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여름, 특수작전부대Einsatzgruppen**가 동쪽으로 깊숙이 쳐들어와 유대인 수십만 명을 죽였다. 7월의 화창하고 더운 어느 날, 그들은 슬로님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소년은 숲속에 누워 소녀를 생각하고 있었다. 소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를 살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잠들어 있다고 믿는 실수를 저지르는 모든 경우: 치질. 외로움: 온전히 감당할 장기 없음.
* ‘장’ ‘창자’를 속칭하는 이디시어.
매일 아침, 조금씩 더.

어제 한 남자가 개를 발로 차는 것을 봤을 때는 그것을 눈 뒤편에서 느꼈다. 그 부위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눈물 바로 앞자리. 망각의 고통: 척추. 기억의 고통: 척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을 때, 심지어 지금도, 나를 만든 세상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람: 무릎, 벤게이 연고를 반 통이나 바르고 야단법석을 떨어야만 굽힐 수 있을 정도의 통증.

그는 장미 한 다발을 샀지만, 친척이 길을 세 번이나 설명했는데도 헤매다가 꽃이 시들어버렸다. 마침내 그곳을 찾았다. 손가락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에야, 먼저 전화를 걸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머리에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절대로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내가 죽으면? 소녀가 물었다.그때도, 소년이 말했다.

삼 년 반을 숨어 지내고 나니,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들에게 품은 사랑을 숨기는 것이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하나뿐인 사랑일 여자를 위해 그래야 한다면. 어쨌거나, 완전히 사라져버린 남자에게 한 가지를 더 숨기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이미 나는 엄지손가락을 깔고 앉아 지구의 움직임에 맞춰 태양 주위를 돌기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19년 1월 15일,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바다에서 죽었다.(배 밖으로 튕겨져 나가 물에 빠진 걸까?) 아이를 태운 배는 당시 그리스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하레카지트≫지와의 인터뷰(2019년 1월 16일)에서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자들(터키 해안 경비대)이 밧줄로 우리가 탄 배를 자기들 배에 묶었습니다. 그러더니 우리 주위를 점점 더 빨리 돌기 시작했죠. 우리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영상들은 무엇보다도 군복을 착용한 터키 군인들이 난민들로 하여금 뱃머리를 돌리도록 강제하기 위해 쇠막대기로 어린아이들까지 있는 난민 가족들을 구타하는 광경을 보여 준다.

해안 경비대의 선박이 전속력으로 난민들을 태운 고무보트 주위를 빙빙 돌면서 점점 가깝게 접근해 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급격한 물살이 형성되면서 난민선이 기우뚱거리며 요동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진행되는 매 순간 배는 균형을 잃고 전복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야만적인 푸시백 작전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밤낮 할 것 없이 난민들은 엉성하기 그지없는 배에 몸을 의탁한 채 레스보스를 비롯한 다른 섬들의 해안에 도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전자책]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만큼 술술 잼나게 읽히진 않는다. 그책은 추천도 많이 했는데 이책은 누구나에게 추천해줄만큼 가독성이 좋진 않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봤다는 사람에게나... 줄리언반스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물용으로 또구매 노벨 문학상 축하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 중독되게 만드는 기분 좋은 긴장감은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책이나 스크린, 무대, 이야기하는 사람 앞에 앉아서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 뇌는 대부분 시간을 생존을 지키는 데 쓴다. 그렇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또는 ‘도움이 된다’라는 기준에 따라 주변 세계를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처리하는 방식도 딱 두 가지다. 좀 더 우회적으로 말하자면, 이야기가 도움을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 내가 접한 이야기가 내 삶을 더 낫게 만드는가 그렇지 않은가? 또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실존적 각성은 우리 머릿속에서 혼합된 생화학적 칵테일의 효과다.

무섭거나 유쾌하거나 감동적이라고 생각할 때 느끼는 것,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 자신을 주인공과 동일시할 때 느끼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의 결과다

코르티솔은 예를 들어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2009)에서 폭발물 처리반 요원인 윌리엄 제임스가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2초 전에 빨간색 전선과 녹색 전선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마력을 담당한다.

코르티솔은 이러한 모든 순간에 위험을 알리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 방출된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우리가 싸우거나 도주할 수 있도록 대비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두 번째 전달물질은 도파민Dopamin이다.

우리가 맛이 뛰어난 샌드위치를 먹거나 환상적인 섹스를 할 때, 또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해리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무엇을 하고 있든 계속 해, 최고야.’라고 신호를 보내는 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추진력과 동기를 부여하는 도파민의 효과다.

"도파민은 즐거움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즐거움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행복 자체가 아니라 행복을 향한 노력에 관한 것이다.

도파민은 학습 과정과 정보 저장을 촉진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도파민 수치가 상승한다. 그렇게 되면 도파민이 밀랍처럼 뇌를 살짝 데워주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상이 더 잘 각인됨으로써 기억을 더 잘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이 등장인물의 감정과 연결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을 전달하는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이러한 좋은 기분과 이를 느끼고 싶은 우리의 바람은 도파민의 결과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할 때 마치 우리가 긍정적인 결과를 직접 경험한 것처럼 만족감과 보상을 느끼게 된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느낀다.

신경과학자인 잭은 나중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슬픔, 마치 자신이 영화 주인공이 된 듯한 이러한 격렬한 반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영화는 아버지의 트레이너를 멘토로 삼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비범한 여성 복서의 비극적인 영웅 여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기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이 이른바 ‘포옹 호르몬’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옥시토신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가 누군가와 혹은 허구적 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할 때 방출된다.

모든 인간관계의 배후에는 옥시토신이 있다.

옥시토신은 또 다른 중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옥시토신은 이야기하는 사람을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감정적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유쾌한 이야기에도 적용된다. 유쾌한 이야기들은 편안하고 오락적이며, 우리에게 자유분방하고 마음 편한 현실도피를 허용하기도 한다. 엔도르핀은 웃음을 통해서 분비되며, 긍정적인 일이 있을 때는 언제나 분비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