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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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먹고,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싸우고, 모호한 열정에 휩싸여 동일한 상처를 받으며 피와 시간을 잃는다

피로는 이제 그를 지배하지 못하고 빠져나가 더이상 그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제 그는 자신 안에 없으며 오로지 먼 데서 오는 그 사랑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름이 없다

세 방울의 피. 백색의 삶 위에 떨어진 세 마디 붉은 말.

12세기 말경, 50센티미터 쌓인 눈 위에서. 네 줄의 문장, 세 방울의 피에서. 시(詩), 일체의 피로가 끝나는 지점, 언어의 눈 속에 피어난 사랑의 장미, 입술에서 입술로 전해지는 영혼의 꽃. 장사와 피의 대가와 영예로운 전쟁이 맹위를 떨치던 그런 시대에

그가 자신의 사랑을 묵상하도록 가만 내버려 둘밖에.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몇 세기고, 그를 가만 내버려 둘밖에.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명성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그가 빠져든 갑작스러운 절필. 그렇게 그는 세상 사람들의 총애에 불쑥 등을 돌리고, 무언지 모르며 누구를 위해서인지도 모르는 그것 속으로 침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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