호, Da Capo.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주인공들은 이해했지만, 나중에 가서야 이 뜻을 온전히 자신의 삶에 받아들인다.


니체의 말이 연상된다.

"몇 번이어도 좋다! 끔찍한 인생이여, 다시!"


산다는 것은 변수의 연속이고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삶 속에서 다시, 다시, 다시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 그럼 언젠가 그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희구하던 것들이 삶에 다른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세 사람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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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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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기에 다양한 예술, 문화 행사가 많을 예정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광복 80주년이자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지 80주년을 맞이하여 시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집으로 윤동주 시인의 124편 작품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38편이 담겨 있다.


윤동주 시인의 유명한 시부터 나중에 발굴된 시까지 엮은 것에도 이미 큰 의의가 있다. 게다가 영혼과 정서가 닮은 반 고흐의 작품까지 함께 수록되어 시와 함께 그림 감상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예술의 전당에서 얼마 전 고흐 전시회가 있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고 어두웠던 미술관 내부 조명 때문에 찬찬히 관람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그 아쉬움을 달래듯, 찬찬히 시와 함께 음미하며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그림이 수록된 책은 인쇄 상태와 종이의 질에 따라 그 해상도가 많이 달라지는데(아무리 좋아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최고지만),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은 종이 질도 좋아 해상도가 미관을 해치지 않아 고흐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다. 


맨 처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열면, 아 이거지 하는 감성이 되살아난다.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사랑하고 가슴 뭉클한 그 시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시대와 불화한 사람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저항시와 삶의 고뇌에 대한 시를 쓰다 체포되었고 일제 재판관 앞에서도 자신의 뜻을 결코 꺾지 않았다.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으로 대한민국 문학사에 큰 기여를 하였다.


빈센트 반 고흐,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신화화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화가. 살아있을 때 단 한 점의 그림만이 판매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다 광기의 문 경계에서 서성이다 결국 자살로 마무리된 비루하고 비참한 삶. 


두 사람 모두 시대와 불화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시대에서 고통스럽고 슬픔으로 채워가며 꺾이지 않는 그들의 신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이자 울림이 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았고, 보고 예술로 만드는 행위에서 항상 자아성찰을 하였다.

별과 바람의 흐름을 사랑하고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두 사람의 눈빛과 글, 색채와 시에서 나타난 시대와 불화한 슬픔과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상처와 고통이 선선히 비춘다. 완전하지 못한 삶이야말로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두 천재는 삶으로, 예술로 보여준다.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


시집에 수록된 많은 그림은 시와 잘 어울리며, 고흐의 그림이 대부분 유명한 만큼 반가움의 눈길이 간다.

그중 그나마 덜 알려진 그림으로, 유난히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 있어 유심히 보았다. 윤동주의 시와 참 잘 어울린다.


해가 넘어가는 무렵, 포플러 나무 거리를 거니는 한 여성, 그 뒤로 들어오는 노을빛과 빛에 반사된 낙엽들. 쓸쓸하고 적막하다. 


시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윽고 사색의 포플러 터널로 들어간다.

시라는 것을 반추하다. 

마땅히 반추하여야 한다.

(중략)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윤동주 <야행>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타박타박 걷는 여인의 얼굴이 더욱 상상된다.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픈 얼굴이지 않을까. 단지 쓸쓸하고 고독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만 하는 외로움과 쓸쓸함, 그윽한 한숨으로 걸어가는 그 길. 


윤동주, 고흐 두 사람이 느꼈던 쓸쓸함은 이런 쓸쓸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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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천홍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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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갑작스레 동생과 사별하게 된 동생에게 바치는 동시에 동생과의 기억과 추억을 담고자 펴낸 시집이다.


역시나 아득했다가 곡진하다가도 덤덤하고 무망하다고 느껴지는 신과의 거리, 기어이 따라잡히는 정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구하는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삶 속에서 야속하게 세상은 흘러간다. 나의 세상은 상실되었고 흔들리며 버텨내야 하건만 '세상은 삐그덕삐그덕' 굴러간다. 

손을 잡고 날아가는 새, 길가에서 춤을 추는 꽃, 살랑이는 잎들이 봄을 알리고 지나가다 멈춰 선 얼룩 고양이, 지나가는 구름. 

나의 세상은 무너지건만, 그럼에도 세상은 고요히 아름답게 흘러간다. 이런 세상에서 '너만 없는 그런 허무함'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상실감이 무서운 것은, 나만 빼고 모든 것이 다 평온하기에 느껴지는 시차와 세상에 대한 이질감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버텨내야만 겨우 하루가 넘어가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굴러만 간다. 

마치 나의 삶의 시계만 고장 난 것처럼.


