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혐오사회》 1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10년 전 공공연한 혐오와 증오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가 얼마나 혐오라는 집단적 광기에 단단히 잡혀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뿌리 깊게 단단히 자리 잡은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나'라는 존재는 이것에 공모되지 않을 수 있을까? 집단적 광기와 분위기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대사회에 퍼져버린 냉소를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가에 대해 《혐오사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혐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선을 넘어왔다. 인류가 시작된 이후로 지속되고 있는 혐오, 특히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알고리즘은 더욱 혐오를 조장 및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두가 이제는 손쉽게 분노하고 혐오할 준비가 되어 있다. '~충'이라는 말도 너무나 손쉽게 쓰이며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주홍 글씨가 선명히 새겨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혐오의 시스템이 과연 개개인의 편견과 피해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명확하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혐오와 증오는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며 이 범주를 나누는 사회에서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스스로 혐오와 증오에 대한 시선을 알고자 할 때는 개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오가 날뛸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혐오가 번성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사전 정당화와 사후 동의의 과정들이 분명히 있었고 자연스럽게 솟아난 감정이 아니라 만들어진 감정이라는 것이다. 왜, 어느 방향으로, 누구를 표적으로 삼는지, 그러기 위해 어떤 장벽과 장해물을 제거하는지에 대한 작동 방식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혐오사회의 새로운 유형을 저자는 말한다. 비참여자들, 방관자들, 관심 없는 척하지만 혐오로 인해 자제력을 잃고 분노와 증오로 날뛰는 사람들을 마치 포르노처럼 소비하는 자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않는 이미 '참여하고 있는 비참여자들', 이들 또한 사회적으로 양산된 관객. 그것이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부정한 일에 내 이름을 보태지 않겠다는 표현조차 하지 않는 그 용기조차 내지 않는 냉소적인 방관자, 적극적으로 분노를 분출하는 사람을 넘어 이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꼬집는다. 


어떤 존재에게 가능성을 단 하나의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혐오의 시작이 된다. 난민, 무슬림, 성소수자, 장애인에게는 고정된 방식과 시선이 존재한다. 그렇게 틀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개인은 집단과, 집단은 그 속성들과 하나로 결합한다. 축소된 사고는 점점 혐오의 틀 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저자는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들로 낙인찍힌 이들에게 있어 우리가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유사한 존재, 연약하고 존엄성을 지닌 존재,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다른 면모를 지닌 존재임을 상상하지 않는다. 하나의 프레임을 씌어버리면 그 고정된 이미지에서 좀처럼 확장할 수가 없기도 하거니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정된 이미지는 더욱 각인되기만 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받은 모욕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어렵게 내면 태연하게 굴라는 암묵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퀴어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왜 굳이 그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원하냐, 조용히 사회의 일부로 남으라는 시선은 또 하나의 폭력이다. 왜 굳이 이런 전시를 하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은 선프라이드재단의 대표가 퀴어 미술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림자처럼 머물라, 남들 눈에 띄지 말고, 모욕을 당해도 태연하게 다른 사람처럼 굴어라라는 일종의 기대와 시선 또한 혐오의 또 다른 폭력이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않는, 조금만 달라도 틀린 것으로 간주되며 배제되는 이들이 자신이 인정받기를 원하는지 이유를 댈 의무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나 혐오를 받는 입장에서만 인정을 받기 위한 이유와 근거를 주장하고 너무나 손쉽게 그러한 이유를 묵살한다. 그들이 그러한 이유를 댈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즉, 혐오는 상상력의 부족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시선 속에 가둬버리고 고정된 이미지로 남도록 하는 그 이상의 것을 더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 상상력의 부족 그리고 다른 사람은 다른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구조적 멸시에 이은 비가시적인 상상력의 부족은 혐오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임을 저자는 말한다. 


혐오의 시대에서 필요한 것은 혐오의 구조를 명확하게 바라보는 것, 이미 덮인 혐오의 프레임을 넘어 상상하는 것, 그들이 받은 모욕을 침묵하도록 은근한 압박을 하지 않는 것, 혐오의 시스템에서 나를 용인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것, 인간 혐오를 혐오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으로 새로운 희망의 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플, 삼성, 구글과 협업한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핑턴 포스트》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이자 기업가인 저자 체이스 자비스가 말하는 안전이라는 환상, 안전이 빼앗아 간 진짜 가능성에 대한 자기계발 서적이다. 

