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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ㅣ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평점 :
[#소설잇다] 시리즈는 애정하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
잘 알려지지 못한 여성작가들을 바로 마주할 수 있거든요.
더욱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이상, 현진건, 김유정 등
남성작가들의 작품만 배우던걸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던
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마주하는 작가마다
드라마로 녹여도 될만큼 흥미롭고 일상적이고 그러면서
시사적인 모든걸 잘 녹여낼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되더라구요.
하나 더 감탄한건,
지금 흔히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라 간혹 당황스러운것 외에
가독성이 너무 좋다는 거!
시대가 흘러도 유행타지(?)않을 글이더라구요.
그 글에 현대여성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소설,잇다]의 다섯번째 이야기는
첩의 딸이라 근본없는 혈통이라 비난받던
김명순 작가님의 3편의 단편과
박민정 작가의 소설1, 에세이 1편이 실려있었어요.
무엇보다 에세이를 통해
김명순 작가를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더라구요.
□절기는 하추동 삼계가 지나면 반드시 양춘이 오건만-
불쌍한 어머니의 불쌍한 아해? -의심의 소녀 中
□너희는 무엇을 이름 짓고 어느 이름을 꺼리며 싫어하느냐. 그중 아름다운 것을 욕하진 않느냐 -돌아볼 때 中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믿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운명의 위협을 받아가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발자국마다 그들의 피를 흘리면서 그들의 꿈꾸는, 어떤 목표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 외로운 사람들 中
□살아내려고 이혼을 선택한 세윤에게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자꾸만 불행이 갱신될 줄은 세윤도 나도 미처 몰랐다. 만약 내 충고대로 로사를 멀리했다거나,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일도 어느새 지겨워졌다. -천사가 날 대신해
□작가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말하지만, 가장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ㅡ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
'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여성'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문학을 통한 애씀이 있지만
또, 그 사이에서 빼꼼히 내다보면
벗어나기 애씀을 가장 많이 방해하는게
'나'이고 '여성'이라는 테두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김명순을 근대여성작가라 하지 않고
그저 근대작가 라고 칭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부지런히 읽고 경계를 허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박민정의 에세이를 통해
잔잔한 울림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아 주관적으로읽고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