삐그덕 굴러가는 세상이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표현이 절절하다. 상실의 아픔 앞에서 그럼에도 세상은 굴러가니까, 흔들리는 꽃을 지탱하는 손가락 하나가 있으니까, 너무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꽃은 동생과 저자를 형상화하여 드러나고 있다고 해설에는 설명한다. 흔들리는 꽃을 지탱하는 손가락 하나, 그 작은 하나, 서로의 존재의 이유를 깨치는 그 손짓 하나에 세상은 계속 굴러가고 당신이 부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 기억 속에서


상처를 그냥 단순히 상처라고 하는 것은 실례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다 다른 이유의 상처이기에 그 상처에 알맞은 이름을 붙여 불러주어야 한다고.


어떤 기억들과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기억은, 고통은, 상처는 삶에 들러붙어 있다고 믿는다. 그 흔적이 어느 때는 아프고 어느 때는 조금 덜 아팠다가 더불어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너 없는 삶이 눈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고' 먼 훗날 만났을 때 말해줄 것이라는 말에 이렇게 삶은 살아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때론 웃었고, 때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으며, 때론 가슴 벅차오르고 때론 무너지고 때론 기억에 짓눌려 아파했지만 울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고. 시간이 지나며 훼손되지 않는 고통의 삶이 있었지만 슬퍼하지만은 않았다고.


​그렇게 시인은 다시 삶을 살아간다.

'美는 언제나 관념의 승리에서 나타나더라, 美를 채집하는 일이 나의 기쁨이로구나'라며.

쉽지 않을 것이다. 박제된 상처는 불현듯 다시 찾아올 것이며 도망치려 해도 기어이 찾아낼 것이다. 그럼에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자의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것임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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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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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강의 중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9편의 강의 모음으로 경영 방식 변화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강의하는 말투 그대로 활자로 옮겨놓아서 중간중간 목소리와 제스처 등이 상상 가능한 책이다.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과 창조적 상상력은 어떻게 형성하는지 패러다임 시프트 등에 대한 고찰을 읽어낼 수 있다. 기업 경영인뿐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조언이자 격려였다. 

농림수산식품부 특강(2010), 중앙공무원 교육 강연(2009),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2009),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창조경영인상 시상식 특별강연(2009) 등에서 한 강의 그대로 활자로 옮겨두었기에 중심 내용과 사례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언어'에 대한 가치는 여러 번 보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창조의 1단계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9개의 강의를 모두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언어'의 힘이다.

말의 힘, '워드 파워'는 무기나 돈보다 강력한 힘이다. 

언어는 도구적 기능이 80퍼센트, 미적 공감이 20퍼센트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어령 선생님은 말한다. 20퍼센트에는 문화와 영혼이 있으니, 말속에는 삶과 죽음과 사랑과 드라마가 속해 있어 자력을 가진다고.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모국어로 볼 수 있다고 기뻐했다. 아무리 잘 번역된 글이라도 한국인만이 가진 정서와 한은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와 문학을 읽는 것도, 언어가 가진 힘을 느끼기 위해서다. 나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다독여주는 언어를 만나기 위해서. 

한글은 더욱 특별한 언어다. 생성 문자로 위치에 따라 생성되고 변화되는 글자다. 'ㅗ'를 뒤집으면 'ㅜ'가 되고, 'ㅏ'를 돌리면 'ㅓ'가 되는 등 계절처럼 순환되는 구조의 한글은 한 글자가 위치에 따라 여러 개가 되는 독특한 말이다. 

한국어를 일깨우는 일은 사천 년을 살아온 귀중한 DNA와 지혜를 나누는 일이다. 순환적이고 창조적인 문자, 언어의 영혼 아래 살아가는 민족이라 기쁘다. 이어령 선생님은 한국인이라서 더욱 강점이 있다는 격려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직접 들었다면 더욱 감동적이었으리라.  


인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 창조


창조적 상상력을 길러라. 뭐를 창조하라는 것인지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것 또한 인문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즉, 인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 창조라는 것.

배만 부르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맛있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음식을 만들어내는 행위 그것이 창조의 본질이다.

과학기술을 발명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는 창조가 아니라 인문학에서 나오는 것이 창조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창조여야 하는 것.

블랙 스완의 발견처럼 통계도 확률도 아닌 관념과 통념을 부수고 시대의 체온계를 가져야 하는 것, 언젠가는 어제의 것이 통하지 않는 날이 불시에 닥칠 것이라는 것. 이것이 창조가 필요한 이유다. 


패러다임 시프트, 사실을 해석하는 코드를 바꿀 수 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세상은 피시스(자연), 노모스(법). 세미오시스(상징)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연과 법은 달라지기 어렵지만, 상징은 세미오시스는 바꿀 수 있다. 사실을 해석하는 코드를 바꾼다면, 세상을 창조적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또 강조되는 것이 언어인데, 말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강풍에 90퍼센트의 사과가 떨어진 일본의 사과농장은 단 10퍼센트의 떨어지지 않은 사과의 상징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강풍을 이겨내고 견뎌낸 떨어지지 않은 사과는 수험생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 마케팅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어제까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일한다면 최고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경영자에게 하는 말이기 전에 한 인간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져 퍽 다정했다.