'안전'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안전해 보이는 선택만을 선택함으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문을 닫아버리는 이들에게 안전이 제일이라는 속임수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삶을 주도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충분히 긴 지렛대만 있으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송선 한 척을 움직여보라는 왕의 명령에 아르키메데스는 그 말을 증명했다. 

천부적인 재능(물론 재능의 영역도 포함되겠지만)과 행운만이 아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도구를 사용한 결과 혼자서는 절대 옮기지 못할 배를 옮겼듯이, 우리에게는 적절한 지렛대가 필요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지레 겁을 먹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로 그저 안전한 길만 선택하려고 하면 배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충분히 긴 지렛대와 같은 힘이 있다면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렛대는 외부적인 힘일까?

저자는 이 지렛대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변화는 내면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것은 나 자신이 어떤 것을 집중하고 즐기고 도전하는지에 따라 지렛대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말한다. 

《안전의 대가》는 7가지 인생의 지렛대를 소개한다. 이 지렛대를 활용하는 방법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렸다. 

관심 - 삶의 경험은 무엇을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이것은 전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시간 - 몰입의 순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직관 - 내면의 나침반을 믿으라, 성공이라는 지도는 버리고. 

제약 - 한계와 제약이 무조건적으로 삶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놀이 - 일상과 일은 모두 놀이다, 기쁨과 에너지로 바꾸는 놀이에 대한 중요성을 기억해야 한다.

실패 - 완벽주의는 갖다 버려라, 실패를 겪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과정의 배움이 필요하다. 

실천 - 원하는 것을 생각만 하지 않고 하루를 채우는 행동으로 옮겨라. 


​기존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의 자기계발서의 양식이라기보다는 거의 심리 상담에 가깝다. 안전이라는 틀을 선택하기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내면을 살피고 지금-여기를 강조한다. 삶을 창의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대담한 삶, 지렛대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첫 번째 지렛대의 관심과 집중부터 마지막 실천까지 저자가 꼭 강조하는 거대한 흐름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뜻밖의 선물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원래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기에 불확실함과 모호함 속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창조적인 삶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장면들이 하나씩 이어지는 영화 같은 삶이다. 이야기 한복판에 위치한 인생에서 퇴장해버리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영화, 예술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작품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중 놀이와 실패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삶의 본질 자체가 놀이이며 삶의 맥락을 놀이로 풀어낸다면 창조적인 삶이 가능해진다.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말고 모든 일이 놀이라면? 실패할 까 두려워 진지하게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다면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아직 오지 않은 인생에 과몰입하지 말라, 불교에서는 이를 '자각 연습'이라고 한다. 현재만이 전부다, 지금, 여기. 


실패 또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삶을 축소시키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실패로 상처를 받을 수는 있지만, 당신이라는 존재는 실패는 아니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실망은 그 일에 마음을 충분히 쏟았다는 증거이며 그 실패 속에서 다른 가능성을 눈뜨게 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도 있다. 즉, 뜻밖의 선물들로 이루어지는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불확실성이 지배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불안과 좌절을 안겨 주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로 재정의할 수 있다. 

《안전의 대가》는 현재의 순간, 내면에 집중하면서 앞날에 펼쳐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공신화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예술가이며 인생이라는 예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제안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어느 시대보다 깨끗하고 쾌적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없었던 정신과 진단명부터 건강 강박, 불편을 참지 않는 현대 사회가 가진 통념들이 어떻게 사회에 편리함으로 침투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다룬다.​


이전이라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이제는 혐오의 범주에 들어가며 개인의 행동을 강요당할 수 있다. 사회는 쾌적하고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작은 불쾌감 하나에도 사람들은 분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가 추구하는 쾌적함이라는 미덕은 너무 높은 사회적 허들이 되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차별, 혐오, 통제의 연료가 되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렸던 '정상적인 삶의 조건'에 대해 질문하며 나아가 진정한 자유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한다. 


현대 사회에 대한 저자가 느끼는 기묘한 문제의식부터 시작하여 정신의료, 건강, 육아, 청결, 의사소통과 공간 설계를 주제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 다양한 통계를 살펴보며 사회의 전체상과 더불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계층들에 대해 살펴보며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이전에는 없던 정신과 진단명과 통계가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사회에 부적응하는 진단명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관리를 받아야만 한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정신과로 가서 관리를 받아야 하므로 ADHD 또는 발달장애 환자의 통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사회에서 도태되는 정신적인 질병은 반드시 뿌리 깊이 고쳐야 하며 '적당한 어딘가'로 되돌려 보내야만 하는 사회가 되었다. 


