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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 - 생활 밀착 네덜란드 로컬 라이프
김지윤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평점 :
대마초, 안락사, 성매매가 합법인 무법지대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나라이지만 자유와 규제에 대해 평등하므로 안전하고 정직한, 화사한 색상과 소박한 곡선을 가진 튤립을 닮은 나라.
살면서 몇 안 되는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곳만 다시 선택해서 여행을 가라고 하면 나는 단연코 네덜란드다.
<더치로운 생활>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8,551km 떨어진 새집
네덜란드가 가르쳐 준 것들
내가 사랑한 네덜란드
산책하듯 여행하며 사는 법
겨울을 찾아서
작가는 남편을 따라 살게 된 타국이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함께 살아나가며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불필요한 소비, 과도한 통제가 없는 자유롭고 실리적인 균형의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실제로 네덜란드인들은 이 말을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대마초, 홍등가(사창가), 동성애, 안락사가 모두 합법인 곳이지만 범죄율이 낮은 나라. 바다에 가라앉는 나라를 풍차를 돌려 육지를 보존하는 나라.
네덜란드는 여러모로 상식 밖의 나라이다. 하지 말라고 규정해버리면 음지화될 수 있는 것들을 오히려 합법화시키고 이왕 하려면 안전하게 하자라는 너무나도 혁신적인 나라.
오히려 이렇게 모든 것을 공정하고 안전하게 규율을 만들었기에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도시 같은 디스토피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함을 미덕으로 삼고, 선을 지키는 나라가 된 것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품위를 지키는 나라, 이것이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에 가면 또 하나 놀라는 것이 자전거인데, 남녀노소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자전거의 나라라고 할 만큼 자전거가 많고 차와 사람보다도 자전거가 우선이 된다.
산업 혁명을 겪으면서 폭증한 자동차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한 겨울의 강추위(암스테르담의 겨울은 습해서 더욱 춥다)에도 소박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너무나 건강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작가는 처음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궁상맞아 보인다고 하는데, 익숙해지면서 삶에 녹아든 독립심과 인내심의 순간으로 보인다고 했다. 환경에 순응하고 자유에 대한 선을 지키고, 소박한 품위를 지닌 곳, 무조건적인 경쟁과 부를 과시하는 체면 문화에서 멀어진 곳, 감자튀김과 하이네켄이 있는 곳, 매력 있는 곳이다.
튤립 없이는 네덜란드도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네덜란드를 방문한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겨울이라 튤립을 못 봐서 너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튤립에 진심인 나라, 꽃이 일상이고 언제 어디서든 꽃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3월 세계 최대 꽃 축제인 쾨켄호프가 열린다.
사진만 봐도 너무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근사할까라는 생각에 더욱 아쉽다.
봄의 시작부터 끝까지 튤립으로 채우고, 여름과 가을엔 또 다른 꽃으로 갈아 심기를 반복하는 일 년 내내 꽃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항상 함께라는 것이 너무나 낭만적이다.
인생이 힘들 땐 아름다운 것을 자주 봐야 한다고 했다. 꽃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도처에 널린 곳에서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흔하게 주어진다고, 공짜로 주어지는 순간이라도 결코 소박하지 않고 하나하나가 거대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음을 이제 조금은 느낄 수 있다."<더치로운 생활> p.106
고흐,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나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과 고흐 미술관은 바로 붙어있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베르메르 작품은 델프트라는 도시에 있다.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35점 정도 되는데, 여행에서 운이 좋게도 9점 정도를 보았다. 세계에 흩어진 베르메르 작품을 모두 보는 것이 작가의 꿈이라는 데, 나도 마찬가지다.
2023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열렸었는데 전 세계에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표는 구할 수도 없었고 2022년에 이미 다녀온 나로서 한 번 더 가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피눈물을 쏟은 기억이 있다.
암스테르담은 완전한 도심, 운하의 중심이지만 델프트는 또 다른 소박한 풍경을 선사해서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저자 또한 델프트의 모습을 보며 소박한 아름다움과 생기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왜 여기에서 탄생했는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넘치는 매력의 낭만의 나라, 네덜란드. 낭만하면 보통 프랑스 파리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파리보다는 소박한 낭만을 선사한 네덜란드가 더 깊게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번 여행했던 기억들을 되짚으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