강의의 마지막은 항상 격려의 말이 붙는다. 그것이 단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의 자기 계발서 같은 말이 아니라, 창조적 경영의 다양한 근거와 예시를 통해 살펴보았으니 우리도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격려다. 

순간순간을 어제와 다르게 살고자 했던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어제의 나에서 창조적인 내일의 나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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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 - 생활 밀착 네덜란드 로컬 라이프
김지윤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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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안락사, 성매매가 합법인 무법지대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나라이지만 자유와 규제에 대해 평등하므로 안전하고 정직한, 화사한 색상과 소박한 곡선을 가진 튤립을 닮은 나라.

살면서 몇 안 되는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곳만 다시 선택해서 여행을 가라고 하면 나는 단연코 네덜란드다.

<더치로운 생활>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8,551km 떨어진 새집

네덜란드가 가르쳐 준 것들

내가 사랑한 네덜란드

산책하듯 여행하며 사는 법

겨울을 찾아서


작가는 남편을 따라 살게 된 타국이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함께 살아나가며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불필요한 소비, 과도한 통제가 없는 자유롭고 실리적인 균형의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실제로 네덜란드인들은 이 말을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대마초, 홍등가(사창가), 동성애, 안락사가 모두 합법인 곳이지만 범죄율이 낮은 나라. 바다에 가라앉는 나라를 풍차를 돌려 육지를 보존하는 나라. 

네덜란드는 여러모로 상식 밖의 나라이다. 하지 말라고 규정해버리면 음지화될 수 있는 것들을 오히려 합법화시키고 이왕 하려면 안전하게 하자라는 너무나도 혁신적인 나라. 

오히려 이렇게 모든 것을 공정하고 안전하게 규율을 만들었기에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도시 같은 디스토피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함을 미덕으로 삼고, 선을 지키는 나라가 된 것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품위를 지키는 나라, 이것이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에 가면 또 하나 놀라는 것이 자전거인데, 남녀노소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자전거의 나라라고 할 만큼 자전거가 많고 차와 사람보다도 자전거가 우선이 된다. 

산업 혁명을 겪으면서 폭증한 자동차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한 겨울의 강추위(암스테르담의 겨울은 습해서 더욱 춥다)에도 소박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너무나 건강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작가는 처음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궁상맞아 보인다고 하는데, 익숙해지면서 삶에 녹아든 독립심과 인내심의 순간으로 보인다고 했다. 환경에 순응하고 자유에 대한 선을 지키고, 소박한 품위를 지닌 곳, 무조건적인 경쟁과 부를 과시하는 체면 문화에서 멀어진 곳, 감자튀김과 하이네켄이 있는 곳, 매력 있는 곳이다.


튤립 없이는 네덜란드도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네덜란드를 방문한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겨울이라 튤립을 못 봐서 너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튤립에 진심인 나라, 꽃이 일상이고 언제 어디서든 꽃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3월 세계 최대 꽃 축제인 쾨켄호프가 열린다. 

사진만 봐도 너무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근사할까라는 생각에 더욱 아쉽다. 

봄의 시작부터 끝까지 튤립으로 채우고, 여름과 가을엔 또 다른 꽃으로 갈아 심기를 반복하는 일 년 내내 꽃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항상 함께라는 것이 너무나 낭만적이다. 

인생이 힘들 땐 아름다운 것을 자주 봐야 한다고 했다. 꽃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도처에 널린 곳에서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흔하게 주어진다고, 공짜로 주어지는 순간이라도 결코 소박하지 않고 하나하나가 거대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음을 이제 조금은 느낄 수 있다."<더치로운 생활> p.106


고흐,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나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과 고흐 미술관은 바로 붙어있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베르메르 작품은 델프트라는 도시에 있다.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35점 정도 되는데, 여행에서 운이 좋게도 9점 정도를 보았다. 세계에 흩어진 베르메르 작품을 모두 보는 것이 작가의 꿈이라는 데, 나도 마찬가지다. 

2023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열렸었는데 전 세계에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표는 구할 수도 없었고 2022년에 이미 다녀온 나로서 한 번 더 가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피눈물을 쏟은 기억이 있다. 

암스테르담은 완전한 도심, 운하의 중심이지만 델프트는 또 다른 소박한 풍경을 선사해서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저자 또한 델프트의 모습을 보며 소박한 아름다움과 생기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왜 여기에서 탄생했는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넘치는 매력의 낭만의 나라, 네덜란드. 낭만하면 보통 프랑스 파리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파리보다는 소박한 낭만을 선사한 네덜란드가 더 깊게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번 여행했던 기억들을 되짚으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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