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꿈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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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까운 미래, 이상기후로 수몰하는 섬들이 생기며 그 지역의 언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상 현상이 있는 지구가 배경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되고 플라스틱 소재의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신체 일부를 교체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묘사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세 사람으로 각자의 꿈을 위해, 목적을 위해, 열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SF적 상상력을 합친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사라진 언어를 연구하는 대학생, 지빈. 

가슴이 뛰고 열정적인 일을 찾고 싶지만 모든 것은 무료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느 날 실험 참가자가 '고치바' 회사의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신체의 일부를 교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이는 '사천꽃밭'에 가보게 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발효 미생물로 만들어진 신소재의 꿈의 물질로 소각장(사천꽃밭, 모든 질병을 고치는 꽃들이 모여 있다는 신화 속 공간)에 플라스틱을 훔치려 오는 밀렵꾼이 많다. 

종아리 근육이 약해 선수로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수중무용가 치아루도 이 중 하나였고, 지빈과 두 사람은 사천꽃밭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천꽃밭의 밀렵꾼을 쫓아내고 관리하는 가람. 

가람은 치아루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갔고 그걸 알게 된 치아루와 지빈은 가람에게 접근하여 플라스틱을 얻고자 한다. 


언젠가 너에게 다시 돌아갈 거야, 다른 형태로


플라스틱은 영어로 '쉽게 변하는', '진짜가 아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세상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기에 플라스틱을 버린다는 것은 온 세상을 버리는 곳과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플라스틱은 곧 꿈이다. 시시각각 변하고, 진짜가 아닌 허상, 이룰 수도 없고 이미 성취했을 수도 있는, 터무니없을 수도 있고 그것만이 온 세상의 희망일 수도 있는 꿈. 쉽게 변하고, 진짜가 아닌 플라스틱, 꿈.

꿈을 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좌절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버린 것은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희망이 있다면 제법 근사한 버림이 아닐까. 

버려진 것은 그대로 떠나보내되 다시 꿈꾸게 하는 다른 형태의 그 무엇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인생의 전부인 치아루의 꿈 앞에서 로봇은 묻는다. 

"정말 버리지 않을 거야?"

무료한 삶의 열정적인 그 무언가의 꿈을 열망하는 지빈에게 고치바 CEO는 묻는다.

꿈을 찾는지, 꿈을 버리는지, 버린 꿈을 다시 찾으려 온 건지.

"당신은 어느 쪽이죠?"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면, 다시 그것이 나를 기꺼이 찾아낸다면 꿈을 꾼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희구하고 반복해서 다가가기 위해 삶의 굴레가 돌아간다는 의미가 된다. 


삶의 연속, 다카포

어떤 형태로 돌아가는 플라스틱=꿈과 더불어 거듭 이야기되는 메타포는 '다카포'이다. 곡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뜻의 악상 기호, Da Capo.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주인공들은 이해했지만, 나중에 가서야 이 뜻을 온전히 자신의 삶에 받아들인다.


니체의 말이 연상된다.

"몇 번이어도 좋다! 끔찍한 인생이여, 다시!"


산다는 것은 변수의 연속이고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삶 속에서 다시, 다시, 다시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 그럼 언젠가 그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희구하던 것들이 삶에 다른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세 사람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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