​살기 좋고 쾌적한 사회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서 차분하지 못하거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과하게 흥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질서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재배치하는 일은 질서 밖으로 밀려나는 다양성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 결점을 그대로 드러낸 채 사회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회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너무나 당연시되어 버린 사회 속에 정상과 비정상의 선을 확실히 그어놓고 우리는 기준에 어긋난 사람들을 불쾌해하고 혐오한다. 그렇게 현대 사회에서의 거대한 초자아가 자리 잡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사회에 재배치해야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너무나도 이 지원 제도가 정당하기 때문에 이 정당성이 거대한 당위성을 지녀버리게 되는 것. 고도화된 질서에 따라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 환자들을 치료하여 사회의 일부로 반드시 작동하도록 배치하는 정당성은 부정하거나 수정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이토록 정신의료 시스템을 통해 능숙하고 결함 없는 인간만을 허용하는 사회는 진정 건강한 사회인가, 아니면 병든 사회인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던진다. 


정신의학의 범위를 넘어서 저자는 강박적인 건강, 눈치 보는 육아의 현실, 지나치게 청결, 질서와 규범을 강조하는 사회 중심 기저에 깔려 있는 현상들을 다룬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제는 전에 없을 만큼 청결,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었다. 어린 시절에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엄격하게 금지가 되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예민하고 날이 서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름다운 나라는 곧 불쾌한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연한 통념이 된 사회적 질서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부자유를 우리는 안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신의학과 건강 찬양에 대한 부자유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점점 청결, 육아, 교통질서를 위한 공간 설계, SNS 발달로 인해 필요한 대화만을 추구하는 사회 등으로 나아가며 머릿속에 계속 물음표가 그려졌다. 왜 그것이 병들어가는 사회라고 저자는 보는가? 


이미 이 사회의 쾌적함은, 내가 누리는 이 청결하고 질서 정연함은 하나의 '아비투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되어 지금 누리는 모든 쾌적함이 당연시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불편을 참을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으며, 차별과 혐오는 당연한 즉,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깊이 침투한 아비투스에 돌을 던져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통념과 습관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과거가 더 나았다는 말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따르되 마음속으로는 이에 대한 반의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의 조건'을 갖출 것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정상이라는 기준 안에 가둬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자유와 부자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함을 저자는 일깨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의 저자는 임상심리사로 불안, 우울과 공황장애 등 정신 건강 질환을 가진 이들을 20년간 상담하는 과정에서 인류 보편적인 불안이 어떻게 탄생하며 많은 이들을 압박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다양한 환자의 사례, 불안의 과학적 원인, 불안의 증상들을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일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리는 기법 등 '불안'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A부터 Z까지 직조한 이론서이자 안내서이다.


불안이 생기는 뇌과학적 원리부터 사회적으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서 현대인들의 의지만으로 불안을 극복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스트레스와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방법과 더불어 불안 기저에 깔려 있는 불확실성, 트라우마, 그림자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불안을 완벽하게 극복한다는 명제는 없기에, 당장 생활을 방해하는 불안을 진정시키고 난 이후의 사후 관리까지 철저하게 다루는 어쩌면 거대한 '불안'이라는 상담학 이론서에 가깝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방해할 때, 무엇보다 위험이나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불안한 사고 패턴을 잘못 학습한 뇌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고착되는 회피, 주의 편향, 지나친 동일시 등으로 왜곡된 사고 패턴이 확장된다. 이 왜곡된 패턴은 그렇다면 어떻게 그 회로를 바꿔야 할까?


저자는 이러한 왜곡된 생각을 글로 옮겨 적고 사고의 오류 유형을 써보는 것을 제안하는데, 이 기법은 편향된 마음을 바로잡는 훈련의 기회다. 


이 대안적 사고가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파국적이고 왜곡적인 사고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 생각이 곧 내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돕는다. 


