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가둔 자이며, 나는 나를 가둔 자다
눈앞에서 열쇠를 흔들며 내가 죄수임을 상기시키는 간수이자, 간수의 관심을 얻고자 구석에 웅크린 채 옴짝달싹하지 않는 죄수다
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 피곤하여 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진심에서 우러난 사랑의 입맞춤을 내 어린 얼굴에 듬뿍 받을 수 있었다면, 그러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우리 육신의 부패가 발산하는 인광의 도깨비불도 최소한 우리의 암흑을 밝혀주기는 한다.
오직 불행만이 상승한다, 불행으로부터 나온 권태만이 고대 영웅의 아득한 후손처럼 문장紋章을 갖는다
나는 내 안에서 단 한번도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던 몸짓의 우물이다.
단 한번도 입술을 움직여 생각하지 않았던 말의 우물이다.
나는 폐허 아닌 다른 것으로는 한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 집들의 폐허다. 그 집들을 지어 올리는 도중에 이미 사람들은 완성된 집에게 염증을 느꼈다.
문명의 속성은 사물에게 잘못된 명칭을 붙인 다음 그 결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데 있다
내 신경계에는 의지가 없다. 내 자의식의 저변에는 슬픔이 있다.
하루는 저물어간다. 비도 없이 단조롭게, 흐릿하고 불확실한 저녁의 색조 속으로…. 나는 글쓰기를 멈춘다. 내가 멈추므로, 나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나는 기쁘게 세상의 다른 것들을 만나고 투명하게 존재한다. 나는 수면에서 헤엄친다
정밀하게 계산하여 오밀조밀 심어놓은 꽃들 자체를 반대하는 마음은 없다. 그러나 꽃을 공공연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든다.
나는 해방되었고, 나는 실패했다. 나는 느낀다. 오한이 난다. 나는 나다.
피곤하다. 모든 환상에 지치고, 환상들이 불러오는 모든 증세에 지친다. 환상 자체에 내재된 상실, 환상을 갖는다는 것의 무익성, 상실하기 위해 환상을 가져야만 한다는 선행피곤, 환상을 가졌다는 사실이 주는 근심, 환상의 종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환상을 가졌다는 지적인 수치
삶의 무의식을 의식하는 것은 지성에게 바치는 가장 오래된 공물이다
바깥의 어둠 속에서 실제로 무엇인가가 붕괴하여 천지가 내려앉기라도 한 듯이….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면, 그러면 나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모종의 경직과도 같은 선행신경증이 육체와 영혼을 엄습한다. 미래의 죽음을 기억하고, 그 기억이 나의 내면을 얼어붙게 만든다
빗속에서, 바람의 애도 속에서 나는 죽는다. 내가 더 이상 느끼지 못할 추위가 내 심장을 후벼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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