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거지 소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6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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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딸의 뒤를 쫓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벨트를 내리치다가 나중에는 그것마저 내던지고 자기 손을 쓴다. 한쪽 귀를 팍, 다른 쪽 귀를 팍. 이쪽저쪽 팍팍. 머리가 울린다. 얼굴을 팍. 벽 쪽으로 올려붙여 다시 한번 얼굴을 팍. 그는 딸을 흔들어대고 벽에 쾅쾅 밀치고 다리를 걷어찬다. 어리벙벙해진 그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다.용서해주세요! 아, 제발, 용서해주세요!

일부러 비틀거리고 계단 위로 쓰러져가며. 문을 쾅 닫지는 않는다. 그런 짓을 하면 아버지가 또 뒤쫓아올 수도 있고, 어쨌거나 몸에 힘도 없다.

난로 연통에 난 구멍을 통해 플로가 훌쩍이며 항의하는 소리, 아버지가 플로에게 그렇다면 그냥 조용히 있어야 했다고, 로즈가 야단맞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야단치라고 권하지 말아야 했다고 말하는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플로는 이 정도의 매질을 권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무자비한 폭행도 다 끝난 일, 바꿀 수 없는 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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