왜곡된 사고 편향과 비슷하게 책을 보다 보니 '자기초점적 주의' 또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이 세상은 안전하지 못한 곳인데 주의가 나에게 쏠리면 나의 생각, 감각,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꾸만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서 고장 난다. 주의를 확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불안은 공포증이자 중독이다. 그 기저에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는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왜곡된 생각으로 바꾸고 초점을 나 자신에게만 쏠리게 하여 생각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인생은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다'라는 말을 굳게 믿으면서도 이 불확실성에 어쩌면 목숨 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안 룰렛 마냥 총알 하나가 내 머리통을 관통하지 않도록 두려움으로 빌며 총을 스스로 겨누는 인생, 편안할 리가 없었다. 


불확실성이라는 감정에 대해 저자는 이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삶의 일부임을 명심하자고 제안한다. 감정을 흘려보는 연습, 의식적으로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전에 해보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헤어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새로운 장소나 낯선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 낯선 카페나 식당을 가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 볼만하다. 


책의 부록으로 불안장애 증상 및 유형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DSM5에 근거하여 제시되어 있어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다. 또한 불안한 상황에서 주의를 전환시키기 위한 취미 활동 100선까지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어 취미를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적, 실용적인 저자의 조언들로 이루어져 있는 그러나 결코 어렵거나 전문 용어가 난무하지 않은 실무서이자 이론서. 불안의 악순환을 끊고 삶의 방향을 여유롭게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을 팝니다 - 창의성을 돈으로 바꾸는 예술비즈니스 실전 가이드
신다혜.이지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화기획 콘텐츠 기업 '필더필'의 대표 신다혜 저자, 국내 최고 예술 채널인 '널 위한 문화예술' 공동 대표 이지현 저자가 진솔하고 쉽게 풀어내는 예술비즈니스의 창업 안내서이다. 

아이디어와 창업 준비부터 시작하여 비즈니스 모델 구축, SNS 마케팅, 운영 방식, 정부 지원 사업 신청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설명과 정보가 담겨있다. 예술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제 예술은 더 이상 전시장 안에만 고이 머무르고 돈 있는 자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과 더욱 가까이 다가와 많은 이들이 소비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막강한 세계 안에 손꼽힐 영향력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2025년 하반기에는 '뮷즈' 굿즈 매출이 400억 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최근에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는 문화와 예술이 그만큼 유통되고 지속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은 돈이 되는가? 돈 있는 자들에게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예술,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이제 미술관, 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보존형의 형태가 아니라 예술비즈니스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 밀접하게 공존한다. 

전시뿐 아니라 체험, 굿즈, 커뮤니티까지 예술이라는 카테고리는 그저 바라만 보다 오는 정적인 활동을 넘어선다.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예술비지니스는 '작품 자체의 가치를 여러 차원으로 연결 및 분배해 새로운 경험과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배된 가치는 다양한 지속 가능한 산업의 힘을 가지게 되고 이미 우리는 콘서트 티켓팅, 한정판 굿즈 예매, 이커머스 전시 경험을 하며 여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잠시의 감각적인 경험을 위해 소비만 하고 그것으로 종결되느냐, 그것은 예술비즈니스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예술비즈니스란 예술적 문제의식을 사회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예술이 보여주는 것은 시대에 대한 질문, 작품의 의미를 통한 현시대를 비춰주며 공명하고 수익과 가치로 재창조되는 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이제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취향을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되기도 하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취미에서 나아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게 해주는 내면의 근육을 길러주는 예술, 이제는 많은 이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어 더욱더 밀도 높은 콘텐츠와 예술비즈니스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예술을 팝니다》는 6가지의 단계로 나뉘어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중간중간 관련된 체크리스트도 있어 예술비즈니스나 콘텐츠를 준비하는 이들이 셀프로 자가 진단을 해보고 부족한 점을 자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모두가 유튜브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시대, 포화 상태를 넘어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콘텐츠나 비즈니스의 세계에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다. 

기존의 문법을 뒤집는, 그러니까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가 아니라 기존의 시장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재창조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레드오션이라면 블루오션 한 방울을 떨어뜨려 '퍼플오션'을 만들어 보는 것. 이것이 가장 먼저 예술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세이지 않을까. 아니, 예술이 아니어도 셀프 브랜딩을 생각해 본다면 꼭 필요한 자세인 것 같다.


다양한 사례, 보고서 양식, 정부 투자 관련 정보, 소개서 작성 팁까지 창의성을 경제적으로 만드는 예술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예술비즈니스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 SNS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아주 실용적인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