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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기에 다양한 예술, 문화 행사가 많을 예정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광복 80주년이자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지 80주년을 맞이하여 시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집으로 윤동주 시인의 124편 작품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38편이 담겨 있다.
윤동주 시인의 유명한 시부터 나중에 발굴된 시까지 엮은 것에도 이미 큰 의의가 있다. 게다가 영혼과 정서가 닮은 반 고흐의 작품까지 함께 수록되어 시와 함께 그림 감상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예술의 전당에서 얼마 전 고흐 전시회가 있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고 어두웠던 미술관 내부 조명 때문에 찬찬히 관람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그 아쉬움을 달래듯, 찬찬히 시와 함께 음미하며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그림이 수록된 책은 인쇄 상태와 종이의 질에 따라 그 해상도가 많이 달라지는데(아무리 좋아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최고지만),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은 종이 질도 좋아 해상도가 미관을 해치지 않아 고흐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다.
맨 처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열면, 아 이거지 하는 감성이 되살아난다.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사랑하고 가슴 뭉클한 그 시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시대와 불화한 사람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저항시와 삶의 고뇌에 대한 시를 쓰다 체포되었고 일제 재판관 앞에서도 자신의 뜻을 결코 꺾지 않았다.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으로 대한민국 문학사에 큰 기여를 하였다.
빈센트 반 고흐,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신화화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화가. 살아있을 때 단 한 점의 그림만이 판매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다 광기의 문 경계에서 서성이다 결국 자살로 마무리된 비루하고 비참한 삶.
두 사람 모두 시대와 불화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시대에서 고통스럽고 슬픔으로 채워가며 꺾이지 않는 그들의 신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이자 울림이 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았고, 보고 예술로 만드는 행위에서 항상 자아성찰을 하였다.
별과 바람의 흐름을 사랑하고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두 사람의 눈빛과 글, 색채와 시에서 나타난 시대와 불화한 슬픔과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상처와 고통이 선선히 비춘다. 완전하지 못한 삶이야말로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두 천재는 삶으로, 예술로 보여준다.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
시집에 수록된 많은 그림은 시와 잘 어울리며, 고흐의 그림이 대부분 유명한 만큼 반가움의 눈길이 간다.
그중 그나마 덜 알려진 그림으로, 유난히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 있어 유심히 보았다. 윤동주의 시와 참 잘 어울린다.
해가 넘어가는 무렵, 포플러 나무 거리를 거니는 한 여성, 그 뒤로 들어오는 노을빛과 빛에 반사된 낙엽들. 쓸쓸하고 적막하다.
시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윽고 사색의 포플러 터널로 들어간다.
시라는 것을 반추하다.
마땅히 반추하여야 한다.
(중략)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윤동주 <야행>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타박타박 걷는 여인의 얼굴이 더욱 상상된다.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픈 얼굴이지 않을까. 단지 쓸쓸하고 고독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만 하는 외로움과 쓸쓸함, 그윽한 한숨으로 걸어가는 그 길.
윤동주, 고흐 두 사람이 느꼈던 쓸쓸함은 이런 쓸쓸함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