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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천홍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작년 10월에 갑작스레 동생과 사별하게 된 동생에게 바치는 동시에 동생과의 기억과 추억을 담고자 펴낸 시집이다.
역시나 아득했다가 곡진하다가도 덤덤하고 무망하다고 느껴지는 신과의 거리, 기어이 따라잡히는 정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구하는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삶 속에서 야속하게 세상은 흘러간다. 나의 세상은 상실되었고 흔들리며 버텨내야 하건만 '세상은 삐그덕삐그덕' 굴러간다.
손을 잡고 날아가는 새, 길가에서 춤을 추는 꽃, 살랑이는 잎들이 봄을 알리고 지나가다 멈춰 선 얼룩 고양이, 지나가는 구름.
나의 세상은 무너지건만, 그럼에도 세상은 고요히 아름답게 흘러간다. 이런 세상에서 '너만 없는 그런 허무함'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상실감이 무서운 것은, 나만 빼고 모든 것이 다 평온하기에 느껴지는 시차와 세상에 대한 이질감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버텨내야만 겨우 하루가 넘어가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굴러만 간다.
마치 나의 삶의 시계만 고장 난 것처럼.
삐그덕 굴러가는 세상이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표현이 절절하다. 상실의 아픔 앞에서 그럼에도 세상은 굴러가니까, 흔들리는 꽃을 지탱하는 손가락 하나가 있으니까, 너무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꽃은 동생과 저자를 형상화하여 드러나고 있다고 해설에는 설명한다. 흔들리는 꽃을 지탱하는 손가락 하나, 그 작은 하나, 서로의 존재의 이유를 깨치는 그 손짓 하나에 세상은 계속 굴러가고 당신이 부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 기억 속에서
상처를 그냥 단순히 상처라고 하는 것은 실례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다 다른 이유의 상처이기에 그 상처에 알맞은 이름을 붙여 불러주어야 한다고.
어떤 기억들과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기억은, 고통은, 상처는 삶에 들러붙어 있다고 믿는다. 그 흔적이 어느 때는 아프고 어느 때는 조금 덜 아팠다가 더불어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너 없는 삶이 눈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고' 먼 훗날 만났을 때 말해줄 것이라는 말에 이렇게 삶은 살아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때론 웃었고, 때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으며, 때론 가슴 벅차오르고 때론 무너지고 때론 기억에 짓눌려 아파했지만 울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고. 시간이 지나며 훼손되지 않는 고통의 삶이 있었지만 슬퍼하지만은 않았다고.
그렇게 시인은 다시 삶을 살아간다.
'美는 언제나 관념의 승리에서 나타나더라, 美를 채집하는 일이 나의 기쁨이로구나'라며.
쉽지 않을 것이다. 박제된 상처는 불현듯 다시 찾아올 것이며 도망치려 해도 기어이 찾아낼 것이다. 그럼에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자의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것임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