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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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생의 차가운 손을 내 두 손바닥으로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 동생의 손끝에 천천히 피가 돌면서 따뜻해지는 느낌이, 동생의 튼튼한 심장 박동이.

어떤 기분일지 나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으리란 것을 알았으므로. 내 본능으로는, 내 몸으로는.

"있잖아, 몸은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생존용품이긴 한데, 약하고 불완전해. 몸은 결국엔 우릴 버리게 마련이야."

노년이 되면 여행을 하며 살 거라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행은 젊은이를 위한 것이니까. 나이를 웬만큼 먹어서까지 여행에 나서지 못한 사람은 나 같은 꼴이 되고 만다.

제대로 작동하는 정신의 플랫폼, 바로 우리 정신 자체의 청사진 말이야.

우리는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직도 알지 못해. 엠아르아이(MRI) 검사, 초음파 사진, 적외선 촬영, 심지어는 사망 후에 냉동된 두뇌를 해부까지 해 봤지만, 아직은 겨우 겉핥기 수준이야.

마취를 하면 측정 결과가 왜곡되기 때문에 깨어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수술대에 묶인 채로, 과다 호흡을 일으키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리즈는 자신의 몸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후에, 곧바로, 정신에서도 벗어났다.

끝날 기약이 없는 시간 동안 함께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뿐이라고. 통 속에 든 두뇌는 끝내 미쳐 버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몸이었다. 결국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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